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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공신화’ 인플루언서 세계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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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패션몰 ‘스타일난다’를 6000억 원대에 매각한 김소희 대표, 자신을 내세운 뷰티 브랜드로 22세에 1조원 대 부자가 된 미국 모델 카일리 제너, 연예인급 팬덤을 거느리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대도서관’, ‘밴쯔’, ‘씬님’….

유튜브 크리에이터 '대도서관' (게임방송)

최근 성공신화의 주인공 대부분은 인플루언서(Influencer·온라인 마케팅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입니다. 일반인에서 ‘조회수 1’의 흑역사를 딛고 부와 인기를 거머쥔 이들의 스토리는 ‘계층 이동사다리’가 무너진 현실에서 매혹적으로 다가옵니다. 


이들을 동경하며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이들도 늘고 있지만 문제도 적지 않습니다. 일부 인플루언서는 무책임한 언행이나 검증되지 않은 물건 판매로 사회적 피해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뉴미디어를 타고 유통채널을 통째로 삼킨 인플루언서 세계의 명암을 들여다봤습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밴쯔' (먹방)

● 친근하지만 ‘귀하신 몸’


공기업에 다니는 김윤주 씨(38)는 요즘 검색과 쇼핑을 모두 인스타그램에서 합니다. 이전에는 검색은 인터넷, 쇼핑은 소셜커머스 사이트에서 했지만 이제는 인스타그램 셀럽들의 정보를 보고 결정합니다. 육아 정보, 예쁜 아동복, 맛집, 화장법, 시댁흉…. 필요한 모든 정보가 그 안에 다 있었기 때문입니다.


“매일같이 그들의 일상을 접하다보니 어느 순간 친구처럼 느껴졌어요. 댓글로 고민도 나누니까요. 오래 봐온 만큼 그가 권하는 물건도 믿고 사게 되죠.”


셀럽(celeb · 유명인을 뜻하는 영어 단어 celebrity의 줄임말)형 인플루언서의 무기는 친근함입니다. 일상을 전시해 팔로워를 확보한 뒤 스스로를 브랜드화하거나 제품을 판매합니다. 그들과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일부 팔로워는 충성고객이 됩니다. “연예인은 아니지만 빼어난 감각과 럭셔리한 일상을 자랑하는 이들의 일상은 드라마보다 재미있다. 팬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뷰티 인플루언서 '이사배'

인플루언서들 가운데 메가(팔로워 100만 명 이상), 매크로(10만~100만 명), 나노(1만~10만 명) 인플루언서는 준 연예인급 팬덤을 거느립니다. 이사배, 포니, 씬님, 헤이지니, 대도서관, 벤쯔 등 메가 인플루언서들은 연예인처럼 소속사에서 관리합니다. 개인마다 다르지만 보통 계약 기간은 3년, 수익배분은 6대 4 전후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업 마케팅 채널도 인플루언서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메가 인플루언서들은 캠페인 하나 당 5000만 원 이상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통 동영상 인스타그램 게재와 게시물 3~4건, 행사 참석 등을 묶어서 계약합니다.

뷰티 인플루언서 ‘쏭냥’

● ‘우리 언니’라고 믿었는데 ’82 피플’?


“명품 비슷한 제품을 팔아서 진짜 명품 사고, 차도 사고, 집도 사고. 그러면서 매일 우는 소리하며 위로해달라니 눈꼴 시릴 수밖에요.”


SNS에서 물건을 파는 셀럽을 ‘마켓 크리에이터’라고 부릅니다. 최근 5년간 급성장한 마켓 크리에이터들을 보는 시선은 엇갈립니다. 추종자들은 유행하는 아이템을 합리적 가격에 살 수 있어 좋다며 편을 듭니다. 반면 온갖 스토리를 갖다 붙여 물건을 파는 ‘반짝 상인’이라며 ’82 피플(빨리(82) 변하는 아이템을 파는 사람)’이라고 조롱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직장인 서모 씨는 “좋은 판매자도 있겠지만 옷부터 간장게장까지 돈 되는 물건이라면 다 파는 모습은 장사꾼 그 자체다. 진심이라며 늘어놓는 일상도 결국 물건을 팔기 위한 작업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한 마켓 크리에이터와 친하게 지낸 적 있다는 2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솔직한 후기를 올렸더니 ‘악플러’라며 차단당했다. 물건 팔기 전에는 예쁜 동생이라더니 졸지에 악플러라고 하더라”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최근 벌어진 파인애플 식초 사태는 이들에 대한 비판에 불을 붙였습니다. 한 업체에서 판매한 파인애플 식초를 먹고 하혈 등 부작용을 겪은 이들이 항의하자 업체에서 이 소비자들을 악플러로 몰아간 것입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문성 없이 의학 지식을 남발하거나 제품의 효용을 과장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일부 셀러들이 소통을 한다며 선을 넘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습니다.


9월 6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광고주로부터 협찬받은 제품을 직접 사서 사용한 것처럼 후기를 올리는 마케팅 수법을 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공정위는 화장품, 대체의약품, 다이어트제품, 소형 가전제품 등에 대한 리뷰를 집중 조사할 방침입니다.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

● 부업으로 도전? ‘1% 성공신화’ 기억하라


SNS셀럽들은 자신들의 일이 화려하거나 쉽지만은 않다고 말합니다.

“‘사진과 영상을 찍어 올리면 되는 거 아니냐’, ‘부업으로 도전하고 싶다’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하지만 팔로워 1만 명 이상을 목표한다면 확실한 정체성과 각오를 갖고 뛰어들어야 해요.

이 일은 쉬우면서도 위험해요. 늘 경쟁력 있는 아이디어를 내야 하고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게 공부하며 미래를 고민해야 하죠. 방송을 보는 분들께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아 언행을 늘 조심해야 합니다. 자유로운 건 시간뿐이에요.”

(뷰티 인플루언서 ‘쏭냥’ 송지혜 씨)

또 다른 인플루언서는 ‘나다움’을 잃지 않는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셀럽분들은 실제로 만나면 흥이 많고 당당해요. 셀럽처럽 ‘보이고’ 싶은 사람들은 남의 시선이 불편해 오래 못 갑니다. 실제로 본인이 셀럽 생활을 즐겨야 성공할 수 있어요”라고 설명했습니다.


시장 상황도 갈수록 각박해지고 있습니다. 과거엔 수익과 관계없이 붙던 광고료는 이제 구독자와 동영상 시청시간을 따져 책정되는 등 기준이 까다로워졌습니다. 유튜브는 시청시간 4000시간이 넘어야 영상에 광고를 붙일 수 있는 자격을 줍니다.


한 게임 인플루언서는 “게임은 비교적 일찍 인플루언서 시장이 형성돼 성숙기에 접어든 시장입니다. 다른 분야도 시장이 포화되면 비슷한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비관적 전망을 내놨습니다. 반면 ‘쏭냥’ 송지혜 씨는 “해외 시장을 준비하는 인플루언서들이 적지 않아요. 업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인플루언서가 된다?


대부분은 얼굴이 알려진 셀럽형 인플루언서를 꿈꾸지만, 신상을 드러내기 원치 않는 이들은 마케터형 인플루언서를 노립니다. 


부업으로 게임 전문 페이지를 운영하다가 전업해 관련 회사까지 세운 손유종 위드공감 대표(30)는 “마케터형 인플루언서의 경쟁력은 개인의 매력이 아닌 전문성입니다. 대중이 관심 가질 만한 정보를 제공하되 운영자 신분은 철저히 숨깁니다”라고 전했습니다.


2017년 연 수익 1억 원을 기록한 10대 마케터형 인플루언서는 청소년 주부 직장인 등 얼굴을 알리고 활동하기 힘든 이들이 마케터형 인플루언서로 주로 활동한다고 말했습니다.

“메이크업을 좋아해 뷰티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다. 행여 이름을 알리지 못하더라도 준비한 시간은 즐길 수 있을 테니 도전해볼 것” (20대 취준생)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인플루언서의 성공에는 우연적인 요소가 많이 작용하는데 불확실한 부분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뛰어드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보다 신중해질 것을 당부했습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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