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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비실이 '텅'비실 되는 건 순간..'소확횡' 두고 직장인 온도차 뚜렷

조회수 2018. 12. 10. 07: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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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우리회사...☆

평소라면 욕심을 부리지 않을 물건인데, 이상하게 ‘회사’만 오면 그렇게 챙기고 싶어지는 것들이 몇 개 있습니다. 탕비실 한켠에 채워진 커피믹스, 낱개 포장된 과자, 사탕, 초콜릿이 눈에 밟힙니다. 양손 움큼 채우고 주머니까지 가득 채워야 기분이 좋아집니다. 성이 안찰 땐 회사 ‘시간’을 활용합니다. 가령, ‘화장실은 출근 후에, 양치는 점심시간 이후에, 근무 중 흡연은 10분씩!’ 과 같은 나만의 규칙을 회사에서 실천하는 겁니다.

소확행이라 쓰고 ‘소확횡’(소소하지만 확실한 횡령)이라 부릅니다.
출처: 인스타그램 #소확횡 갈무리

직장인들은 회사 탕비실에서 과자, 음료수를 챙기거나 회사 프린터로 개인 자료를 대량 인쇄하는 등 회사에서 소확횡을 함으로써 소확행을 추구합니다. “#소확횡이_곧_소확행”이라는 해쉬시태그와 더불어 인스타그램에 ‘소확횡’을 검색하면 300여 개의 게시글이 등장합니다. 직장인들이 푹 빠진 소확횡 놀이, 일각에서는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귀여운 장난이라고 여기지만 이 역시 절도에 가깝다고 보는 시선도 적지 않습니다.

출처: 직장인 소확횡 8(부제 : 열 받을 땐 회사를 털어보자 포스팅 댓글

소확횡에 공감하는 직장인들은 회사에서는 ‘을’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반항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실제로, 직장인 A 씨는 “사회 초년생이 회사생활에 치이다 보면 소소한 행복을 누릴 시간도 내기 힘들다, 소확횡은 회사에서 누릴 수 있는 신입사원 버전의 소확행”이라고 전했습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소확횡은 회사 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개인 차원에서 해소하려는 사회 현상 중 하나”라며 근로자가 불만을 표출할 수 있는 제도적 창구가 부족한 한국 사회의 특성도 소확횡 현상에 한몫했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출처: "회사 탕비실서 커피믹스 한 움큼".. 직장인들의 '소확횡' 기사 댓글
소확횡 기사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

하지만, 소규모 기업을 운영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소확횡이 결코 소소한 게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작다고 느껴지는 것들도 여러 사람이 하기 때문에 회사는 부담으로 느낀다는 겁니다. 또한 같은 직장인으로서 동료가 소확횡을 하는 걸 보기만 해도 눈살이 자연스레 찌푸려진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아무리 소소할지라도 이 역시 절도라는 겁니다.

문제는, 소확횡을 절도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겁니다. 누가 몇 개의 비품을 썼고, 얼만큼 먹었고, 챙겨 놨고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확실한 건 서양에서 소확횡 놀이가 유행한다면 이는 명백한 위법행위라는 겁니다. 미국의 경우 이를 ‘직원 절도(employee theft)’로 간주하고 절도의 종류를 세분화해 엄격하게 단속합니다. 이렇게까지 하는 데도 불구하고 미국 내에서 직원 절도로 인한 기업들의 손실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출처: 비행나비 트위터


“쪼잔하게 뭘 그러냐, 소확횡 정도는 눈 감고 넘어가 줘야 한다”, “바늘도둑이 소도둑 될 텐데 절도로 처리해야 한다”라는 입장이 팽팽한 가운데, 직장인의 온도차는 좁혀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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