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 갈 각오 하고 사람 살리는 119 구급대원들

조회수 2018. 11. 20. 13: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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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래구에 사는 A씨(49)는 2016년 9월 집에서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졌습니다. 119 구급대원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A씨의 심전도를 측정하고 그 결과를 SNS로 동아대병원 권역심뇌혈관센터에 보냈습니다. 의료진은 A씨가 급성 심근경색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곧바로 심장혈관 확장술을 준비했습니다. 


119 구급대와 병원 간 신속한 의사소통 덕분에 A씨는 쓰러진 지 1시간 만에 깨어날 수 있었습니다. 

출처: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동아DB

A씨 사례처럼 급성 심근경색 환자를 살리려면 1분, 1초도 허투루 흘려 보낼 수 없지만 구급대원들과 의료진은 ‘의료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습니다. 현행법상 119 구급대원이 심전도를 측정하는 것도, 의료진이 이를 토대로 진단을 내리는 것도 모두 위법이기 때문입니다.


심전도 측정은 의료기사법상 임상병리사 자격이 있어야만 측정할 수 있고, 의료진이 SNS로 전송받은 심전도 측정 결과를 토대로 진단을 내리는 것도 의료법상 ‘무허가 원격의료’에 해당됩니다. 현행법을 어긴 구급대원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의료진은 1년 이하의 병원 폐쇄 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시범사업은 상관없지만 정규사업은 법을 어기면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출처: ⓒGettyImagesBank

● “사람 살리는 일인데…차라리 법을 어기고 말겠습니다”


동아대병원과 부산소방본부는 이를 알면서도 2016년 8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심전도 전송 네트워크’ 시범사업을 벌였습니다. 심장 이상 환자가 나오면 119구급대원이 바로 심전도를 측정해 병원으로 보내고, 의료진은 급성 심근경색 여부를 확인해 신속하게 조치하기 위한 것입니다.


시범사업 기간 급성 심근경색 환자 286명이 구조부터 심장혈관 확장술을 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시범사업 전 평균 92분에서 79분으로 13분 단축됐습니다. 이에 동아대병원은 처벌을 각오하고 ‘심전도 전송 사업’을 정식 사업으로 강행할 방침입니다.


동아대병원 김무현 심혈관센터장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 차라리 법을 어기고 말겠다”고 말했습니다.


● “심전도 전송, 취지는 공감하지만…” 망설이는 복지부


지난해 급성 심근경색 의심환자의 2시간 골든타임 준수율은 절반(49.7%)에도 못 미쳤습니다. 구급대원은 환자에게 심근경색이 왔는지를 알 수 없고, 일단 가까운 응급실로 이송하는 것이 최선이기 때문입니다. 이송된 응급실이 심장혈관 확장술을 할 수 없는 곳이라면 환자를 치료할 방법이 없습니다.


복지부는 시범사업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행법에 어긋나는 사업을 허용하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입니다. 복지부는 2015년부터 의료진이 영상통화로 조언하면 119구급대가 심정지 환자에게 필요한 약을 주사할 수 있도록 하는 ‘스마트 의료지도’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사업도 “구급대원에겐 전문의약품 투약 권한이 없다”는 논란 때문에 정식 사업으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이 글은 동아일보 조건희 기자의 <[단독]감옥에 갈 각오하고 심장환자 살리는 119>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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