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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교사 "숙제 안 한 학생에 '0점' 줬다가 해고 당했다"

조회수 2018. 10. 1. 18: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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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플로리다 주 교사가 숙제를 안 해 온 학생에게 0점을 줬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다이앤 티라도(Diane Tirado·52)씨는 세인트 루시 카운티 공립교육구 웨스트게이트 K-8 학교에서 역사 교사로 일했습니다. 그는 ‘노 제로 정책(No Zero policy·낙제 수준으로 성적이 낮은 학생에게도 최저 점수를 주는 정책)’을 어기고 학생들에게 ‘0점’을 주었습니다. 그는 뉴욕포스트에 “학교 측에서는 아무리 못 해도 50%의 기본 성적을 주라고 했지만 난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출처: 다이앤 티라도 씨 페이스북

티라도 씨는 8학년(한국의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의 새 학기 첫 과제로 15세기 때 탐험가들이 하던 방식으로 2주간 역사 일지를 써 오는 과제를 냈습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이미 아이가 해야 할 과제가 많은데 티라도 선생님이 내 준 숙제는 너무 버겁다’며 항의했습니다. 학부모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치자 티라도 씨는 교장실에 불려가기도 했습니다.


그는 “아이들이 숙제를 해 오지 않는 상황에는 익숙합니다”라며 “하지만 숙제를 안 하고도 점수를 받는 건 옳지 못하다고 생각해서 아예 점수를 주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티라도 씨는 수습채용된 지 두 달 만인 9월 14일(현지시간)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학교 측은 공식적인 해고 이유를 밝히지 않았으나 티라도 씨는 자신이 학교 시스템에 정면으로 저항했기 때문에 해고당한 것이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는 마지막 수업 날 칠판에 “잘 있어요 여러분. 티라도 선생님은 여러분을 사랑하고 항상 잘 되길 바랍니다. 나는 과제를 제출하지 않은 학생에게도 기본점수를 주라는 지시를 거절했기 때문에 해고당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적고 학교를 떠났습니다.

출처: 티라도 씨가 학생들에게 남긴 메시지. 사진=다이앤 티라도 씨 페이스북

티라도 씨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보상을 주는 건 그 사람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줌으로써 아이들을 괴물로 만들고 있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이어 “어린 시절에 노력하지 않고도 무언가를 얻어 본 경험이 반복되면 어른이 되어서도 평생 ‘거저 얻는’ 것만 바라게 됩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최저점수 보장 논란에 학생과 학부모들은 물론 전현직 교사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노력해야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어릴 적부터 교육시켜야 한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미래를 준비시키는 곳이다. 아무런 일도 안 하는 직원에게도 월급의 50%를 주는 직장은 없다“며 티라도 씨를 옹호하는 이들이 많았으나, 최저점수 보장에는 이유가 있다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집안 환경 때문에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에게 낙제점을 주어 탈락시켜 버리면 이 아이들은 유급을 반복하다 아예 학교에 나오지 않게 된다. 50% 최저점수 보장은 이런 학생들을 학교 울타리 안에서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논란이 일자 학교 측은 “몇몇 교사가 과제를 내지 않은 학생에게도 최저점수를 준 바는 있지만 공식적인 ‘노 제로’ 규칙은 없다”고 항변했으나 티라도 씨는 “학생·학부모용 안내문에 분명 빨간 글씨로 ‘노 제로’ 규칙이 있었다”며 사진을 첨부해 반박했습니다.

출처: 빨간 글씨로 ‘노 제로’ 성적 규정이 적힌 안내문

현재 티라도 씨는 지역 언론들의 인터뷰나 방송출연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하며 교육현장 변화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그는 9월 27일(현지시간) 페이스북에 근황을 공개하며 “요즘 일 때문에 생각이 많아져 새벽 3시에도 잠을 이루지 못 하고 있습니다.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다는 데 안도감을 느낍니다”라며 학부모들이 모두 힘을 합쳐 공교육을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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