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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카중독자, 유리멘탈 환영" 영국 육군 신병모집 공고

조회수 2019. 1. 5. 1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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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는 당신을 원한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많이 사용되던 신병모집 포스터 문구죠. 근엄한 장군의 '삿대질 포즈'가 떠오르는데요. 나라에 봉사할 강한 군인을 찾는다는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달한 이 포스터가 2019년 영국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났습니다. 

출처: 영국 국방부(Ministry of Defence)
출처: Army Jobs 공식 트위터
입대를 독려하는 트위터 계정 'Army Jobs'. 다른 직장들과는 달리 군대에서는 능력보다 잠재력을 중요시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새로 공개된 영국 육군 신병모집 포스터에는 다양한 인종·성별 군인들의 모습과 함께 유리멘탈(Snow Flakes·녹기 쉬운 눈송이처럼 작은 일에도 상처를 잘 받고 심성 여린 젊은이들을 조롱조로 일컫는 말), 셀카 중독자, 스마트폰 좀비, 게임 덕후 등을 환영한다는 문구가 큼직하게 박혀 있습니다. 유리멘탈의 공감 능력과 셀카 중독자의 넘치는 자신감, 폰 좀비의 집중력, 게임 덕후의 몰입 능력을 원한다는 의미입니다.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이 공고는 영국군이 펼치는 ‘소속감이란 이런 것(This is Belonging)’ 캠페인의 일환입니다. 생활력이 낮고 허황된 꿈만 좇는다며 저평가되던 젊은이들의 특성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봄으로써 그들의 마음에 직접적으로 호소하는 셈입니다.


영국 임페리얼 전쟁 박물관 큐레이터 알렉스 월튼(Alex Walton)씨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신병모집 캠페인의 흥미로운 점은 요즘 트렌드를 정확하게 파악하면서도 제1차 세계대전 당시의 포스터 스타일을 활용했다는 것”이라고 평했습니다. 과거 모병공고는 애국심과 국가에 대한 의무감을 자극하는 전략을 사용했지만 현대 젊은이들에게는 군 생활을 통해 개인적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월튼 씨는 “옛날 모병 포스터에는 남성성, 힘, 가족과 나라를 지키는 남성의 이미지가 대부분이었지만 새 포스터에는 여섯 장 중 두 장에 여성 인물이 들어가 있다는 것도 시대 변화에 맞춰 달라진 점”이라 설명했습니다.

출처: ⓒGettyImages
1914년 제작된 영국군 신병 모집 포스터.

국방장관 개빈 윌리엄슨도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신병 모집 캠페인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윌리엄슨 장관은 “군대의 기본은 사람”이라며 “군에 복무하는 동안 삶에 유용한 기술을 배울 수 있으며 동지애와 모험은 물론 그 어떤 다른 직업에서도 할 수 없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군대의 모든 직무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열려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속감이란 이런 것’ 캠페인은 다양성과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지향합니다. 성별, 성적 지향성, 종교 등과 관계 없이 인재를 모집한다는 이 캠페인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많지만 일부는 군대 기강 해이가 우려된다며 반감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전직 육군 대령 리처드 켐프(Richard Kemp)씨는 “중요한 건 군대를 강한 병사들로 채우는 거다. 사회적 문제를 군대에 반영하는 건 강력함이 갖춰진 다음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출처: Indeed

현재 영국 육군은 10만 여 명의 정규군과 3만 여 명의 지역 방위군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주요 임무는 테러와의 전쟁, 해외 영국 영토의 이권 수호 및 유사시 전쟁 대비 등입니다.


1693년부터 모병제를 실시한 영국은 1980년대 말 냉전 종식 이후 지원자가 계속 줄어 고질적인 병력 부족에 시달려 왔습니다. 영국 정부는 2019년부터 영국연방 국가 시민이라면 영국 본토 거주경험이 없어도 입대를 허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취업정보 사이트 인디드(Indeed)에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2018년 12월 31일 기준 영국군 병사 평균 연봉은 2만 1156파운드(한화 약 3010만 원)입니다. 


전직 병사들은 “평생직장으로 안성맞춤”, “해외파견 기회가 많아 견문을 넓힐 수 있다”, “군인을 위한 의료서비스가 잘 돼 있다”는 의견을 남겼습니다. 단점으로는 가족과 오래 떨어져 있어야 하는 점, 낮은 연봉, 긴 근무 시간 등이 꼽혔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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