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호텔 화재, 소화기 들고 들어갔다 숨진 직원
1월 14일 오후. 천안시 서북구 쌍용동 라마다앙코르호텔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2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큰 사고. 하지만 더 끔찍한 사고로 번질 수도 있었던 그 순간에는 목숨을 내놓고 소화기로 불길을 잡은 직원이 있었습니다.
119 최초 신고자인 전기시설팀 주임 김갑수 씨(50)는 불꽃을 발견한 후 “대피하라”고 외치면서 밖으로 나가 외벽 가스설비를 차단했습니다.
하지만 김 씨는 대피하지 않고 자신이 근무하는 지하 1층으로 다시 내려갔습니다. 그 것이 김 씨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그는 이날 오후 8시 30분경 소방대원들이 뜨거운 화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제대로 접근하지 못한 지하 1층 중앙통제실 주변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당시 지하 1층에 있었다는 한 직원은 경찰에서 “김 씨가 소화기로 불을 끄던 모습을 목격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또 이 호텔 대표는 “지하 1층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CC)TV를 경찰에 제출할 때 김 씨가 소화기로 진화하는 영상을 봤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찰도 지하 1층에서 사용하다 만 소화기를 찾아냈지만 관계자는 “김 씨가 진화하는 영상은 아직 발견하지 못해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호텔 대표는 “그가 가스를 잠근 것으로 보이는데 그로 인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더구나 김 씨가 입사한 지 20여 일밖에 안 돼 월급도 한 번 타지 못한 상황이었다는 것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교대할 때 잠깐씩 만났지만 그냥 보기에도 되게 좋은 분이었어요.”
책임감이 넘쳐 절대 남에게 일을 맡기지 않았고 문제 있는 사항은 모두 보고하는 꼼꼼한 성격이었어요.
호텔 경영난으로 시설과장 등이 그만두면서 김 씨 일이 힘들어졌지만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호텔 동료 직원들은 김 씨를 좋은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의 시신은 순천향대 천안병원에 안치됐습니다. 하지만 유족들은 충격 때문인지 15일 오후까지 빈소도 제대로 차리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이 기사는 동아일보 지명훈, 송혜미 기자의 <마지막까지 불길 잡으려… 그는 소화기 들고 다시 뛰어갔다> 기사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