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인기 '인형탈 알바'..귀여운 인형 뒤에 감춰진 고충
한시적으로 일하고 싶은 사람에게 최저임금보다 시급1000~5000원이 더 높은 인형탈 아르바이트는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업주도 아르바이트생이 어리면 그만큼 귀엽게 행인들에게 다가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선호한다. 인형탈 아르바이트생은 가게 홍보 차원에서 거리를 배회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눈에 띌 법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인기 인형탈이 되면 SNS상에 퍼져 업주 입장에서는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
특히, 귀여운 인형일수록 어린아이들의 시선을 빼앗아 사람들이 더욱 몰린다. 하지만 아이들이 다가와 때리는 건 물론 인형탈을 벗기려고 해 탈 속에 갇힌 아르바이트생을 난관에 빠뜨린다.
비단 아이들만 인형탈 아르바이트생에게 접근하는 게 아니다. 어른들도 "여자(남자)에요?", "몇살이에요?"부터 일부는 이곳저곳 만지려고까지 한다.
인형탈 의상이 두꺼워 보여서 못느낀다 생각할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알지만 말 하지 못할 뿐이다. 날씨만 인형탈 아르바이트생을 괴롭히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체력이 바닥나는 인형탈 아르바이트의 속내는 더 암울했다.
‘때리면 맞아라’ 인형의 규칙
“절대 말을 하거나 얼굴을 보이지 말 것, 사람들이 싸움 걸면 대응하지 말 것, 때리면 피하거나 그냥 맞을 것, 정해진 자리에서 10분 이상 이탈하지 말 것.”
실제로, 인형탈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고생 A씨는 인형 옷에 가려진 자신의 몸을 누군가 만진다는 느낌이 들어 이를 사장에게 이야기하자 “여자인 걸 숨기라”는 ‘주의사항’만 들었다고 한다. 큰 탈을 쓰고 큰 신발을 신고 팔 토시를 착용하는 게 지금으로선 최선”이라고 말했다.
“30분 하니 가라고 해”
B씨는 “2시간 일하러 왔는데, 30분 하니 가라고 하더라. 계약서가 없으니 사업주의 말이 곧 법”이라고 말했다.
전단지 배포의 일감 독점 구조 때문에 근로계약서는 애초에 무리라는 견해도 있다. 시청역 9번 출구에서 전단지를 나눠준 이모 씨는 “일감을 꽉 쥐고 있는 몇몇 사람에게서 연락이 와야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나 말고도 일할 사람이 많아 근로계약서를 운운하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라고 했다.
길 가던 아이들부터 아주머니, 아저씨들까지 자연스럽게 관심을 주는 아르바이트이다 보니 약간의 스킨십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에이, 설마 만지는 걸 느끼겠어?"라고 생각하는 순간 당사자에겐 고역이 시작된다.
거리에서 인형탈을 발견하면 "추운 겨울 수고한다, 고생한다"라는 의미로 손 한 번씩만 뻗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이 글은 신동아 <‘전단지 배포 알바’ 감춰진 세계>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