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머그잔에 남은 음료, 일회용 컵에 옮길 때 허탈했다면

조회수 2018. 12. 11. 13: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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텀블러 공짜로 빌려주는 美스타트업

카페에서 딜레마에 빠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이 말을 들을 때죠. “남은 음료는 테이크아웃 컵에 담아드릴까요?”


반절 이상 남은 음료를 버리자니 아깝고, 기껏 머그잔을 사용했는데 일회용 컵에 담아 나가자니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합니다. 설거지거리는 설거지거리대로 생기고 일회용품은 일회용품대로 쓰게 되는 셈이니 말입니다. 


텀블러를 챙겨오지 않은 자신을 탓하며 “아뇨, 괜찮습니다”라고 말하길 몇 번. 역시 카페에 앉아있는 동안 모든 음료를 ‘폭풍흡입’ 하는 수밖에 없는 걸까요?

출처: Vessel Works 제공

미국 스타트업 ‘베셀 웍스(Vessel Works)’는 이런 내적 갈등을 깔끔하게 해결할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콜로라도 주 볼더(Boulder)시에서 창업한 베셀웍스는 텀블러를 무료로 빌려주는 업체입니다.


텀블러를 빌린 손님은 하루 종일 자유롭게 들고 다니다가 카페에 돌려주면 됩니다. 음료를 구입했던 매장이 아니더라도 베셀웍스 텀블러가 비치된 카페라면 아무 곳에나 반납 가능하며 동네 곳곳에 있는 반납용 키오스크에 넣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빌려가서 돌려주지 않는 얌체족을 막기 위한 장치도 있습니다. 베셀웍스에 회원으로 가입한 고객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출처: Vessel Works
베셀웍스 텀블러 사용법을 설명한 그림.

공짜로 컵을 빌려주면 비용은 어떻게 감당할까요? 베셀웍스는 개인이 아닌 카페로부터 대여비를 받고, 대신에 수거한 텀블러를 깨끗하게 세척해 다시 비치해 줍니다. 카페 입장에서는 환경을 생각하는 매장이라는 이미지도 얻고 설거지의 귀찮음도 덜 수 있으니 일석이조입니다.


베셀웍스 CEO 대니 터커(Dagny Tucker)씨는 2016년 파슨스 디자인학교에서 강의하던 시절 사람들이 일회용 커피컵을 들고 다니다 길거리 쓰레기통에 버리는 모습을 보고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브루클린과 맨하탄에서 시범운영을 해 본 터커 씨는 사람들이 일회용품을 줄이고 싶다는 생각은 갖고 있지만 오래된 습관을 단번에 바꾸지 못하는 것 뿐이라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출처: Vessel Works 제공

예측은 적중했습니다. 손님들은 ‘텀블러를 사고도 자꾸 깜빡해서 집에 두고 다녀 아쉬웠는데, 정말 좋은 서비스’라며 반겼습니다. 터커 씨는 “볼더 시 주민들은 환경에 관심이 많은 편이지만, 지역 카페 운영자들에 물어보니 개인 텀블러를 들고 오는 사람은 하루에 열 명 남짓밖에 안 된다 하더라고요”라고 설명했습니다.


환경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만 하던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준 베셀웍스는 현재 볼더 시와 뉴욕 시에서 사업을 운영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베셀웍스 측은 “우리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어서 모인 사람들”이라 말했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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