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팔아 연 26억 버는 노인들.. 산골 기업의 비밀은?

조회수 2018. 10. 8. 11: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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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자로 이루어진 일본의 한 산골 마을에는 연 매출 약 2억6000만 엔(한화 약 25억8000만 원)을 올리는 마을 기업이 있다.

일본 도쿠시마현 가미카쓰초는 1700명 가량의 인구 중 절반 이상이 65세를 넘긴 도시다. 도시 면적의 86%는 삼림이라 장사에 적합하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이로도리사(社)는 이 산골에서 26억 원에 가까운 매출을 내고 있다. 함께 일하는 농가들 역시 연 평균 300만 엔(약 3000만 원) 정도의 수입을 올린다.

이로도리의 주요 사업은 ‘나뭇잎’ 판매. 말 그대로 나뭇잎을 따다 판매하는 것으로, 각양각색의 쯔마모노(일본 요리 장식을 위해 쓰이는 나뭇잎, 꽃 등)를 계절별로 재배해 전국 각지의 고급 요리점에 납품한다.

마이니치신문, 다이아몬드 등 일본 매체와 국내 코트라 자료에 따르면 이 같은 이로도리의 ‘나뭇잎 사업’은 독특한 지역 활성형 농상 연계 사례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처음 “잎사귀를 팔아보자”는 생각을 한 건 요코이시 도모지 이로도리 대표다. 일본 농협의 직원이었던 그는 인구 고령화로 마을 노동력이 줄어드는 것을 보고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했다.

고민에 빠진 그는 언젠가 찾았던 스시 가게에서 손님들이 음식에 장식된 나뭇잎을 좋아했던 것을 떠올렸다. 나뭇잎을 재배하고 깨끗이 닦아 포장하고 판매하는 것은 농가의 노인들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일 같았다. 그는 2년간 고급 요리점들을 돌며 고객 니즈를 분석하고 잎사귀 공부를 시작했다.

“나뭇잎을 팔아 돈을 벌자”는 요코이시 대표의 아이디어에 주민들의 첫 반응은 냉담했다. “나뭇잎이 무슨 돈이 되느냐”며 화를 내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꾸준한 설득 끝에 주민들도 마음을 열었다. 요코이시 대표는 가미카쓰초 등의 출자를 기반으로 1999년 이로도리사를 설립, 본격적인 나뭇잎 사업을 시작했다.

요코이시 대표는 과거 월간조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로도리는 주민들을 대신해 기획, 홍보, 마케팅을 담당하는 회사”라고 밝혔다. 나뭇잎을 재배하는 농가는 회사가 제공하는 시장동향과 판매 시스템을 기반으로 보다 효율적인 재배가 가능해진다.

또한 재배·판매를 위한 시스템은 계속해서 진화하는 중이다. 2년 전에는 스마트폰 메신저인 라인을 활용해 중개업자와 도매업자, 생산자 등 모든 유통 관계자가 주문·출하·결품 등 정보를 동시 공유할 수 있게 됐다. 보다 효율적으로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게 된 비결이다.

뿐만 아니라 이로도리는 인턴십을 통한 인재육성을 비롯, IT기업과의 연계를 통해 가미사쓰초 외 타 지역의 농업 활성화를 위해서도 힘을 쏟고 있다. 당장의 수익도 좋지만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흔한 나뭇잎 한 장으로 마을에 활기를 가져온 ‌이로도리사와 요코이시 대표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황지혜 동아닷컴 기자 hwang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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