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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컨’에 아질산나트륨 빼고 고수 넣어 파는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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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연출을 전공한 영화학도에서 브랜딩 전문가로, 레스토랑 오너를 거쳐 이제 ‘베이컨’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사장님이 된 남윤서 사실주의 베이컨 대표를 만났다.

올리브TV,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 언더스탠드바 등 이름만 대면 쉽게 알 만한 곳들의 브랜딩을 해온 남 대표가 어떤 인연으로 베이컨 전문가가 된 걸까. 이야기를 들어봤다.

브랜딩 분야에 오래 몸담고 계셨다고요.


대학에서는 영화 연출을 전공했어요. 졸업 시점이 엠넷 같은 케이블 TV가 막 생길 때라 미디어 제작, 디자인 컨설팅 분야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죠. 올리브TV가 런칭할 때 디자인 브랜딩을 담당하기도 했고요. 외식 컨설팅 분야로 이직하면서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 언더스탠드바와 연희동에 있는 금옥당의 브랜딩 작업을 했어요. 여러 번의 이직을 했지만 브랜딩이라는 큰 틀 안에서 비슷한 일을 해왔어요.

남윤서 사실주의 베이컨 대표

여러 분야를 경험하시면서 즐겁게 일하셨을 것 같아요. 창업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있을까요?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 작업 때문에 한남동에 자주 갔어요. 그 동네에 소박한 뒷골목들이 많잖아요.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고즈넉한 곳을 발견한 거죠. 그중 한 곳이 마음에 쏙 들더라고요. 마침 그 자리에 있던 가게가 곧 나갈 참이었어요. 일단 계약부터 했죠. 그 이후에 퇴사를 하고 레스토랑을 차렸어요.


창업을 하겠다 결심하기 전에 가게부터 구하셨네요. 시작이 다소 충동적으로 느껴져요.


원래부터 먹는 걸 좋아했는데 올리브TV에서 일하면서 먹고 마시는 것에 더 깊이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막연하게 '언젠가는 레스토랑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해왔죠. 그 꿈이 그 동네와 만나 어떤 시너지를 낸 것 같아요.

그렇게 만들어진 곳이 '스모키러버스' 라는 비비큐 레스토랑이었죠.


네, 아메리칸 비비큐 레스토링이었어요. 비비큐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쉽게 들어올 수 없는 장르라 선택했어요.


대표님과 한식, 이태리, 프렌치 셰프, 뮤지컬 배우가 함께 모여서 만들었다고요. 신선한 조합이에요.


저희가 모인 이유는 단 하나였어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것. 한국에는 사퀴테리(육가공 제품) 장르를 접해본 사람들이 많지 않았어요. 경력 있는 셰프를 만나기도 어려웠죠.


스모키러버스 운영을 하면서 해외 유튜버들의 영상 보고 계속 새로운 메뉴들을 연습했어요. 그렇게 3년간 연습하고 익혔던 요리 노하우들이 사실주의베이컨에 고스란히 녹여져 있어요. 일을 즐겼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였죠.


스모키러버스에서 사실주의 베이컨이 탄생한 건가요?


외식 컨설팅을 할 때 만난 셰프님의 가게에 놀러 갔다가 너무 맛있는 고기를 먹었는데 그게 베이컨이었어요. 요리를 한 필리핀 셰프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저도 베이컨의 매력에 빠진 거죠.


이후 스모키러버스에서도 베이컨 메뉴를 선보였는데 다른 비비큐보다 인기가 좋았어요. 따로 판매해달라는 고객들도 많았고요. 그래서 '사실주의 베이컨'을 시작하게 됐어요.

남 대표는 스모키러버스와 사실주의베이컨 두 곳을 모두 운영하기 힘들다는 결정 하에 레스토랑을 접은 상태다. 다만 스모키러버스를 계속 찾는 고객들을 위해 비비큐 케이터링 사업으로 변경했고, 지금은 사실주의 베이컨에 더 집중하고 있다.

사실주의 베이컨 이란 네이밍도 좋았어요. 귀에 팍 꽂히면서도 민낯의 베이컨을 보여주겠다는 결심이 잘 드러나기도 하고요.


처음에는 주변 반대가 아주 심했어요. 제가 그림을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사실주의 장르를 좋아해요. 프랜시스 베이컨이라는 사실주의 화가도 좋아하고요. 그런데 프랜시스 베이컨이라고 지을 수는 없으니까 (웃음) 우리 베이컨은 베이컨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란 생각에 사실주의 베이컨 이란 이름을 생각하게 됐죠. 주변에서 너무 도전적인 이름이라고 만류하셔서 망설이긴 했지만 끝까지 밀어붙였어요.


저는 굉장히 좋았어요. 네이밍부터 가게 비주얼까지 강렬한 인상 덕에 쉽게 잊히지 않았어요.


브랜딩을 오랫동안 해오면서 보이는 게 중요하다는 걸 체득하게 되었어요. 자본력이 탄탄한 상태도 아니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선 비주얼을 강조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사람들을 사로잡는 데는 비주얼이 중요하지만 그렇게 사로잡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려면 무엇보다 요리가 맛있어야 하죠. 베이컨은 '불량식품'이라는 고정관념과 쉽게 질리기 쉬운 음식이라는 본성의 한계가 있는 재료잖아요.


계속해서 새로운 베이컨 메뉴를 만드는 게 관건이에요. 한식과 프렌치, 이태리 음식을 전문으로 만들던 셰프들이 서로 콜라보해서 메뉴를 만들어내요. 주재료가 베이컨 한 가지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계속 우리 요리를 즐기게 만들려면 다른 부재료에서 승부를 봐야 해요.


그중 하나가 소스예요. 소스는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 소스로 만들고 있어요. 메인 셰프가 한식 셰프라 서양에서 주로 즐기는 베이스에 한국적인 맛을 가미해 사실주의 베이컨만의 소스를 만들어내죠.


그래서인지 소스를 칭찬하는 구매자가 많았어요.

한 분야의 셰프가 혼자 요리를 하면 쉽게 깰 수 없는 고정관념이 있어요. 하지만 여러 분야의 셰프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서로 공유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융합하면 새로운 메뉴를 계속 개발해낼 수 있어요. 저도 대표라고 해서 고집을 부려선 안되고요. 오너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해서 저희가 세운 2가지 기준을 지키려고 노력해요.


첫번째, 고객이 만족할 것

두번째, 우리가 즐거울 것

현재의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걸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처음의 베이컨과 지금의 베이컨은 많이 달라졌나요?


처음 제가 맛봤던 베이컨은 첨가물이 많았어요. 저희는 그걸 다 빼려고 했어요. 베이컨을 많이 먹으니까 속이 불편해지더라고요. 왜 그럴까 분석해보려고 베이컨을 조리할 때 들어가는 재료를 다 나열하고 셰프들과 논의했어요.


원인은 아질산나트륨이었어요. 좋게 말하면 감칠맛인데 이 맛이 결국 속을 부담스럽게 만들고, 금세 질려버리게 만드는 요인이 되더라고요. 사실주의 베이컨이 오래가기 위해선 이 재료를 다른 걸로 바꿔야 한다는 걸 느꼈죠.


하지만 육가공류에서 아질산나트륨을 빼기가 쉽지 않죠. 먹음직스러운 색감을 만들어주는 데다 유통기한을 늘려주는 첨가물이잖아요.


대체제를 찾으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어요. 그때 '옛날엔 분명 아질산나트륨이 없었을 텐데 그럼 어떻게 오랫동안 음식을 보관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옛 자료들을 찾아봤어요. 고수 씨앗이 나오더라고요.


기후가 고온다습한 동남아에서도 음식을 방부 처리하거나 배탈을 막기 위해 고수를 많이 먹었다고 해요. 그래서 테스트를 해보니 정말 베이컨의 유통기한이 길어졌어요. 지금은 고수와 다른 재료들까지 섞어서 점차 유통기한을 늘려가고 있어요.

사실주의 베이컨이자 진화주의 베이컨이네요.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와디즈를 통해 진행한 펀딩에서도 2600% 달성률이라는 큰 성공을 거두셨어요. 비결이 뭘까요?


참여해주신 서포터 분들을 분석해보니 지방에서 펀딩을 하신 분이 약 60% 였어요. 지방은 아무래도 이런 먹거리들을 서울만큼 많이 접하기가 어려우니까 많이 참여해주신 것 같아요.


그리고 남성분들이 많이 참여해주셨어요. 마켓컬리, 헬로네이처 판매 경험을 통해 주부님들을 타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와디즈에서는 간편한 먹거리나 술안주용으로 펀딩 하시는 남성 분들이 많았어요.


조금만 알려드려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응용해서 먹어보겠다고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즐겁게 일할 수 있었어요.


애로사항은 없었나요?


지난해 ‘택배 파동’이 있었죠. 고객이 몰려도 대량 배송을 위한 시스템은 갖춰져 있어 문제가 없었지만 택배 파동은 예상치 못했죠. 그래도 이런 건 당연히 제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에요. 직접 가져다 드릴 수 있는 곳에 계신 분들께는 직접 배송을 해 드리기도 하고, 안 되는 곳은 우체국에 들고 가서 부쳐드렸죠.

펀딩 대성공 이후 변화는 없었나요?


저희가 만든 베이컨을 납품해달라는 B2B 제안이 많이 들어왔어요. 가격대를 맞추기 어렵기 때문에 진행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많은 제안을 받았다는 것만으로 저희 베이컨을 좋게 봐주시는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했어요.


또 유통의 패러다임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저희 베이컨을 주문하시는 분들은 대체로 일일이 요리 해먹을 시간이 부족한 분들이시더라고요. 이런 분들에 맞게 모든 걸 더 편리하게 해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더 간편한 조리법을 알려드리고, 베이컨 소스도 함께 보내 드렸어요.


패키지에 대한 생각도 많아졌어요. 요즘은 1인 가구를 포함한 소규모 가구가 많으니까 포장의 단위도 200g으로 줄였는데 이것도 많다는 피드백을 주시더라고요. 100g 단위의 패키지를 만들어볼까 싶어요.


많은 인사이트와 동시에 과제가 주어졌네요.


사실 저는 처음엔 겁이 났어요. 하루에도 몇 개씩 새로운 펀딩 프로젝트들이 올라오니까 마치 이곳이 새로운 전쟁터 같은 느낌인 거예요. 그런데 막상 시작하니까 마음이 편해졌어요. 동시에 사람을 얻었죠. 사실주의 베이컨의 철학과 제품을 응원해주시는 후원자 분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그게 가장 큰 얻음이라 생각해요.


앞으로 사실주의 베이컨은 어떤 브랜드로 성장할까요?


일단 더 많은 분들께 사실주의 베이컨을 알리는 게 목표예요. 다양한 가격대의 상품을 만들어서 다양한 소비자 타겟에게 어필하려고 해요.


그리고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어떻게 더 좋은 삶을 사람들과 같이 살 수 있을까' 하는 거예요. 모두 촉박한 시간을 살고 있잖아요. 그래서 간편하다는 이유만으로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곤 했어요. 하지만 편하면서도 맛있고, 건강한 음식이 나올 수 있어요.


사실주의 베이컨은 바로 그런 음식이 되어 많은 분들이 조금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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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황지혜 기자 hwang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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