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여성들 대거 몰린 일자리가 있다고?

조회수 2018. 7. 20. 11: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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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50대 어머님들이 우리 서비스를 위해 일해주세요. ‘경제활동을 하게 해줘서 감사하다. 여기서 번 돈으로 딸이랑 여행 간다’ 이런 말씀을 해주실 때 가장 뿌듯하고 뭉클해요”


지난 4월 열린 한 강연에서 연현주 생활연구소 대표(40)가 한 말이다. 

출처: 강연 중인 연현주 대표

생활연구소는 ‘청소연구소’라는 이름의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애플리케이션으로 서비스를 요청하면 전문 교육을 받은 ‘매니저’가 방문해 청소해 주는 O2O 서비스이다.


해당 서비스 보다 관심이 가는 건 ‘매니저’이다. 주로 50대 여성들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는 것.

 

경력단절 중년 여성들이 만족하면서 일하는 곳이 있다고? 직접 확인해 보고 싶어 매니저와의 자리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아줌마”라는 호칭 대신 “매니저님”
출처: 청소연구소 매니저와 연현주 대표

50대 여성 김정은(가명) 씨는 청소연구소 2년차 매니저이다. 전에는 남편과 무용하는 딸을 뒷바라지 하는 전업주부의 삶을 보냈다. 그러다 지난해 6월 지인의 소개로 ‘청소연구소’ 매니저에 지원했다.


김 매니저는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청소 아줌마’로 불리는 일이었다면 망설였을 것 같다. 하지만 ‘매니저’라는 호칭 덕분에 존중 받는 느낌이 들어서 시작이 쉬웠다”라고 말했다.


보통 가사도우미는 ‘이모님’ ‘아줌마’ 등으로 불리는 일이 많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매니저’라는 호칭을 쓰게 되어있다. 매니저들은 이용자를 ‘사모님’이 아닌 ‘고객님’이라고 부른다.

출처: 매니저 교육 중인 연 대표

일의 범위도 정해져 있다. 외부 창틀을 닦아달라는 위험한 일이나, 무거운 짐을 날라달라는 요구 등을 차단하기 위해서이다. 


연 대표는 “내가 당신의 시간을 샀으니 시키는 거 다 하라는 식은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서비스 범위를 정하고 범위 밖 요구는 정중하게 거절하도록 했다”라고 말했다.


김 매니저는 “업무 범위가 정해져 있으니 고객과 충돌할 일이 없어 편하다”라면서 “교육 받은 대로만 하면 고객 반응이 좋다”라고 말했다. 청소 후에는 고객의 후기를 기다리게 된다고 덧붙였다.


김 매니저의 딸도 일하는 엄마를 응원한다. 김 씨는 “지난해 아이가 고3이었다. 나도 입시 스트레스를 같이 받았는데 일을 하면서 오히려 스트레스가 풀렸다. 갱년기도 없어지는 것 같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청소연구소는 요금의 90%가 매니저들의 수익으로 돌아간다. 일반 인력소개소를 통하는 것보다 임금이 높은 편이다. 김 씨는 “지금까지 번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았다. 이걸로 올해 대학생이 된 딸과 스페인 여행을 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현재 청소연구소 매니저는 약 2200명으로 50대 여성이 많다. 연 대표는 “일을 시작하고 지인 10~20명씩 데려오는 분들도 계실 정도로 만족도가 굉장히 놓다”라고 말했다.

다음-엔씨소프트-카카오 거친 ‘프로이직러’

연현주 대표는 17년 동안 IBM, 다음, 엔씨소프트, 카카오를 거친 ‘프로이직러’이다. 카카오에서 이모티콘 사업을 개척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녀는 지난해 1월 직장인의 삶을 정리하고 스타트업에 뛰어들었다.


‘청소연구소’는 연 대표가 카카오에서 1년여 간 준비하던 사업이었다. 하지만 카카오는 ‘청소연구소’ 서비스 출시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해당 서비스에 확신이 있었던 연 대표는 카카오를 그만 두고 스타트업을 차렸다. 5명의 카카오 팀원들도 사직서를 내고 연 대표와 뜻을 함께했다.


당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살짝 놀란 듯 했지만 그녀를 응원해 줬다고 한다. 또 카카오 투자전문 자회사 케이큐브벤처스는 생활연구소에 10억원을 투자했다. 


“저도 아들 셋 키우며 일하는 워킹맘”

그녀의 화려한 경력에는 아들 셋을 키우며 회사생활을 병행한 힘든 순간들도 녹아있다.


연 대표는 “회사생활을 하다 보니 집안일은 ‘이모님’들께 맡겨왔다. 지금까지 면접 본 분들은 300명도 넘는다”면서 힘들었던 과거를 회상했다.


그녀는 약 13년 동안 수많은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면서 느낀 경험을 서비스에 녹아냈다고 한다. 서비스 품질은 물론 매니저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1~2주일에 한 번은 연 대표가 직접 매니저로 나서 고객의 집을 청소한다. 연 대표는 “어느 날은 고객 집에 청소용품이 하나도 없던 적이 있었다. 이런 경우 매니저님들도 난감하실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할 수 있는 청소용품 키트를 매니저님께 나눠드렸다”라고 밝혔다. 


연 대표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현재 서울, 인천 등만 운영하고 있는데 지역을 확장할 계획이다”라면서 “동시에 많은 어머님들께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데 힘쓰고 싶다”라고 밝혔다.


김가영 기자 kimga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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