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꿈틀 굼벵이 징그럽나요? 반려견 사료로 만드니 '대박'"

조회수 2018. 8. 14.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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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찜통 더위에도 굼벵이들은 끄떡없어요. 워낙 더위에 잘 적응하기 때문에 먹이도 잘 먹고 무럭무럭 잘 자랍니다.”


8월 6일 오전 충북 보은군에 자리한 165m² 규모 컨테이너형 창고 안. 사과상자만 한 반투명 플라스틱 박스 600여 개 안에는 어른 엄지손가락 크기 정도로 자란 굼벵이(흰점박이꽃무지 유충)들이 꿈틀거리고 있었습니다. 


창고 안팎 온도가 모두 섭씨 35도를 넘었지만 굼벵이를 바라보는 김우성 씨(33)의 얼굴에는 땀과 웃음이 동시에 배어 나왔습니다.

출처: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청년 사업가 김 씨는 굼벵이를 가공해 숙취해소음료와 반려견 영양제를 만드는 농업회사법인 ㈜우성을 이끌고 있습니다. 30년 가까이 서울에서만 살던 그는 왜 귀농을 했을까요.


김 씨는 고등학교 졸업 뒤 부모님이 운영하던 휴대전화 판매 대리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가게를 물려받았습니다. 한때는 직원을 10여 명 둘 정도로 영업이 잘 됐지만 2014년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으로 된서리를 맞아 눈물을 머금고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휴대전화 케이스 판매 노점상도 했지만 장사는 잘 되지 않았고, 극심한 스트레스로 폭식하다 몸무게가 20kg넘게 늘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에게 전환점이 된 것은 ‘굼벵이를 키워 보라’는 지인의 한 마디였습니다. 처음에는 ‘농사의 농(農)자도 모르는데 웬 굼벵이인가’싶었지만 이내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이미 외국에서는 곤충사육 사업이 번창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굼벵이가 간질환 약재로 사용되고 있었으며 심혈관 질환에도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곤충사육이 국내에서 ‘블루오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원도의 한 굼벵이 사육농가에서 한 달 정도 머물며 사육법을 배운 김 씨. 마침 할머니가 젊었을 때 보은에 사둔 땅이 있어 그곳에 컨테이너 창고를 설치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컨테이너 안에 야전침대를 놓고 굼벵이 상자 옆에서 숙식할 정도로 사육에 온 힘을 기울였습니다.

출처: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한 달 간 정성껏 키운 굼벵이를 말려 서울 경동시장 한약재상을 찾았지만 무작정 파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김 씨는 보은의 특산품 대추를 활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는 대추와 굼벵이를 결합한 ‘굼벵이 대추즙’을 만들어 특허를 받았습니다. 때마침 2-16년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굼벵이를 포함한 식용곤충을 식품 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사업에 도움이 됐습니다.


굼벵이 판로를 개척하려 레스토랑과 맥줏집 등을 공략해 봤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들른 반려견 용품점 업주의 말 한 마디에 빛이 보였습니다. 굼벵이를 혼합한 식품 이야기를 들은 업주가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며 시제품을 만들어 보라고 권한 것이었습니다.


김 씨는 말린 굼벵이 가루에 쌀가루, 귀리, 코코넛 가루 등을 섞어 반려동물 영양제 ‘벅스펫’을 만들었고 ‘대박’이 났습니다.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면서 김 씨의 회사는 억대 연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는 “귀농이 절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열정, 간절함, 그리고 아이디어가 있다면 분명 성공할 것”이라 강조했습니다.



보은=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 이 기사는 동아일보 <ICT재배로 ‘표고버섯 1번지’… 굼벵이 반려견 사료로 대박>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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