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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되면 공부 못 하는 아이들 위해 '태양광 백팩' 만들었어요"

조회수 2018. 11. 23. 17:0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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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팩 메고 다니면 알아서 충전된다

해가 긴 여름에는 꼬박꼬박 숙제를 잘 해 가던 모범생이 겨울만 되면 백지 노트를 들고 학교에 갑니다. 대체 무슨 영문일까 싶지만 코트디부아르 시골 마을에서는 흔히 일어나는 일입니다. 마을에 전기가 골고루 들어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도 아비장에서 270km정도 떨어진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에바리스트 아쿠미안(Evariste Akoumian·38)씨는 코트디부아르 국립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했습니다. 졸업 뒤 곧바로 컴퓨터 전문 소매업체에 취업한 그는 몇 년 뒤 독립해 자신만의 컴퓨터 매장을 차릴 정도로 사업에 재능이 있었습니다.

출처: Solarpak
솔라팩 창업자 에바리스트 아쿠미안 씨

일 때문에 자주 출장을 다니던 아쿠미안 씨의 관심을 끈 것은 더 많은 돈도, 유명한 사업 파트너도 아니었습니다. 


2016년 작은 동네 공동시설에 컴퓨터를 설치하러 갔던 그는 날이 어두워지면 어린이들이 희미한 기름 램프를 밝히고 책을 읽는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해가 빨리 지는 겨울이 되면 저녁공부는 더 힘들어집니다. 코트디부아르의 만성 전기부족에 관해 잘 알고 있던 아쿠미안 씨였지만 아이들을 직접 만나 보니 느낌이 달랐습니다.


어두운 곳에서 책을 보면 시력도 나빠지고 집중력도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교육받을 기회와 건강하게 자랄 권리를 모두 주고 싶었던 아쿠미안 씨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도시 아이들은 밤에도 숙제를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시골 아이들은 흐릿한 등잔 밑에서 눈을 부릅뜨고 공부하거나, 그조차도 여의치 않으면 아예 저녁 공부를 포기해야 합니다. 불공평한 일이죠.”

출처: http://observers.france24.com

고심 끝에 아쿠미안 씨가 떠올린 것은 태양광 패널이었습니다. 일조량이 풍부한 아프리카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휴대용 전기 충전장비를 아이들에게 지급하면 밤에도 탁상등을 밝힐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등하교 때 메고 다니는 책가방에 태양광 패널을 달면 딱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닿자 그는 곧바로 스타트업 ‘솔라팩(Solarpak)’을 설립했습니다.


사업 의도를 들은 친구들이 호의를 베풀어 사무실 공간을 빌려주었지만 시제품을 만들고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데는 여전히 많은 돈이 필요했습니다. 후원자를 찾지 못 한 아쿠미안 씨는 개인 재산 7만 6000달러(약 8600만 원)를 털어 약 1년 만에 책가방 500개를 만들었습니다.

출처: http://observers.france24.com

아이들이 메기 좋은 크기로 만들어진 이 책가방에는 탈부착 가능한 태양광 패널과 휴대용 LED전등이 들어 있습니다. 완전 충전까지는 30분 정도 걸리며 한 번 충전하면 LED램프를 4~5시간 켤 수 있습니다. 든든한 태양광 백팩을 메고 귀가한 아이들은 USB케이블로 패널과 간이 램프를 연결해 불을 밝힙니다.


태양광 백팩은 아이들의 저녁시간 뿐만 아니라 삶 자체를 바꿔 놓았습니다.


“책가방을 처음 가져본다며 기뻐하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가난한 아이들도 ‘가방다운 가방’을 갖고 학교에 다닐 권리가 있어요. 코코아와 쌀을 옮기는 데 쓰던 주머니 같은 것 말고요.”

출처: Solarpak
솔라팩은 아프리카 외 다른 대륙 어린이들도 지원한다. 사진은 캄보디아 초등학생들에게 책가방을 전달하는 장면.

아직은 소수의 직원들과 자원봉사자의 힘으로 운영되는 스타트업이지만 아쿠미안 씨는 사업이 잘 될 거라는 자신이 있습니다. 정부 부처나 NGO등 관련 단체에서도 솔라팩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쿠미안 씨는 이런 기관들과 파트너십을 맺음으로써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솔라팩은 프랑스에서 열린 글로벌 소셜벤처 경연대회(GSVC)에서 우승을 차지했으며 미국 대회에서는 결승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2018년에는 아프리카를 이끌어 갈 미래 리더들을 발굴해 시상하는 대회인 APA(African Prestigious Awards)에서도 우승했습니다.


“우리는 가방 만드는 회사이긴 하지만, 가방을 팔아 이익을 남길 목표로 만들어 진 건 아닙니다. 솔라팩은 진취적이고 전투적인 회사입니다.”


아쿠미안 씨의 목표는 코트디부아르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의 다른 국가들, 더 나아가 전 세계의 어린이들이 더 나은 미래를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References : SolarpakObservers / Umur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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