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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 남성 피터 콘(67) 씨는 유명한 가구 제작자이자 교육자입니다. 변호사 아버지와 역사학 박사 어머니 슬하에서 자란 그 역시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역사를 전공했습니다.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살아갈 줄 알았던 아들이 대학 졸업 후 목공의 길로 들어서겠다고 하자 그의 아버지는 “몸 쓰는 노동으로는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없을 것”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콘 씨는 자기가 좋아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뉴욕에서 한창 재미나게 가구를 만들고 있던 27세 때 갑작스레 병이 찾아왔습니다. 림프암의 일종인 호지킨병이었습니다. 화학요법 치료를 받아도 5년 생존율이 55%에 불과했습니다.

놀랍게도 콘 씨는 평온한 마음으로 현실을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자기가 살고 싶은 삶을 어릴 때부터 살아왔기에 큰 미련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는 “내게 남은 시간이 단 1년이라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고, 세상에 아름다운 가구를 하나라도 더 남기고 싶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는 치료에 성공했고 생존했습니다.

하지만 호지킨병은 46세에 또 다시 콘 씨를 찾아왔습니다. 이번에는 5년 생존율이 20%로 낮아졌습니다. 목공학교를 운영 중이던 그는 자신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배움터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학교를 비영리기관으로 만드는 절차를 밟았습니다. 그는 또 다시 병을 물리쳤고 67세인 지금도 건강한 모습으로 25년 째 목공학교를 이끌며 수업하고 있습니다.

#2

태국 출장을 마친 뒤 우연히 식사를 함께하게 된 수 씨는 두 아이의 아버지입니다. 그와 아내는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지 않는 대신 그 돈으로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아이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수 씨의 고등학생 큰 딸은 춤으로 예술을 표현하고 싶어 합니다. 부모로서 걱정하던 그는 딸이 스스로를 통제하면서도 방과 후 시간을 활용해 열정적으로 춤을 배우며 행복해하는 모습에 딸의 결정을 지지하기로 했습니다. 수 씨의 딸은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으며 최근 큰 대회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네요.

독립적 성향을 가진 아이들 덕에 수 씨는 부인과 둘만의 행복한 삶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식사 자리에 함께한 은규는 유럽 축구를 20년 이상 좋아해 왔고, 언젠가 남미의 소금 사막과 프리미어리그 게임 구경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3

미국 출장 때 만난 70세 전직 의사 브루스 씨에게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했는지 물었습니다. 그는 삶에 기쁨을 주는 원천은 세 가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그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 

그리고 그 일을 스스로 잘한다고 느끼는 것.

운 좋게 ‘정말 재미있어서 하는 일’로 먹고 살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 없겠으나 모든 사람이 그렇게 살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은규에게 유럽 축구는 돈벌이와는 상관이 없지만 그는 주말 새벽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며 세상 모든 걱정을 떼어놓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무용가가 되고 싶어 하는 수 씨의 딸이 앞으로 얼마나 성공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빨리 발견하고 의미 있는 성취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죽음 앞에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아왔기에 별다른 후회가 없었던 피터. 10대에 벌써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부모의 지지를 받아가며 행복한 노력을 해 나가고 있는 수의 딸. TV로 보던 유럽 축구를 직접 가서 볼 꿈을 꾸고 있는 은규. 자신이 좋아서 해 온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고, 생계를 꾸릴 수 있어서 다행이었던 브루스.

5주 간의 출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을 즐기고 있었고, 모두 정말 행복해 보였습니다.

“나는 남이 아닌 나의 욕망을 따라 나만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가?”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 이 기사는 동아일보 <27세 때 시한부 판정받은 목수가 67세를 사는 이유>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