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창 생리대' 없도록.." 생리대 기부하는 CEO
저소득층 여자아이들에게 ‘그날’은 두려움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2년 전 ‘깔창 생리대’ 이슈가 터지기 전까지는 돈이 없어 생리대를 사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혹시 까먹으셨다면, ‘깔창 생리대’ 이슈는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운동화 깔창을 대신 쓰는 아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이었습니다.)
4년 전까지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던 안 대표는 단골식당을 찾았다가 결혼이주여성들의 자립을 돕는 사회적기업 ‘오요리아시아’의 존재를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덜컥 직장을 옮겼습니다. 연봉은 반으로 줄었지만 얻은 건 많았습니다. 성취감도 느꼈고 사회를 보는 눈도 달라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보, 원래 생리대가 이렇게 비싸?” 라는 남편의 질문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국내 생리대 평균가격이 해외보다 최대 1.8배 비싸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뒤 안 대표는 창업을 결심헀습니다. “비싼 생리대는 모든 여성이 겪어야 하는 사회문제다. 사회적기업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는 그는 “저소득층 여자아이들에게 생리대를 지원하는 게 창업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안 대표가 구상한 사업 모델은 고객이 생리대와 마스크팩 등 여성용품이 들어 있는 상자 하나를 사면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똑같은 상자가 기부되는 방식이었습니다. 1+1이라고 할까요?
2016년 4월 270만 원을 목표로 크라우딩 펀딩에 도전했고, 한 달 만에 목표액을 채워 150명의 아이들에게 상자를 기부했습니다.
펀딩 성공 7개월 뒤에는 기부 방식을 바꿨습니다. 지금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입할 때마다 자동으로 기부 포인트가 아이들에게 제공됩니다. 아이들은 이 포인트로 월 최대 1만2000원어치의 상품을 구입할 수 있고요. 펀딩으로는 매달 지속적으로 생리대를 기부하는 게 쉽지 않겠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사회적기업가로서 가장 보람찼던 때가 언제인지 묻자 그는 한 여고생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생리대 살 돈이 없어 ‘그날’이면 학교에 가지 않던 아이였어요. 생리대를 지원받으면서 학교에 마음 놓고 갈 수 있게 됐다며 고마워했어요.
※ 이 기사는 동아일보 김호경 기자의 <사회적기업 ‘이지앤모어’ 안지혜 대표 “생리대 없어서 학교 못 가는 아이들 더는 없어야죠”> 기사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