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언니' 어플 만든 의사 "가능하면 성형하지 마라"

조회수 2018. 12. 27. 1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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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 광고는 많지만 정작 성형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는 찾기 어렵습니다. 의사이자 사업가인 박기범 씨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성형을 신중히 결정하고, 병원을 꼼꼼하게 따져본 다음 선택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의전원 동기와 함께 ‘강남언니’ 어플을 만들었습니다.


강남언니는 의사가 직접 제공하는 정보와 함께 병원 이용자들의 생생한 후기를 볼 수 있는 성형 후기 공유 어플로, 2018년 12월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 다운로드 수 종합 136만회를 기록하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앱입니다. 

강남언니 어플 공동 창업자 박기범 이사. 사진 제공: 힐링페이퍼

- 강남 언니 어플을 만들게 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의료가 전문가의 영역이다 보니 의사와 환자 간의 정보 비대칭이 심합니다. 특히 비보험 진료과목의 경우 병원이 설정한 가격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속칭 ‘호갱’이 되는 환자분들이 많다는 게 안타까웠어요. 누구나 합리적인 가격의 좋은 의료 서비스를 누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저와 의전원 동기가 함께 사업을 하기로 했어요.


처음에는 ‘힐링페이퍼’라는 만성질환자 건강관리 어플로 시작을 했지만 운영이 어려워져 사업 아이템을 바꿔야 했죠. 피부과에서 일할 때에 경험이 생각나 메디컬 뷰티 쪽으로 바꾸기로 해서 나온 게 ‘강남 언니’입니다.


- 만성질환자 건강관리 어플과 성형 전문 어플 사이에는 거리가 느껴져요. 어떻게 성형이라는 카테고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강남언니는 의료 현장에서 나온 아이디어에요. 의대 다닐 때 ‘환자들이 이런 정보를 알고 왔으면 더 좋을 텐데’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럼 의사도 설명해주는 부분을 줄일 수 있고 더욱 꼼꼼한 상담을 해줄 수 있으니까요. 


런데 피부과에서 일하면서 그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걸 알았죠. 환자들은 나름 알아본다고 검색을 하는데 광고나 부정확한 정보가 많아 정작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가 없더라고요. 특히 이런 메디컬 뷰티 영역 쪽에서 그런 현상이 가장 심하다는 걸 알았고요. 그래서 의사들이 직접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면 어떨까 싶었고, 직접 수술한 사람만 후기를 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서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출처: 유튜브 '강언TV' 채널

박기범 이사는 성형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들을 바로잡기 위해 유튜브 강언TV에 직접 출연하여 성형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병원 선택 꿀팁부터 시작해 시술 과정을 설명해주기도 하고 강남언니 어플에서 평점이 높은 성형외과 의사들을 섭외하여 Q&A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 앱스토어 건강 및 피트니스 카테고리 2위 앱으로써 강남언니만의 강점과 사업 비결은 뭘까요?


의사 둘이서 창업을 했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의료업에 몸담고 있기 때문에 현장의 목소리를 빠르게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 경쟁사들과 차별화되어있다고 생각해요. ‘요즘 트렌드가 이거구나’ 싶으면 바로 영상 콘텐츠로 만들어서 설명을 해주고 의사와 환자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추가하죠.

성형외과 별 쌍꺼풀 수술 가격 비교. 사진 출처: 강남언니 어플

- 강남언니 어플을 보면 다양한 병원이 나오는데, 이용자 입장에서 그 병원들을 신뢰할 수 있을지가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 협력병원을 선정하는 기준이 있나요?


협력 요청이 들어오면 그 병원이 믿을 만 한 곳인지 알아보는 과정을 거칩니다. 블랙 병원(성형외과 업계 내부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병원)은 아닌지 확인해요. 제 주변에 의사 친구들이나 성형외과 교수님들도 많아서 서로 레퍼런스 체크(평판 조회)를 할 수 있어요. 두 군데만 연락을 해도 블랙 병원인지 아닌지 압니다. 그만큼 업계가 좁고 소문도 빨리 퍼지죠. 


병원 평판이나 환자 후기를 꼼꼼하게 확인해보고 문제가 없을 시에는 입점을 합니다. 만약 입점을 하더라도 직접 방문한 이용자들이 매긴 평점이 많이 낮으면 퇴출시키는데 최근에는 그런 병원도 많이 늘고 있어요.

강남언니 어플 공동 창업자 박기범 이사. 사진 제공: 힐링페이퍼

- 같은 시술이라도 병원에 따라 가격이 많이 다르더라고요. 소비자 입장에서 시술비가 저렴한 병원은 잘 못해주는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텐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제 경험상 합리적인 가격으로 많은 케이스를 하는 원장님들이 더 잘하셨으면 잘하셨지 못하지는 않아요. 수술은 자전거 타는 것과 마찬가지로 몸에 익는 것입니다. 경험이 많으면 많을수록 여러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어요. 


하지만 대기시간이라던가, 상담 시간 등 서비스의 질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겠죠. 합리적인 가격으로 많은 케이스를 할지, 조금 높은 가격으로 적은 수의 환자를 꼼꼼히 볼 것인지는 의사의 진료철학인 거죠.


- 실질적인 성형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의도와 다르게 성형을 조장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무엇보다 의사와 환자 간의 정보 불균형 해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팩트만 전달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비치는 건 안타깝죠. 오해가 있는 게, 저는 항상 가능하면 성형하지 말라고 합니다. 기능적인 이유가 아니라면 대부분 자기만족으로 성형을 하는데 지금 모습에 충분히 만족한다면 하지 않는 게 좋죠. 


물론 마음먹으신 분들은 하지 말라고 해도 합니다. 그분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주는 게 제가 하는 일입니다. 꼭 하고 싶다면 잘 따져보고 꼼꼼하게 비교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지 성형을 절대 조장하려고 한 적은 없습니다.

출처: ⓒGettyImagesBank

박기범 이사는 바쁜 현대인들이 발품 팔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병원을 꼼꼼하게 따져보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반대로 지나치게 원장을 의심하고 수술이 잘못될까 염려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는데요.


- 강언TV에서 성형은 심리적인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하셨는데 무슨 뜻이죠?


성형외과 의사를 칼을 든 정신과 의사라고도 해요. 콤플렉스가 있어서 성형하시는 분들이 자신감이 올라가니까요. 그러나 성형 이후 만족도는 굉장히 주관적입니다. 의학적으로 완벽히 잘 됐더라도 본인은 만족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의사와 환자의 심리적 관계가 굉장히 중요한데 상담부터 환자가 의사를 의심한다면 수술 이후에도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만족을 못 할 수 있습니다.


의사와 환자 간에도 궁합이 있어서 직언을 해주는 의사를 선호하는 환자가 있는가 하면 환자에게 오롯이 결정을 맡기는 의사를 선호하는 분도 계세요. 병원을 결정한 후에는 의사를 믿으셔야 합니다. 결정하고 나서도 다른 병원 알아보시는 분이 간혹 있는데 그러면 만족하기 어려워요. 


만약 본인이 해외여행을 가려는 상황이라 칩시다. 성공적인 여행이 되기 위해서는 계획대로 잘 될 거라는 걸 믿어야 합니다. 비행기를 탔는데 기장을 의심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거든요. 괜히 비행기 사고 사진 검색하면 트라우마만 생기는 겁니다.


- 수능이 끝나서 대학 입학을 앞둔 많은 학생들이 성형을 고민할 것 같아요.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대학이라는 새로운 사회에 들어가기 전이라 수능 이후는 좋은 시기입니다. 하지만 현재 본인의 외모가 이유 없이 마음에 안 드는 건 아닌지, 정확히 원하는 외모가 무엇인지는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외모에 대한 주관을 확립하고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현재에 만족하고 자존감 높게 살아갈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누군가를 만났을 때 얼굴을 가리게 되고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 같다 싶으면 고민할 수 있겠죠.


성형을 할 거라는 판단의 근거를 확인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친구가 성형하니까 따라하는 건 후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모든 수술은 돌이키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첫 번째로 일단 꼭 해야 하는지를 잘 생각해보세요. 결심을 했다면 두 번째로는 병원을 잘 비교하고 후기도 살펴보는 노력을 하셔야 합니다. 많이 알아보고 결정한 후에는 그 병원의 의사를 믿으셔야 합니다. 이 과정 기억하시고 모든 결정에 많이 숙고하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기획·제작 동아닷컴 인턴기자 김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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