月600만원 버는 택배기사가 한밤중 '나이프' 잡는 까닭
낮에는 택배기사, 밤에는 화가. 18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CJ대한통운 본사 로비에서 택배기사 원성진 씨(50)의 그림 전시회가 열렸다. 지난 1년간 그려온 작품을 전시한 것.
원 씨가 택배일을 시작한 건 2017년 2월이었다. 기업에도 다녔고, 사업도 했다. 마지막으로 부동산 중개업을 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뛰어든 택배일이 이젠 직업이 됐다.
지금은 월 500만∼600만 원을 벌 만큼 수입도 짭짤하다. 하지만 원 씨에게 택배는 직업 이상의 의미가 있다. 어렸을 적 못다 한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원 씨는 “어릴 적 내면의 목소리를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지만 사는 게 바빠 실행에 옮기진 못했다. 그런데 택배 일을 한 뒤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택배 일이 개인 사업자이면서 출퇴근 시간이 자유롭고, 일한 만큼 돈을 벌 수 있다 보니 작품에만 몰두할 수 있어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게 됐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원 씨는 미술을 정식으로 배운 적도, 누가 그림을 가르쳐 준 적도 없다. 하지만 그는 택배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무작정 텅 빈 캔버스에 물감을 칠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림을 붓이 아닌 화도(그림용 나이프)로만 그린다. 원 씨는 “붓보다 화도가 그림 그리기가 더 편하고, 더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그림의 느낌이 더 날카로우면서 거칠게 느껴졌다.
18일은 그의 첫 시집이 책으로 출간된 날이기도 하다. 시집의 제목은 ‘맴돌다가’였다. 다양한 인생 경험을 거치면서 써내려갔던 글귀를 모은 시집이다.
원 씨는 “나를 ‘그림을 그리는 택배기사’로만 보지 말아줬으면 좋겠다”며 “그림을 그릴 땐 화가요, 시를 쓸 땐 시인이요, 택배를 할 땐 그저 택배기사라는 그 자체에 의미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동아일보 변종국 기자의 <낮에는 택배기사, 밤에는 화가… CJ대한통운 원성진씨 화제> 기사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