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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 전 여성 치아에 낀 ‘치석’이 알려준 비밀

역사 속에 묻힌 중세시대 여성 화가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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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 전 독일 여성의 유해에서 발견된 ‘치석’이 중세시대 여성도 전문 직종에 종사했음을 보여주는 근거로 떠올랐다. 최근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즈(Science Advances)에 공개된 라디니 교수 등의 연구에 따르면 이 여성은 11~12세기 경 독일의 한 수도원에 살던 수녀로, 45세에서 60세 사이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고학자들이 여성의 유해에서 주목한 부분은 바로 치아였다. 여성의 치아에는 신기하게도 푸르스름한 치석이 끼어 있었다. 치석을 분석하자 청금석(靑金石·Lapis lazuli) 안료 성분이 나왔다.


청금석은 파란색 물감을 만드는 데 쓰인 돌로 아프가니스탄에서만 산출되었기 때문에 유럽에서는 금이나 은처럼 귀한 취급을 받았다. 청금석을 갈아 만든 물감 역시 값진 것이라 종교화 등 특수한 그림을 그릴 때에만 사용됐다. 

수도원 필경실(scriptorium)에서 책을 필사하는 수도사들을 묘사한 14세기 경 그림. 중세시대에 글(라틴어)을 읽고 쓸 수 있었던 사람은 극소수였기에 수도원은 문화와 예술을 후대에 전하는 역할도 했다.

중세 서양 수도사들과 화가들은 그림을 그리던 도중 붓이 마르면 혀로 핥아 물기를 유지시키곤 했는데, 이 여성 또한 그런 습관을 가지고 있었기에 치석에 파란색 안료가 착색된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금에 비견될 정도로 값비싼 물감으로 채색할 정도라면 중요한 서적의 삽화이거나 종교화일 것이며, 그런 귀중품을 다룬 화가 역시 전문성과 오랜 경험을 가진 실력자였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프랑스 콩데 미술관이 소장 중인 성 오귀스틴의 세례(The Baptism of Saint Augustine). 파리 근교에 위치한 콩데 미술관은 희귀 필사본과 그림 등을 보유해 중세 미술의 보고라 불린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미덕이었던 중세 시대 분위기상 당시 예술가들은 작품에 서명을 남기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여성에게는 특히 더 엄격한 자기절제가 요구됐기에 중세 역사에 여성이 이름을 남기기란 힘들었다. 증거가 없었던 탓에 그간 학계에서는 중세 여성의 예술적 활동이 극히 제한돼 있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막스 플랑크 연구소 교수이자 이번 연구의 책임저자인 고고유전학자 크리스티나 바리너(Christina Warinner) 교수는 “이 여성의 유해를 통해 중세시대 여성도 전문 화가로서 작품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역사 속에 묻혀 있는 이름 모를 예술가들이 얼마나 많을지 궁금해진다”고 덧붙였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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