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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에 사람이" 환경미화원 눈썰미가 어린 노숙자 살려

조회수 2018. 12. 27. 08: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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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와 칼바람을 조금이라도 막아 보려 길거리 쓰레기통에 들어가 잠을 청하던 노숙자가 환경미화원들 덕분에 목숨을 건졌습니다. 미화원들이 쓰레기통 안을 자세히 살피지 않았더라면 끔찍한 참사가 날 수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12월 24일 영국 데일리메일은 런던 남부 브릭스턴에서 촬영된 짤막한 영상과 함께 미화원들이 생명을 구한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이른 새벽 골목마다 놓인 재활용품 쓰레기통을 비우던 브릭스턴 미화원들은 통에 수북히 담긴 골판지 사이로 털뭉치가 비어져 나온 것을 눈치챘습니다. 겨울 외투 후드에 붙어 있는 털처럼 보였습니다. 


누군가 옷을 버렸나 보다 하고 넘길 수도 있었지만 미화원들은 혹시 모를 불상사를 막으려 골판지를 끄집어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통 안에는 1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젊은 여성 노숙자가 곤히 잠들어 있었습니다.


런던 거리를 오가는 대형 쓰레기차에는 자동 압축 장치가 달려 있습니다. 미화원들이 통을 비우기 전 안을 꼼꼼히 살피지 않았더라면 끔찍한 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었습니다. 미화원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며 조심스레 노숙자를 깨웠습니다.

“여기서 자면 안 돼요. 위험해요. 어서 나와요”라며 부드럽게 타이르는 소리에 눈을 뜬 여성은 잠이 덜 깬 듯 멍하니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통 밖으로 나왔습니다. 


미화원들은 여성이 일어나는 동안에도 “천천히 나와요, 천천히”라며 걱정 어린 목소리로 계속 말을 걸었습니다. 마침내 노숙자가 완전히 통 밖으로 나오자 미화원들은 서로 ‘우리가 사람을 구했다’며 격려를 주고받았습니다.


생명을 살린 미화원들의 눈썰미에 시민들의 칭찬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영국 네티즌들은 “통을 그대로 비웠더라면… 생각만 해도 오싹하다”, “안을 일일이 살펴 본 환경미화원들의 철저함에 박수를 보낸다”, “저 어린 노숙자도 누군가의 딸일 텐데”, “노숙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되길 바란다”며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런던 시는 나날이 늘어 가는 노숙자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31일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7월~9월 런던 시내 노숙자 수는 3103명으로 집계됐습니다. 3개월 단위 조사에서 노숙자 수가 3000명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마땅한 거처를 마련하지 못 해 거리로 내몰린 이들은 각종 범죄에 노출되는 것은 물론 추운 겨울 생존의 위기에도 놓여 있습니다.


런던 주거대책담당자 헤더 휠러(Heather Wheeler)씨는 “2022년까지 런던 시내 노숙자 수를 반으로 줄이고, 2027년에는 그 누구도 노숙하지 않는 도시로 만드는 게 목표”라며 노숙문제 해결을 위해 총 12억 파운드(약 1조 7167억 원)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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