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한 윤한덕 센터장의 책상 위에 놓인 '헌신'

조회수 2019. 2. 8. 16:23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일하던 윤한덕(51) 센터장이 설 전날인 2월 4일 병원 집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중부경찰서 관계자는 “1차 부검 결과 고도의 관상동맥경화로 인한 급성심장사로 소견 결과가 나왔다”고 7일 밝혔다. 그의 사망에 과도한 업무가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추정도 이어지고 있다. 과로사라는 추정이다.

출처: 중앙응급의료센터

이와 함께 응급의료계 근무자들의 근로 환경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중앙응급의료센터는 국내 응급의료 인력과 시설을 총괄한다. 대형 교통사고 가능성이 커지는 명절에는 전국 각지 응급실과 권역외상센터의 병상을 관리해야 하기에 업무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윤 센터장 역시 5일간의 설연휴 응급실에 환자가 몰릴 것을 대비, ‘응급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퇴근을 미루고 초과근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관계자들은 윤 센터장이 공식 일과가 끝난 1일에도 퇴근하지 않고 집무실에 남아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전부터 응급실 격무에 대해 꾸준히 이야기해왔다. 지난 2017년 추석 연휴에는 페이스북에 ”10월 2일이 공휴일이 되어 연휴가 열흘! 응급의료는 그것만으로도 재난이다!”, “오늘은 몸이 세 개, 머리가 두 개 있었어야 했다. 내일은 몇 개 필요할까?”라는 글로 인력 부족에 대해 토로했다.


또 응급실의 병상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왔다. 응급실은 환자 수에 비해 병상 수가 부족한 탓에 많은 환자들이 다른 병원으로 전원되다가 골든타임을 놓치는 안타까운 일이 많이 발생한다. 시신이 발견된 날에도 숨진 윤 센터장의 집무실 책상 위엔 응급의료체계 개선 방안이 담긴 자료들이 놓여있었다는 보도도 있다.

출처: 동아일보DB

이처럼 응급의료계 발전을 위해 헌신해온 윤 센터장의 사망 소식에 동료들의 애도도 이어졌다.


아주대병원 이국종 권역외상센터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센터장은) 응급의료계에 말도 안 될 정도로 기여해온 영웅이자 버팀목”이라며 “어깻죽지가 떨어져나간 것 같다”고 슬퍼했다. 전남대병원 김건남 응급구조사도 “평생 응급의료발전을 위해 헌신하신 윤한덕 센터장님. 평생 일만 하시다가 그렇게 일만 하시다가 저희 곁을 떠나셨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남겼다.


고임석 국립중앙의료원 기조실장 역시 “윤 센터장은 묵묵히 자기 본분과 역할을 다해온 대한민국 최고의 응급의료 전문가”라며 “20년간 국내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해온 장본인으로, 우리나라 응급실 체계와 응급의학계는 이 친구 덕에 굉장히 많이 발전했다. 국가적 손실이라고 생각하고 굉장히 안타깝다”고 애도했다.


황지혜 기자 hwangjh@donga.com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