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카페 체인점이 '초면 수다 전용석' 만든 이유

조회수 2018. 8. 13. 07: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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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사람이 바글바글한 도시에 살면서도 정작 속마음을 터놓고 살갑게 이야기할 만 한 상대는 찾기 힘듭니다. 일하느라 바빠서, 나이가 들어서, 몸이 좋지 않아서 등의 이유로 사람들은 점점 외로워집니다. 


외로움이 심해지면 우울증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일본 경제 칼럼니스트 오오에 히데키(大江英樹)는 노후 생활의 3대 불안요소인 건강, 돈, 고독 중 고독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꼽기도 했습니다.

출처: Costa Coffee

가맹점 300여 개를 보유한 영국의 카페 체인 코스타(Costa)는 이런 ‘외로움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고 싶다며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코스타는 2018년 4월부터 매장 내 일부 테이블에 ‘수다석(Chatter and Natter Table)’이라는 알림판을 배치했습니다. 수다석에 앉아 있으면 난생 처음 보는 사람이 다가와 ‘안녕하세요’라며 자연스럽게 말을 건넵니다. 이 자리는 ‘초면 합석 권장석’이기 때문입니다.


코스타 측은 2017년 알렉산드라 호스킨(Alexandra Hoskyn)이라는 여성이 시작한 외로움 퇴치 캠페인에서 감명을 받아 수다석을 전면 도입했습니다. 


당시 생후 4개월 된 아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장을 본 뒤 잠시 쉬러 카페에 들어간 알렉산드라 씨는 갑자기 외로움이 확 몰려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육아에 치여 한참 동안 친구도 못 만났고, 갓 옹알이를 시작한 아들은 좋은 대화 상대가 아니었습니다. 누군가와 한참 동안 신나게 수다를 떨어 본 게 몇 달 전인지 까마득할 지경이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던 알렉산드라 씨는 노부인 한 명을 발견했습니다. 마침 노부인도 말상대 없이 심심하게 앉아 있는 것 같았습니다. 활동보조인과 함께 앉아 있는 장애인 남성도 있었는데, 그리 즐거운 대화를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알렉산드라 씨는 용기를 내어 노부인과 남성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한 번 대화의 물꼬가 터지자 세 사람은 마치 십 년 동안 알고 지낸 사이처럼 즐겁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외로움과 우울감, 육아 스트레스까지도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출처: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그는 이 날의 경험을 잊지 못하고 온라인에서 ‘수다 카페(Chatty Café)’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지역사회 카페들의 협조를 받아 낯선 사람들끼리도 가볍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외로움 퇴치라는 좋은 취지에 공감한 개인카페 사장님들이 속속 캠페인에 동참했습니다.


코스타는 수다카페 캠페인에 합류한 최초의 체인점 브랜드입니다. 영국 전역에 걸쳐 300여 개의 매장을 보유한 코스타의 합류로 인해 수다 카페 캠페인도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됐습니다.


손님들의 반응도 좋습니다. 네티즌들은 “정말 좋은 아이디어다. 왜 이전에는 이런 게 없었을까”, “나는 비교적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가끔씩 뭐라 말할 수 없는 외로움을 느끼곤 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얘기하고 싶을 때 가면 좋을 것 같다”, “서로 에너지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좋은 자리”라며 반기고 있습니다.


코스타의 지속가능경영 담당자 빅토리아 무어하우스(Victoria Moorhouse)씨는 “수다 카페는 환상적인 아이디어입니다. 이런 좋은 캠페인에 함께 할 수 있어 기쁩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코스타를 비롯해 수다카페 캠페인에 동참 중인 카페 이름과 위치는 홈페이지(thechattycafescheme.co.uk)에서 검색할 수 있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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