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민반장까지 하던 이영희 씨, '라멘집' 차린 이유

조회수 2018. 8. 13. 19: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서울 광진구에서 일본 라멘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영희 씨(44)는 일 년 내내 쉬지 않습니다. ‘누구보다도 더 독하고 성실해야 한다’는 운영 철학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씨는 2010년 북한에서 남한으로 넘어온 지 6년 만에 ‘사장님’이 됐습니다.


그는 ‘북한이탈주민은 저임금으로 고된 일을 할 것 같다’는 편견에 맞서고 싶었다고 합니다. 탈북민 스스로 갖는 ‘우리는 어차피 안 돼’라는 인식도 깨고 싶었습니다.


이 씨는 북한에서 군복 디자인을 하며 인민반장까지 맡았을 정도로 나쁘지 않은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나 중국과의 교류가 빈번한 국경 지대인 양강도에서 살며 더 좋은 삶을 꿈꾸게 됐다고 합니다. 북한에 남겨두고 온 아들을 꼭 한국에 데려오겠다는 각오로 편의점 아르바이트부터 간호조무사까지 여러 직종을 거치며 악착같이 일했습니다.  


‘탈북민’ 꼬리표 때문에 동료들이나 고용주로부터 은근히 무시 당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는 더 열심히 해서 인정받겠다는 마음과 함께 언젠가 ‘나만의 일’을 갖겠다는 의지를 더 강하게 다졌습니다.


그러던 이 씨에게 기회가 찾아온 것은 2015년 10월이었습니다. 한국에 정착해 일자리를 찾고 있던 친오빠에게 ‘좋은 프로그램이 있는 것 같은데 한 번 보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요리도 가르쳐 주고 장학금도 나온다는 말에 급히 서류를 준비해 마감 직전 신청했습니다.

그가 신청한 프로그램은 서울시 사회투자기금 융자 등을 바탕으로 북한이탈주민의 자립을 돕는 사단법인 PPL의 ‘백사장 프로젝트’였습니다. PPL은 2018년 상반기 서울시에서 3억 8000만 원을 융자받아 북한이탈주민 식당 창업 교육사업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7개월 간 식당 창업에 필요한 이론과 실전을 배운 이 씨에게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손님 응대였습니다. 계산할 때처럼 짧은 대화는 괜찮았지만 손님이 메뉴를 추천해달라고 하거나 음식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물어보는 등 이야기가 길어지면 북한 말투가 티 날까 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습니다. 말투 문제 역시 전문 강사에게 교정 받을 수 있었고, 지금은 자신 있게 손님들을 대하고 있습니다.


교육 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이수한 이 씨는 창업 지원자로 선발돼 2016년 12월 29일 ‘이야기를 담은 라멘’ 2호점 사징이 됐습니다. 2018년 11월이면 창업지원금으로 받은 1억 5000만 원 가량의 융자를 다 갚게 됩니다. 현재까지 8개 매장을 낸 ‘이야기를 담은 라멘’ 중 빚을 다 갚는 첫 번째 가게가 되는 셈입니다.


이 씨는 “제 뒤를 이어 가게를 낸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 이 기사는 동아일보 <“탈북 6년만에 편견 딛고 식당사장”>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