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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총파업, 오히려 자충수 둔 셈?

잡화점 작성일자2019.01.09. | 7,898 읽음

“사실 은행 업무야 ATM을 이용해도 되고 폰으로 모바일뱅킹 써도 되는 것 아닙니까.”


1월 8일 오전 서울 중구 국민은행 신당역점에서 만난 64세 김모 씨. 그는 은행 파업으로 그리 큰 불편을 느끼지는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KB국민은행 노조가 총파업에 나선 8일 서울 강북구의 한 국민은행 지점. 창구 절반 이상이 빈 채 모니터에 ‘부재중’이라고 표시돼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KB국민은행 노사는 성과급 지급 규모와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 직급별 호봉 상한제(페이밴드) 등 쟁점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였습니다. 막판 협상에도 불구하고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8일 19년 만의 총파업이 현실화됐습니다.


직원 1만 6000여 명 중 5500여 명(노조 측 추산 9500여 명)이 총파업에 참여했습니다. 국민은행은 본점 인력을 긴급 투입해 전국 1058개 전 영업점의 문을 열고 411곳 거점점포를 운영하는 등 정상 영업을 위해 총력전을 펼쳤습니다.


ATM과 인터넷·모바일뱅킹이 정상 운영되었기에 2000년 주택·국민은행 합병 반대 파업 당시와 같은 혼란은 없었습니다. 지점 출입문 등에는 ‘총파업이 진행 중이나 저희 지점은 정상적으로 영업 중입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은 가운데 고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습니다.


서울 송파구 아시아선수촌지점에서 만난 황순옥 씨(51·여)는 “파업이라고 해서 걱정했는데 적금 가입, 환전, 예금 인출 등이 모두 차질 없이 이뤄졌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여의도, 광화문 등 사무실 밀집지역에서도 점심시간 대기 인원이 대부분 5명을 넘지 않았습니다.

1월 7일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국민은행 노조원 약 5000명이 총파업 전야제를 열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다만 파업 참여 인원이 많은 점포들의 경우 대출 등 일부 업무가 제한됐습니다. 법인통장 개설을 위해 8일 오전 서울 중랑구 상봉역점을 방문한 방원대 씨(33)는 단순 입출금 업무만 가능하다는 은행 측의 설명에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방 씨는 “어제(7일)도 지점을 방문했는데 오늘 서류를 준비해 오면 통장 개설이 가능하다고 했다”며 “파업과 관련한 공지도 전혀 받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파업 여파가 제한적이었던 것은 고객들이 점포를 직접 찾기보다는 모바일뱅킹과 ATM 등을 이용해 은행 업무를 봤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지난해 상반기(1∼6월) 기준 국민은행의 전체 거래에서 온라인뱅킹 등 비대면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86%(거래 건수 기준)입니다. 송금, 이체 등 간단한 업무는 물론이고 예·적금, 펀드 등 각종 상품 가입도 온라인으로 가능합니다. 지난해 상반기 국민은행이 판매한 전체 개인적금의 59%도 모바일뱅킹을 포함한 비대면 채널을 통해 판매됐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파업이 은행원 없이도 은행 업무가 돌아가는 ‘디지털 금융시대’의 현실만 깨닫게 해줬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다른 시중은행에서 근무하는 30대 행원은 “창구 은행원이 없다고 해서 금융생활이 마비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며 “파업이 오히려 은행원의 좁아진 입지를 보여주는 자충수가 된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평했습니다.


여론의 시선도 싸늘합니다. 평균 연봉 9100만 원에 이르는 국민은행 직원들의 집단행동이 시민들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국민은행 파업 관련 기사에는 “고객들 이자로 돈을 벌어 놓고 자기들 밥그릇 챙기기에만 여념이 없다”, “국민은행에 넣어둔 예금을 인출하겠다”는 댓글이 쏟아졌습니다.


국민은행 노조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파업이 ‘돈 문제’ 때문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노조는 직급별 호봉상한제 폐지와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 연장 등이 핵심 안건이며,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31일과 다음 달 1일 이틀에 걸쳐 2차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 이 글은 동아일보 장윤정·김재희 기자의 <모바일뱅킹 시대 흐름 못읽은 국민銀 노조 파업>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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