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유발 사회생활게임 '메신저 신드롬' 개발자 "7할은 경험담"

조회수 2019. 2. 17. 12: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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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복치 인턴, 살아남아라!
살아남아라, 인턴!

누구에게나 어려운 ‘막내 시절’은 있다. 더군다나 사회인들의 공통적 스트레스인 ‘사내 메신저’에서 갑작스럽게 받은 상사의 메시지는 혹여 지난날 실수가 있었는지 되돌아보게 해 가슴이 뜨끔한다. 


여기서 ‘눈치껏’ 답변을 선택하여 인턴을 정직원으로 성장시키는 단순한 플레이 방식으로 유저들의 격렬한 공감을 얻고 있는 모바일 게임 ‘메신저 신드롬’이 화제다.

지난해 12월 16일 첫 출시 이후 2019년 2월 현재까지 오직 ‘입소문’만으로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다운로드 수 종합 ‘10만’을 기록했다. 쟁쟁한 대형 회사들 사이에서 10인의 소규모 게임 회사 출신 두 명이 한 달 만에 완성한 첫 게임인데 매우 이례적인 성과다.


메신저 신드롬의 2인 개발팀 ‘피모뎁’의 김명진(24) 게임 기획자, 문수영(24) 게임 개발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왼쪽부터 김명진 씨, 문수영 씨. 사진: 동아닷컴 김가영 기자 kimgaong@donga.com

두 사람은 1년간 같은 직장에서 근무했다. 동갑내기에 게임에 대한 가치관이 잘 맞아서 유독 친하게 지냈다. 게임 회사 내에는 성공한 게임을 모방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자신만의 것을 원하는 사람도 있는데 둘은 후자였다고 한다.


-퇴사 계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회사 사정이 위태로웠습니다. 어차피 나가야 한다면 ‘지금’ 나가서 원하던 게임을 만들어보자고 함께 하게 됐습니다. 회사에서 만든 게임들이 족족 실패해 좌절감이 컸던 상황이었어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임했습니다.”


-업무는 어떤 식으로 진행하시나요?


“명진 씨가 기획서를 넘겨주면 개발을 시작합니다. 기본적으로 각자 재택근무를 하고, 오프라인 모임은 2주에 한 번 정도 가집니다. 프리랜서나 다름없으니 늘어지기 쉬운데 명진 씨가 꼬박꼬박 스케줄에 잘 맞춰 주시더라고요. 아트까지 담당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세요.” (문)


“아뇨,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


두 사람은 인터뷰 도중에도 서로를 칭찬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보기 드문 ‘이상적인’ 팀이었다.

개발을 위해 들이는 시간은 매일 12시간 이상이다. 열정이 가득해 주말에도 일을 한다. 주 85시간 근무했던 이전 직장보다 더 오랜 시간 일 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존중하는 분위기 속, 제약 없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지금 진심으로 행복해 보였다.


-개발자님은 기획에 전혀 관여 안 하시는 건가요?


“같은 팀원으로서 피드백이야 주고받지만 전적으로 전문가인 명진 씨에게 맡기고 있습니다.” (문)


-사수가 없다 보니 개발 도중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아요.


“기획자의 꿈의 세계를 펼쳐주지 못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도깨비 방망이처럼 기획자가 하고 싶다는 걸 다 만들어 주고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거든요. 인력도 부족하고요. 현실과 타협하기가 힘들죠.” (문) 


기획자 김명진 씨는 필리핀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검정고시를 봤고 영어를 특기로 16세에 대학에 입학했다. 첫 직장 입사는 스물 한 살 때였다. 나이로 치자면 대학 입학부터 4년 간의 직장 생활 내내 ‘만년 막내’였던 셈이다. 어릴 적엔 자신 이외 사람들은 인형이고, 모든 것은 본인을 위해 꾸며진 무대가 아닐까 하는 귀여운 상상을 하곤 했다. 독특한 이력과 어울리는 창의적인 생각의 보유자다.


-기획자님은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으시나요?


“주로 꿈에서 얻습니다. 머리맡에 핸드폰을 두고 자는데 잠에서 깨면 곧바로 아이디어를 녹음합니다. 관찰을 좋아해서 카페 같은 데서 가끔씩 사람 구경을 하기도 해요. 사람 사는 거 참 재밌지 않나요?” (김)

출처: 구글 플레이스토어 리뷰 캡쳐

본격적으로 ‘메신저 신드롬’에 대해 질문했다. 유저는 고등학생, 대학생, 사회 초년생, 이직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데 주로 10~20대들이다. 플레이 후에는 장문의 리뷰를 남기는 것으로 모자라 자발적으로 소문까지 낸다. 게임 스트리머 겸 유튜버들의 영향도 컸다. 시청자들은 플레이어의 선택에 관여하고 결과에 같이 ‘분노’하며 즐거워한다.


-‘메신저 신드롬’은 경험담 인가요?


“네. 7할은 저와 제 주변의 이야기입니다. 바로 전 직장보다 첫 직장이 정말 힘들었어요. “야! 김명진 너 이리 와봐” 이렇게 이름 세 자 따박따박 불리는 일은 부지기수였죠. 직장인 대나무숲에서도 많이 참고했습니다. 저희 게임 속 얘기보다 훨씬 심각한 내용의 글도 많았어요.” (김) 

사내 괴롭힘에 시달리던 임 대리(왼쪽), 학생들도 공감한 이 과장의 인턴 아이디어 도난 사건(오른쪽) /출처: 메신저 신드롬 게임 화면 캡쳐

-게임 회사면 야근도 자주 하셨겠네요. 몸도 마음도 지치셨을 것 같아요.


“새벽 4시까지 하기도 했어요. 한 번은 이렇게 일하고 다음 날 10시 출근에 10분 지각한 적이 있었어요. 게임 속 박 부장의 실제 모델이 된 당시 팀장님이 본인 팀은 늦게 나와도 된다고 하면서, 사내 정치에서 밀린 저희 팀원들은 그렇게 구박을 하시더라고요. 스물 한 살이었던 제 욕을 뒤에서도 하셨다고 전해 들었어요. 그 날은 정말 서럽더라고요.” (김)


-제작 의도가 있나요?


“저희 게임을 통해 위로 받으시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직장 생활의 어려움은 나만 겪는 일이 아니니까요.”  


-아이디어 도난 사건도 게임 기획을 하며 직접 겪으신 건가요?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얘기했던 내용인데, 먼저 아이디어로 제출하셨더라고요. 다른 팀에서 누구 생각이냐 칭찬하니 얼른 본인이 했다며 밝히셨어요. 저보다 나이가 많으시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죠.” (김)

출처: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게임은 게임으로만 즐겨주세요.”

팀 ‘피모뎁’은 매일 자기 전 메신저 신드롬 리뷰에 답글을 단다. 기억에 남는 피드백에 대한 질문에는 학생들의 댓글을 꼽았다. ‘이런 것이 사회생활이라면 하고 싶지 않다’는 류이다. 모든 회사가 메신저 신드롬 속 회사와 같다고 생각할까 우려된다며 학생들에게 미안한 기색을 비쳤다.


-총 15가지의 엔딩이 있는데 가장 좋아하시는 엔딩이 있나요?


“퇴사하고 백수가 되는 사이다 엔딩이요.(웃음)” (김)


“이 사회를 뿌리부터 바꾸기로 했다는 엔딩이 가장 좋아요! 회사 다니면서 나중에 힘이 생기면 악폐습들을 다 없애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문)


-15가지 중 진짜 엔딩은 무엇인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해요.


“정답은 없어요. 본인 선택이니까 사람마다 사는 방식을 존중하고 싶었어요.”



-다음 프로젝트에 대해 알려주신다면?


“길고양이의 1인칭 시점을 담아봤습니다. 언젠가 길고양이가 뚱뚱한 게 살이 아니라 사람 음식 때문에 부은 거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이후로 길고양이들을 관찰하니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하루하루 낮잠 자는 것조차 긴장되겠죠.” (김)


-유저들에게 하고싶은 말


“돈이 없어서 출시 후 광고도 못했어요. 그럼에도 많은 관심을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유저분들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분명 이직을 준비했을 거예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봤으면 하는 주제들을 다루고 싶어요.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니 게임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앞으로도 기대해주세요.”  

사실 기자는 ‘메신저 신드롬’을 직접 플레이하며 무려 아홉 번이나 ‘게임 오버’를 당했다. 인턴기자의 사회생활 능력 이대로 괜찮을까. 


팀 ‘피모뎁’에게 사실을 고백(?)하자 다행히도 그만하면 잘 한 편이라는 평이 돌아왔다(물론 사회생활 경험이 풍부한 유저들은 한 번에 완결까지 본 뒤 “요즘 애들은 뭘 몰라~”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고).


김 씨와 문 씨는 누구나 처음엔 잘 모르는 게 당연하다며 격려했다. “어렵고 힘든 사회생활, 매일 아침 출근길에 오르는 모든 직장인들에게 존경을 표합니다.”


강화영 동아닷컴 인턴기자 dla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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