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회색 사과' 새긴 비정규직들.. 애플 직원 차별 논란

조회수 2019. 2. 17. 17: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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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상징 실리콘밸리조차 비정규직 근로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2월 11일, 세계적인 IT기업 애플에서 비정규직 직원을 차별하고 있다는 블룸버그 보도가 나왔다.


이들 비정규직 직원은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 위치한 ‘애플이 자랑하는’ 혁신적인 신사옥이 아닌 6마일(약 9.5km)가량 떨어진 곳의 별도 빌딩으로 출근한다. 일명 ‘블랙 사이트(black site)’. CIA의 비밀감옥처럼 은밀하다는 뜻일까.

쿠퍼티노의 애플 신사옥

직원들이 정문으로 출퇴근하지도 못한다는 이야기는 더욱 충격적이다. 블룸버그는 이곳의 직원들이 관리자로부터 “뒷문을 이용하라”는 지시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건물 안에는 재고 부족 표시등이 떠있는 자판기가 있고, 화장실이 부족해 언제나 길게 줄을 선다. 특히나 남성 직원이 많은 회사 특성상 남자 화장실의 줄이 긴 것으로 전해졌다.

 

사원증에는 알록달록한 사과 로고 대신 비정규직을 구분하는 회색 사과가 그려져 있다. 이들은 “슬픈 회색”이라고 표현했다. 많은 기업들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하기 위해 이러한 방법을 택하고 있는데, 외신은 이 같은 관행에 대해 설명하며 인도의 신분제인 ‘카스트 제도’를 언급했다.


이곳의 비정규직 직원들은 대부분 애플맵스에서 일하고 있으며 협력업체인 에이팩스시스템즈의 관리를 받고 있다.


전현직 직원들은 이 곳에서의 근무가 끊임없는 해고 위협 아래에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 직원들 사이에는 공포 문화가 있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에이팩스가 직원의 해고 사유를 제대로 명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증언도 있다.


정규직으로의 전환이 불투명한 건 물론이고 이력서에 애플에서 근무한 경력을 적는 것조차 어렵다. 전 직원에 따르면 지난해 에이팩스는 계약자들에게 이력서에서 ‘애플’을 지우고 ‘에이팩스시스템즈를 통해 주요 테크 기업에서 일했다’고만 적으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 애플 측은 “다른 협력업체와 마찬가지로 (에이팩스의) 채용 및 해고 프로토콜 등 경영체계를 검토, 투명한 고용조건 속에서 근로자들에게 명확한 지시 전달이 이루어지도록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에이팩스 측은 “우리는 가능한 최고의 업무 환경과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직원들이 자유롭게 문제를 제기하고, 그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법들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햇다.


한편 애플은 실리콘밸리 뿐 아니라 미국 텍사스, 영국 런던, 체코, 인도 등 여러 지역에서 협력업체들을 통해 비정규직 직원들을 고용하고 있다.


황지혜 기자 hwang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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