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뜨려면 벗어!

조회수 2019. 7. 24. 09: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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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동아일보

얼마 전, 10대 보이밴드 ’더 이스트라이트’ 멤버인 이 석철 군이 소속사 대표로부터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기획사의 갑질 횡포는 현재 진행형이다. 대중 문화계에서의 ‘갑질’은 다양한 방식으로 펼쳐졌다. 폭언은 기본이고 폭행은 덤이다. 여성 배우에게는 성적 수치심을 느낄만한 발언도 서슴지 않고 뱉는다.

실제로, 조연을 지원한 신인 여배우에게 옷을 벗으면 혹은 노출신을 찍으면 주연급으로 올려주겠다는 제작자의 제안이 있었다. 이러한 생태 속에서 문화계에 만연해 있는 갑질을 근절하려는 노력이 없는 건 아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공정상생센터,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불공정 거래를 개선하기 위해 예술인 신문고 제도를 운용한다. 하지만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출처: pixabay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이 콘텐츠진흥원에서 받은 ‘대중문화예술 법률자문 내역’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8월까지 163건의 상담 중 75건이 연습생에 대한 기획사의 금전 요구나 계약 불이행에 대한 고소 고발이다. 연습생들은 금전적으로 여력이 없고, 소속사 없이 데뷔가 불가능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침묵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기존 배우들 또한 새로운 차원의 ‘을’이 된다. 배우 민지혁은 영화 ‘임의 침묵’ 제작사가 오디션 배우들에게 면접비 1만 원을 요구했다고 지난달 폭로했다. 영화사 측은 “면접비 요구는 업계에서 당연할 뿐만 아니라 지원자를 위한 간식비로 사용하려는 것”이었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내 돈 내고 면접을 보는 것도 아이러니하지만 면접에 붙어도 상황이 나아지는 건 아니다. 

바로, 무(無) 계약서 관행 때문이다. 공식 과정을 통해 정정당당하게 배역을 따냈을지라도 계약서 작성은 없는 셈 친다. 즉, 출연료에 대한 공식적인 서류를 작성하지 않는 것이다. 이로 인해 출연료 미지급 문제 역시 고질적으로 남아있다. 원로 배우 이순재 씨도 “몇 년 전 출연료를 받지 못한 일이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단역 배우들은 근로 계약서 작성을 입에 올려 보지도 못한다. 

출처: pixabay

문화계의 생태 구조는 갑-을 관계가 명확하다. 이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 건 ‘을’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며 존재하더라도 법적 효용성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갑이 휘두르는 행위는 어떤 ‘을’에게 밥줄이자 또 다른 ‘을’에게는 꿈이다. 을의 약점을 악용해 열정 페이를 동원하는 방식을 끊어내는 실질적인 장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글은 동아일보 “’옷 벗으면 주연 시켜줄게’ 오디션장의 악몽” 기사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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