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 현역 의사 "발견의 즐거움 때문에 아직도 현역"
고통 받는 환자를 위한 연구에 나이가 어디 있나요.
한국 나이로 올해 90세. 국내 최고령 현역 의사가 쓴 연구 논문이 국제 학술지에 실렸습니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핵의학센터 박용휘 소장은 최근 영국의 유명 저널인 ‘저널 오브 인터내셔널 리서치’에 자신의 연구 논문을 실었습니다. 논문 제목은 ‘감마교정 핀홀 골스캔을 이용한 급성 골부종, 골출혈, 및 골량미세골절의 정밀한 감별 진단법’.
90세 나이에 현역으로 진료를 보면서 논문까지 쓴다는 건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입니다.
가톨릭대 명예교수와 1961년 창립한 대한핵의학회 명예회장직을 맡고 있는 박 소장은 박 소장은 X-레이, 골스캔，MRI(자가공명영상) 등의 필름을 ‘현미경 렌즈’로 확대하는 기법(핀홀법)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하게 금이 간 뼈를 조기에 찾아내는 국내 최고 핀홀법 전문가입니다.
※핵의학: 원자핵에서 나오는 방사선 에너지를 이용해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 예방, 연구하는 의학 분야
박 소장은 “이 분야는 깊이 파고들수록 자꾸 새로운 것이 발견된다”며 “발견의 즐거움 때문에 아직 현역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즐거워합니다.
노안 탓에 돋보기안경을 두 개 겹친 채 모니터를 보며 연구를 하고 있지만 그의 열정을 막진 못합니다.
연구를 위해선 건강이 뒷받침되어야겠죠. 박 소장은 “70세에 담배를 끊고 80세에 술을 끊었다. 그랬더니 부정맥이 사라졌다”며 “자가용을 없앤 뒤 서울 마포구 동교동 집에서 관악구 신림동 병원까지 전철을 타고 다니며 항상 계단을 이용한다”고 말했습니다.
지금도 논문을 쓰기 위해 공부할 정도로 기억력이 건재하다면서 “나이가 들면 근육량이 줄어 매일 운동도 한다. 앉았다 일어나는 스쿼트를 하루 100회 정도 하고 팔 돌리기, 허리 돌리기 등 스트레칭으로 근육량을 유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박 소장은 새로운 논문을 준비 중입니다. 또 지금까지 나온 모든 논문을 집대성한 핀홀법 관련 영문 책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고통 받는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연구를 하는 것이 의사의 길이라는 믿음을 계속 지켜나가고 싶다.
※ 이 기사는 동아일보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의 <[단독] 국내 최고령 90세 ‘현역’ 의사가 쓴 논문, 국제 학술지에 실려 [퇴근길 피플]> 기사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