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매출 10억..퇴사 후 '내시 이모티콘'으로 대박
때로는 구구절절한 텍스트보다 하나의 이모티콘을 쓰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2018년 카카오톡이 선정한 ‘올해의 인기 이모티콘’에 이름을 올린 ‘늬에시’ 역시 수 많은 사람들이 써온 이모티콘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너무나 적절하고 기발한 이 이모티콘을 만든 사람이 궁금했다. ‘늬에시’를 만든 철새(박철연˙29) 작가를 만나 이모티콘 제작자가 되는 방법부터 수입, 앞으로의 계획까지 많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이모티콘 제작자가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2017년 여름에 우연히 일반인 작가의 대충 그린 ‘B급 감성’ 이모티콘이 흥했다는 기사를 보게 됐습니다. 기사를 보고 ‘나도 도전해 볼 만 한데?’ 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마침 직장 생활도 3년차에 접어들어 지쳐가고 있었는데, 그 기사가 자극제가 되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가볍게 용돈벌이 느낌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원래 직업도 캐릭터 디자인과 관련이 있으셨나요?
A. 아니요. 원래는 주방용품 디자이너였어요. 전공도 산업디자인쪽이라 캐릭터 디자인과는 거리가멀었고, 그 경력이 딱히 도움됐다고 할 수도 없는 거 같아요. 올해(2018년) 3월까지만 해도 회사 일과 병행하면서 부업으로 제작을 했었는데, 두 가지를 병행하려니 힘들어서 퇴사를 했고, 현재는 이모티콘 제작일만 하고 있습니다.
Q,. 그러면 캐릭터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도 이모티콘 제작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네요.
A. 네 그렇죠. 제 생각에 이모티콘은 그림실력보다는 매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림을 잘 그리면 도움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요. 포토샵을 조금 다룰 줄 안다면, 누구든지 쉽게 도전할 수 있습니다. 우선 카카오톡 이모티콘 스튜디오 제출양식에 맞추어서 제출을 하면 심사가 이루어지고, 2주 정도 후에 승인이 되면 스토어에 올라가게 됩니다.
Q. 처음부터 잘 될 것이라고 예상하셨나요?
A. 잘 될 거라고 예상은 못했어요. 주변에서 반응은 좋았지만 진짜 내 이모티콘이 좋은건지, 예의상 좋다고 해주는건지 잘 몰랐어요. 첫 출시 후에 익일이 되면 인기순위가 바뀌는데 핸드폰만 쳐다보느라 밤잠을 설쳐서 출근해서 꾸벅꾸벅 졸던 기억이 나네요.
Q. 철새 작가님의 인기비결 중 하나가 캐릭터의 독창성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많은 캐릭터 중 왜 하필 내시와 궁녀였는지 궁금합니다.
A. 일단 제가 처음에 잡았던 콘셉트는 얄미움이었어요. 제가 귀여운 감성을 끌어내기가 어려워서 최대한 잘할 수 있고, 잘 쓸 수 있는 콘셉트로 정했습니다. 얄미움을 극대화할 수 있는 캐릭터를 생각하다가 처음에는 긴팔원숭이라는 캐릭터를 얄밉게 그려서 제출했는데 떨어졌어요.
그래서 더 얄밉게, 더 생동감 넘치게 감정을 담을 캐릭터를 찾다가 내시를 떠올리게 되었고, 후에 여성 캐릭터인 궁녀를 추가했어요.
Q. 이모티콘 제작자라는 직업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A. 누군가 제 이모티콘을 사용해서 소통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매력 있는 직업입니다. ‘잘 쓰고 있다.’, ‘재밌다.’ 등등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것도 보람있고 뿌듯합니다.
Q. 뿌듯한 점도 있겠지만, 힘든 점도 있을 것 같아요.
A. 혼자 작업하다 보니 심심하고, 오래 앉아있어야 되는 점 정도인데… 회사 생활할 때 생각하면 이건 힘든 것도 아니라고 생각이 들어요. (웃음)
Q. 사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것 중 하나가 수입일 텐데요. 이모티콘 제작 수익이 어떻게 되나요?
A. ‘늬에시 뺨치는 궁늬여’ 편에서 내시가 침을 흘리면서 멍~ 때리는 장면이 있는데 그 이모티콘을 가장 많이 써요. 요즘 일이 많아서 힘든 심정을 잘 표현해줘요.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A. 늬에시 시리즈를 더 재밌게 만드는 것이 주 목표예요. 크게는 카카오 프렌즈처럼 다양하고 재미있는 캐릭터들을 많이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카카오톡에 따르면 이모티콘 누적 구매자는 7년 만에 2000만 명을 돌파했다. 스토어에 출시된 이모티콘은 6개에서 6500개로 늘었고, 10억 원 이상 매출을 내는 이모티콘은 50개에 달한다. 이모티콘 시장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월 평균 발신되는 이모티콘 22억 건. 빛나는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이모티콘 시장의 문은 활짝 열려있다.
백윤지 동아닷컴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