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한땀 한땀 만드는 예술의 세계 '마크라메'

조회수 2018. 8. 15.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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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보게 된 사진 한장이 제 운명을 바꿨어요" 국내 1세대 마크라메 아티스트 인터뷰

언제부턴가 힙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킨포크나 인테리어 서적에서 한 번쯤은 봤을법한 이 레이스 장식. 바로 이름조차 생소한 '마크라메'를 아는가?


끈이나 실을 꼬아 여러가지 매듭 방법으로 만든 장식품인 이 마크라메를 우리나라 최초로 가르치고 있는 국내 1호 마크라메 스튜디오 '끌레드륀느'를 인터뷰했다.


망원동에 자리 잡은 스튜디오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청순한 외모를 지닌 마크라메 아티스트 변지예씨의 손끝에서 탄생한 마크라메 작품들이 감탄을 자아낸다. 최근 유명 모델 송경아도 직접 촬영을 왔을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는 '힙'한 이 취미 마크라메가 궁금하다. 

모델 송경아의 브이로그 촬영차 마크라메 스튜디오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망원동에서 마크라메 스튜디오 '끌레드륀느'를 운영하고 있는 마크라메 아티스트 변지예라고 합니다.

망원동에 위치한 끌레드륀느 마크라메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변지예 대표.

Q. 아직은 우리에게 마크라메라는게 생소한데 마크라메가 뭔가요? 설명 부탁드려요.


마크라메는 13세기 아라비아에서 발생한 레이스로, 아라비아어 'Migramah'에서 유래된 매듭실 레이스예요. 그 탄생 배경에는 다양한 설들이 있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매듭공예입니다.

마크라메를 보고 흔히들 뜨게 공예랑 헷갈리시는 분들이 많은데 뜨게는 바늘을 가지고 레이스를 만들지만 마크라메는 오로지 손만으로 매듭을 지어 레이스를 만든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예요.


Q. 어쩌다가 마크라메를 접하게 됐나요?


평소 인테리어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어요. 예쁜 인테리어 사진들을 찾아 보는 게 취미였는데 그러던 와중에 해외 인테리어 사진 속에서 벽면에 걸려있는 장식품이 눈에 들어왔죠. 처음에는 그게 뭔 줄도 모르고 마냥 '예쁘다'라고만 생각했어요. '저게 뭘까?' 궁금하기는 했지만 그 어디에서도 정보를 찾을 수 없었는데, 어느 날 해외 사이트에 그 장식품이 마크라메라고 쓰여있는 걸 보게 됐어요. 그때부터 뭐에 이끌린 듯 본격적으로 찾아보기 시작했죠.

그렇게 찾아보기 시작한 게 한 3~4년 전이었는데 그 당시에 국내에서 마크라메를 하는 분이 아무도 없었어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제대로 된 스튜디오가 없었던 시절이었죠.

스튜디오에 전시되어 있는 마크라메 작품들.

Q. 지예씨가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국내에서 마크라메를 배우거나 접할 수 있는 곳이 아무 곳도 없었어요. 근데 어떻게 마크라메를 배웠나요?


처음에는 정말 막막했어요. 실물을 접하지 않고 사진이나 동영상만 보고 비슷하게 만들어낸다는 게 아무리 눈썰미가 뛰어나도 힘든 일이거든요. 그래서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해외 빈티지 서적들을 주문하고, 유튜브를 보며 공부하고, 해외 작가들의 작품들을 사진으로 보고 또 보면서 탐구하기 시작했죠. 혼자서 기본 매듭법만 가지고 여러 가지를 만들면서 점점 다양한 걸 시도했어요.


Q. 그렇다면 국내 1호 마크라메 아티스트의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분은 누굴까요?


글쎄요. 사실 정식 교육을 받은 적이 없어 스승이라고 부를만한 분은 없지만, 호주 멜버른에 마크라메 전문가 수업을 들으러 갔던 적이 있었어요. 다른 스튜디오에서는 어떻게 수업을 하는지, 어떤 작품을 만드는지 궁금했거든요.

처음에 시작할 땐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혼자 부딪쳐가며 습득하는 과정들이 너무 힘들었었는데 해외의 다른 마크라메 아티스트들과의 교류를 통해 다행히도 내가 잘 하고 있구나, 다들 비슷한 과정을 겪어가면서 성장하고 있구나 하는 걸 알게 되니까 힘든 걸 보상받는 느낌이 들면서 많이 힐링 됐어요.


Q. 본인의 작품에 영감을 주는 멘토가 있다면...


앞서 말했던 호주의 마크라메 아티스트요. 직접 수업을 들으면서 그 사람의 에너지에 반했어요. 좀 더 친근하게 마크라메를 가르치려고 하고, 쉽게 접할 수 있게 노력하는 아티스트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그녀의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도 굉장히 멋졌어요.

호주의 마크라메 아티스트 메기 메이의 인스타그램. 사진 하나하나 독특하고 감성적인 그녀의 라이프 스타일이 묻어 나온다.

Q. 마크라메 디자인은 정해져 있는 건가요? 아니면 새롭게 창조를 하기도 하나요?


이미 알려진 매듭법 이외에도 다양한 시도를 통해 새로운 매듭법을 만들기도 해요. 이 작품의 경우 제가 직접 개발한 산호 매듭법으로 만든 건데, 자세히 보면 작품의 표면이 마치 산호처럼 올록볼록해서 지어진 이름이죠.


Q. 내가 만들었지만 이 작품은 정말 잘 만들었다 싶은 게 있나요?


몇 개월 지나고 나면 새로운 디자인이 계속해서 나오다 보니 매번 달라지는 것 같아요. 현재로서는 위에서 언급했던 산호패턴 월행잉이 제일 마음에 들어요. 전에 없던 디자인이였고,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디자인하느라 배로 힘들었지만 뭔가 새롭게 창조했다는 성취감이 커서 기억에 남아요.  

변지예 대표가 직접 개발한 산호매듭법으로 만든 월행잉.

Q. 국내에서는 이제 막 주목을 받고 있는 마크라메, 해외에서의 인기는 어떤 편인지. 


70년대 프랑스 파리를 기점으로 큰 유행을 했었어요. 그때 당시 우리나라에도 '서양 매듭'이라는 이름으로 들어왔었는데, 어머님들이 화분 걸이나 문에 걸어두는 발을 많이 만드셨다고 해요. 현재는 수공예품이 발달한 발리에 가면 많이 볼 수 있죠. 이외에도 미국이나 유럽 쪽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마크라메가 아직까지 예술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지 못하지만, 외국에서는 전시회도 많이 하고, 작품으로서의 값어치도 더 인정해주는 편이에요.

마크라메 화분 걸이와 해먹 체어.

Q. 마크라메 하면 주로 휴양지나 따뜻한 여름 나라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것 같은데 맞나요?


보통 해먹이나 화분 걸이, 비치체어 등으로 마크라메를 많이 접하다 보니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마크라메로 크리스마스 리스를 만들기도 하고, 울실을 엮어서 겨울 분위기를 내는 작품들도 있어요. 또한 작품에 염색을 해서 색깔을 다양하게 내기도 하고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하죠.


Q. 그렇다면 마크라메로 어떤 제품들을 만드나요?


너무 많아서 다 얘기하기 힘들어요. 말 그대로 만들고 싶은 건 다 만들 수 있어요. 월행잉, 쿠션, 의자, 해먹, 가방, 옷, 웨딩 아치, 러그, 화분 걸이, 받침대, 코스터, 파우치 등 매듭법만 익히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활용할 수 있어요.


Q. 마크라메는 기존의 뜨게질처럼 도안이 있나요?


기본적인 건 도안이 있기는 한데 그건 한정적인 편이에요. 새로운 걸 만들려면 본인이 미리 디자인을 구상하고 도안을 그려서 새롭게 만들어내야 하죠. 마크라메 아티스트라면 끊임없이 새로운 디자인을 구상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돼요.  

화이트와 우드를 컨셉으로 한 인테리어 속 마크라메. 외국에서는 마크라메를 인테리어에 곧 잘 활용하고는 한다.

Q. 마크라메를 하기 이전에 직업은 무엇이었나요? 


첫 직장은 평범한 회사였어요. 다니면서 든 생각이 '회사라는 조직은 나하고 정말 안 맞는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후에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을 가지게 됐지만 취미가 업이 됐을 때의 간극 때문에 많이 힘들었고, 그 시기에 마크라메를 접하게 됐습니다.


Q. 안정적인 직장에서 월급을 받으면서 생활하다가 창업을 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텐데 어떤 준비를 했나요?


이렇게 말하면 우스울지도 모르겠지만, 뭔가 확 이끌리는 느낌을 받았어요. 마크라메가 딱 내 운명이다! 하고 확신이 들었죠.


안될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 없었어요. 나와 같은 안목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 거란 자신이 있었고, 차근차근 1년 반 정도를 준비해서 스튜디오를 오픈한지 1년 7개월이 됐어요. 

마크라메 작업은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손으로만 작업을 한다.

Q. 처음에 스튜디오를 낸다고 했을 때 가족이나 친구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사실 부모님은 반대하셨어요. 친구들은 반반이었죠. 해외에 있는 친구들은 트렌드를 먼저 알아보고 잘 될 것 같아라고 응원해주는가 하면 어떤 친구들은 그게 잘 될까? 사람들이 마크라메를 배우려고 할까? 반신반의하기도 했어요.


Q. 스튜디오 수업 이외에도 다른 수입원이 있나요?


주문 제작을 통해 작품을 판매하기도 해요. 작은 제품 같은 경우는 기성품처럼 만들어낼 수 있지만, 큰 제품의 경우 쓰임새에 따라 디자인도 다양하고 원하는 디테일도 다르기 때문에 미리 개인 주문을 받아서 제작을 하는 편이에요.


Q.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겪었던 시행착오가 있다면요.


사실 운영하는 부분이 가장 어려웠어요. 작품 활동을 하거나 가르치는 건 정말 즐거운데, 비즈니스적인 마인드가 좀 부족했던 것 같아요.

작은 월행잉부터 화분 걸이까지 마크라메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은 다양하다.

Q.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스튜디오를 오픈하길 잘했다 싶었던 순간은?


수강생들과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뛰어넘어 인간적인 공감대를 나눌 때 정말 즐거워요. 같은 관심사를 공유한다는 것 자체가 좋은 에너지를 만들어준다고 한달까.


Q. 마크라메 창업 클래스도 운영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주로 스튜디오 오픈을 준비하거나, 플리마켓이나 온라인 마켓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판매하는 수강생들이 창업 클래스를 듣고 있어요. 취미반보다 좀 더 심도 있는 커리큘럼으로 구성되어 있죠.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스스로 디자인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수업하고 있어요.


Q. 마크라메를 직업으로 삼고 싶은 사람들이 유념해야 할 것들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지금 마크라메가 붐이다 보니 '나도 하면 잘 될까?', '회사 다니기 싫은데 창업해볼까?' 하는 가벼운 생각으로 뛰어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배운다고 해서 모두가 가르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디자인에 대한 연구도 끊임없이 해야 하고, 자신의 작품에 대한 스타일도 확고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직종이거든요.


Q. 그렇다면 취미로 마크라메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도 다양한 취미를 가지고 있고 많은 걸 해봤지만, 마크라메는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실과 손만 있으면 어디서든 마크라메를 할 수 있어 장소, 도구 등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 큰 장점이죠. 마크라메를 배워보고 싶다면 언제든 끌레드륀느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스튜디오의 대표보다는 마크라메 아티스트로 불리고 싶다는 변지예 아티스트.

Q. 마크라메 아티스트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지도자로서는 누군가의 올바른 멘토가 되고 싶어요. 작게는 저를 통해 마크라메의 즐거움을 알고, 크게는 저를 나침반 삼아 마크라메 아티스트의 꿈을 키울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이요.


개인적으로는 아트적인 면모를 갖춰 '마크라메 아티스트'라는 이름이 걸맞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누가 봐도 인정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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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라메 1세대로 황무지를 개척하는 심정으로 하나하나 헤쳐나갔다는 그녀.


그녀가 지나간 길 위에는 이제 그녀를 따라 마크라메를 시작하는 이들로 넘쳐나고 있다.


마크라메 이야기를 할 때마다 확신에 찬 그녀의 모습이 정말로 마크라메와 사랑에 빠진듯해 보였다. 그래서 연애를 못하고 있는 걸지도...?


끌레드륀느 마크라메 작품을 보고 싶거나, 마크라메를 배우고 싶다면 그녀의 인스타 및 블로그를 참고해보자

변주영 기자 realist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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