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촬영장서 '무한 대기'..쓰러지는 아역배우들

조회수 2018. 8. 18. 1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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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너무 힘들어…”


이모 씨(40)는 아홉 살 아들의 말에 그저 물을 건넬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7월, 한낮이면 35도가 훌쩍 넘어가는 폭염 속에서 아이는 네 시간씩 사흘간 야외촬영을 했습니다. 엄마 이 씨는 하루 촬영 시간을 줄여 달라고 요청했지만 제작사는 비용이 늘어난다며 거절했습니다. 결국 탈진한 아이는 열이 오르고 호흡이 가빠져 입원했습니다.

출처: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근무강도가 높기로 유명한 방송계에도 ‘워라밸’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 배우들에 대한 처우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2014년부터 시행된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에 따르면 15세 미만은 근로시간이 주 35시간을 초과해선 안 됩니다.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촬영하는 것은 휴일에 보호자 동의가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하지만 법을 지키는 제작현장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출처: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특히 아역배우는 촬영 순서가 뒤로 밀리는 경우가 많아 ‘무한 대기’가 다반사입니다. 지상파 드라마에 촬영한 아역배우 A양의 어머니 박모 씨(38)는 “오후 4시로 예정됐던 촬영이 밤 12시를 넘겨 찍었다. 준비시간, 대기시간 합치면 10시간 넘게 걸렸다. 제작진은 ‘방영 3, 4일 전부터 촬영을 시작하니 이해하라’는 식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학교 수업 때문에 촬영 일정을 조정하기도 어렵습니다. 한 아역배우의 부모는 “촬영 스케줄은 일방적으로 통보받기 때문에 시간을 바꿀 여지가 없다”고 했습니다.

출처: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촬영장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 스태프 간 오가는 고성, 욕설 등에 아이가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도 문제이지만 아동배우들은 그저 견딜 수밖에 없습니다. ‘다작(多作)스펙’을 갖춰야 섭외가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아들을 한 단편 드라마에 출연시켰는데, 피디님이 주 40시간 넘게 촬영해야 한다고 요구했어요. 일주일만 고생하면 끝나니까 괜찮지 않냐고 말해서 당황했습니다.” (김모 씨·40)


해외에서는 아동 배우들을 어떻게 보호하고 있을까요. 영국에서는 어린이 배우가 하루 4시간 이상 촬영할 수 없습니다. 제작사들은 이 규정을 엄격히 지킵니다. 영화 ‘해리포터’는 촬영기간이 6개월 이상 걸렸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9세 미만 6시간, 16세 미만 7시간 등 연령별로 촬영 시간을 정해 두고 현장에 교사자격증을 보유한 선생님을 보내 아이 학습권도 보장합니다.


한 외주 제작사 PD는 “방송계 노동 여건을 개선할 때 성인뿐만 아니라 아동 배우들도 고려해 세심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이 기사는 동아일보 <폭염에 무한대기… 쓰러지는 아역들>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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