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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뒤 '전쟁터' 찾아 다닌다는 70세 간호사

조회수 2018. 11. 22.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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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간호사로 일한 다이앤 로버트슨 벨(Diane Robertson-Bell·70)씨는 은퇴 뒤에도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보람차게 일하다 은퇴해 여유로운 노년을 보내는 게 행복이라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그는 ‘위험한 곳’을 찾아다닙니다. 

출처: 다이앤 벨 씨. 사진=국경없는의사회(MSF)

아무리 건강하다 해도 젊은 시절보다는 체력이 떨어졌을 텐데, 왜 위험 지역에 자청해서 가는 걸까요. 그는 영국 매체 미러(Mirror)에 “나는 배우자도, 갚아야 할 대출도 없이 홀가분한 몸이에요. 가족과 친구들은 내가 살짝 미쳤다고 하지만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63세에 은퇴한 이후 지역병원 응급실에서 시간제로 일하며 국경 없는 의사회(MSF)에 들어가기 위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열대 지역에서 간호하는 법을 집중적으로 공부해 학위도 얻었습니다.


그렇게 5개월을 보낸 다이앤 씨는 파푸아뉴기니로 떠날 자격을 얻었습니다. 파푸아뉴기니는 300여 개 부족이 서로 갈등을 빚어 매일같이 폭력 사태가 벌어지는 위험 지역입니다. 그는 이 곳에서 응급환자를 살리고 성폭력에 신음하는 여성들을 도왔습니다.


“현지 병원에 가 보니 제 전임 간호사는 이미 훌쩍 떠난 상태였어요. 여기 사람들은 작은 단도나 큰 칼을 몸에 지니고 다녀요. 직접 총이나 활을 만들어 쓰기도 하고요. 찔리고 베인 환자들이 매일 들어왔습니다.”

출처: 예멘 병원에서 아이를 돌보는 다이앤 벨 씨

대도시 런던에서 일하던 때와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함께 파견된 국경 없는 의사회 동료들과 똘똘 뭉쳐 스스로의 안전을 지켜야 했습니다. 사람을 살리면서 자기 목숨도 지켜야 하는 나날이 이어졌습니다.


9개월간의 파견기간이 끝나고 영국으로 돌아왔지만 다이앤 씨는 안전과 편리함에 만족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나의 사명은 끝나지 않았다’고 직감한 그는 또 다시 자원해 내전으로 황폐해진 남수단(South Sudan)으로 떠났습니다. 위험지역에서 의료활동을 하는 건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만큼 특별한 경험도 할 수 있다는 게 다이앤 씨의 생각입니다.


“예전에 두 어린아이가 제 생일을 물어보길래 ‘오늘이야’라고 대답했어요. 그랬더니 비스킷 몇 개에 초콜릿 잼을 묻혀 겹겹이 쌓은 다음 작은 촛불을 꽂아서 들고 오더라고요. 생일 케이크라면서요. 그렇게 근사한 케이크는 태어나서 처음 받아 봤습니다.”


얼마 전 70번째 생일을 맞은 다이앤 씨는 올해가 가기 전에 한 번 더 미션을 완수하러 떠날 예정입니다. 그의 이번 목적지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입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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