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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입주기업 직원 "두고 온 설비보다 北동료 안부 더 궁금"

조회수 2018. 10. 13. 09: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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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처럼 현장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개성에 설비가 제대로 있을지, 전기는 제대로 들어올지에 대한 걱정보다도 10년 동안 한솥밥 먹던 식구들이 잘 있는지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요. 저랑 2006년부터 같이 일하던 스물세 살 직원이 결혼하고 애 엄마 되는 과정을 다 지켜봤는데 그렇지 않겠어요?”

개성공단 ‘1호’ 입주기업인 에스제이테크는 개성공단 폐쇄 직후 인천 서구에 있던 창고를 급하게 공장으로 개조해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4일 인천 공장에서 직원들이 제품을 만들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 개성공단 중단 선언 후 2년 8개월…입주기업들 상황은?


10월 4일 인천 서구 에스제이테크 공장에서 만난 이규용 품질팀장은 개성공단 시절에 찍었던 사진들을 보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자동차/기계 부품을 만드는 에스제이테크는 2004년 개성공단에 1호로 등록했던 기업입니다.


이 팀장은 “지금은 납기 맞추기도 바빠 (개성공단 재개에 대해) 신경 쓸 겨를이 없다”면서도 공단이 재개되고 다시는 중단되지 않도록 확실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면 당연히 다시 개성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2016년 2월 개성공단 중단선언 직후 급하게 철수한 에스제이테크는 기계(사출기) 6대와 금형 3000여 개를 그대로 두고 내려왔습니다. 당장 납품을 해야 하기에 물류창고로 쓰던 곳을 급하게 임시 공장으로 개조해 현재는 사출기 11대, 금형 500여 개만 갖춘 상태입니다. 좁은 공간에 효율적으로 기계를 배치해 생산을 이어가고 있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은 반 토막 나고 말았습니다.


유창근 에스제이테크 대표는 “최근 강원 횡성군에 새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이 공장 건설을 계기로 전기자동차 부품 등 신사업 분야를 강화해 재기의 발판으로 삼을 것”이라며 “개성공단이 재개될 수 있도록 기업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동아일보 DB
직원들과 함께한 이종덕 대표(가운데).

개성공단 중단 뒤 해외로 눈을 돌린 기업도 있습니다. 속옷 생산 회사 영이너폼 이종덕 대표는 백방으로 알아본 끝에 베트남 호찌민에 공장 부지를 임차했습니다. 재봉틀과 성형기기, 접착기계 등 주요 설비를 북한에 두고 철수할 수밖에 없었던 상태라 앞길이 막막했다고 합니다. 


이 대표는 “중단 소식을 들었을 당시엔 인생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며 “중단 사태 등에 대한 대비책이 충분히 마련된다면 다시 개성공단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개성공단기업협회의 4월 조사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기업 중 이들처럼 해외 공장 이전이나 대체시설 확보 등을 통해 사업 재기 노력 중이라고 답한 기업이 60.4%였습니다. ‘매출과 인원이 줄긴 했지만 큰 차질은 없다’는 곳이 21.8%, ‘큰 차이가 없다’는 곳도 4.0%였지만, ‘사실상 폐업 상태’라고 답한 곳도 13.9%나 됐습니다.


현재 경영상 처한 어려움(복수 응답)으로는 ‘원자재 구입, 노무비 등 경영자금 확보’(58.4%), ‘거래처 감소에 따른 주문량 확보의 문제’(38.6%), ‘시설투자 등 설비자금 확보’(35.6%) 등을 꼽은 곳이 많았습니다. 


개성공단 재개 시 재입주 의향을 묻는 질문에는 ‘조건과 상황을 보고 재입주하겠다’는 곳이 69.3%로 가장 많았고, ‘무조건 재입주’가 26.7%, ‘의향 없음’이 4.0%였습니다.


인천=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 원문: 동아일보 <“두고 온 설비 걱정보다 10년 한솥밥 北동료 더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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