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소방관 대회' 첫 여성 참가자, "억센 여자" 소리에..

조회수 2018. 8. 23. 11: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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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송탄소방서 김현아 소방교(30)는 올해 6월 열린 ‘최강소방관 뽑기 대회’에 출전했습니다. 이 대회는 각 소방서에서 체력과 구조능력이 뛰어난 소방관들만 출전하는 대회입니다. 무게가 70kg인 마네킹을 옮기고 11층을 한달음에 뛰어 올라가야 하는 등 힘이 필요한 과제가 기다리고 있으며, 그 동안 남자 소방관들만 출전해 왔습니다.

출처: 경기도재난안전본부 제공
경기 송탄소방서 김현아 소방교

첫 여성 참가자인 김 소방교는 “저는 키가 177cm입니다. 어릴 적부터 체격과 체력이라면 남자에게 뒤지지 않았습니다. 11층에서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남자들과 똑같이 열심히 뛰었습니다”라고 참가 소감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김 소방교는 대회 출전 뒤 생각지 못한 주변 반응에 상처를 입었습니다. 대부분은 응원을 보냈지만 어떤 사람들은 “여자가 고생을 사서 한다”, “억세다”, “별스럽다”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대회 성적이 하위권이었다는 기사에는 “우리 집에 불 나면 여자 소방관은 오지 마라”는 댓글도 달렸습니다.


김 소방교는 “급박한 현장에서는 남녀노소가 따로 없고 현장에 따라 여자 소방관이 더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여자가 어울리지 않는 일을 했다’는 식의 부정적 반응에 속상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출처: 경기도재난안전본부 제공
경기 송탄소방서 김현아 소방교

●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성 고정관념 여전


세대를 불문하고 성 고정관념은 여전합니다. 최근 교육부가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희망을 조사한 결과 남학생이 원하는 직업 1~3위는 교사, 기계공학자 및 연구원, 군인 순이었습니다. 반면 여학생은 교사, 간호사, 승무원 순이었습니다.


“언젠가부터 처음 만난 사람에게 제 직업을 이야기하지 않게 됐습니다. 유아교육과에 갔다고 하니 친척들조차 ‘남자답지 못하다’며 웃음거리로 삼더군요. 군대에서도 ‘남자가 할 게 그렇게 없었냐’며 비웃음을 샀습니다.

교사가 된 뒤에도 성차별적 시선은 여전했습니다. 최근엔 한 여자아이 부모님으로부터 ‘선생님이 아이 엉덩이 닦아 주는 게 불편하다’는 항의전화를 받았어요. 여교사가 남자아이 용변 뒤처리를 해 주는 건 문제가 없는데, 저는 교사이기에 앞서 남자로 보이는 것 같아서 아쉬웠습니다.”

- 어린이집 교사 이현직 씨(26)
출처: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의사 아니었어요? 아… 난 남자라 당연히 의사인 줄 알고…”

저는 일주일에도 몇 번씩 이런 말을 듣는 ‘남자 간호사’입니다. 이젠 익숙하지만 서운한 건 어쩔 수가 없네요.

처음 간호사 입시를 준비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께서도 “남자기 기왕이면 의대를 가지 왜 간호대를 가려고 하냐”고 하셨죠. 면접장에서 간호대 교수님조차 “남자가 안정적인 회사를 다니지 뭐하러 간호사가 되려 하느냐”고 말리시더군요.

저는 제 적성과 직업 전문성을 고려해 직업을 택한 것 뿐인데 왜 이런 말을 들어야 할까요.
출처: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지방에서 아이돌보미로 활동하는 공영철 씨(56)도 정부가 지원하는 열흘짜리 이수교육을 받으러 갔다가 “남자가 왜 여기 있느냐”며 숙덕대는 중년 여성들 사이에서 불편한 나날을 보내야 했습니다. 공 씨는 “그저 아이들이 너무 좋아 지원했을 뿐입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 남녀가 따로 있는 건 아니잖아요”라고 반문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요리연구가 백종원 씨가 진행하는 ‘집밥 백선생’같은 프로그램 하나가 ‘셰프 뿐만 아니라 집밥을 만드는 사람도 남자일 수 있다’는 인식을 퍼뜨리는 데 기여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매체에서 직업에 대한 성차별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2017년 9월 진흥원이 일주일간 방송 6개사 시청률 상위 드라마 22편을 분석한 결과 회사 임원이나 중간관리자 역할은 대부분 남자(73%)였고 변호사·의사 등 전문 직업군 또한 여성보다 남성이 많았습니다.


이현혜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는 대중매체에서의 성평등 인식을 개선하면서 부모들에 대한 교육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 교수는 “성 고정관념은 한 번 형성되면 고치기 어렵다. 아이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대중매체와 보호자”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이 기사는 동아일보 <“남자가 왜 그런일 하냐는 말에 상처…그냥 직업으로 봐줄 수 없나요”>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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