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왜 셜록홈즈 같은 '탐정'이 없을까?
영국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낮게 울려퍼지는 목소리와 명료한 발음으로 속사포처럼 추리를 쏟아내는 BBC 인기 드라마 ‘셜록’을 보다보면, 도대체 왜 우리나라엔 셜록 홈즈 같은 명탐정이 없을까 라는 의문이 듭니다.
경찰력을 보완할 사립탐정이 필요하다는 여론 하에 1999년 부터 국회에 탐정 입법안이 7건이나 발의됐지만, 모두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왜 탐정은 한국에선 나올 수 없는 것일까요.
한 번쯤 궁금해했을 질문에 동아일보 민동용 논설위원은 ‘탐정과 사생활’이라는 칼럼으로 답합니다.
2015년 2월 26일 간통죄 위헌 결정이 나오자 슬며시 표정 관리를 한 업종이 있습니다. 바로 심부름센터. 앞으로 배우자의 외도를 의심해 ‘뒷조사’를 의뢰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였습니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뒷조사 기법은 첨단을 달립니다. 스마트폰 문자메시지에 악성코드를 심어 통화내용이나 동영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화를 들여다보는 건 보통입니다. 몰래카메라나 차량 위치추적기 등을 동원한 사생활 추적도 공권력 뺨칠 정도라고 하고요.
물론 이런 심부름센터의 뒷조사는 불법입니다.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보호법) 40조는 신용정보회사 말고는 특정인의 사생활을 조사하는 등의 일을 할 수 없고, 탐정이라는 명칭도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헌재 "남의 사생활 조사하는 탐정업 금지는 합헌"
이 같은 법적 조치 때문에 “셜록 홈스라도 한국에선 탐정사무실을 낼 수 없다”고 지적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주로 전직 수사관들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모두 허용하듯, 차라리 탐정을 제도화해 엄격히 관리해야 불법적 사생활 캐기가 사라질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1999년 이래 국회에 탐정 입법안 7건이 발의됐지만 한 건도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7월 10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신용정보보호법 40조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요즘 남의 사생활을 캐는 행위가 사회 문제로 대두된 현실을 고려할 때, 특정인의 사생활 조사 비즈니스를 금지하는 것 말고는 사생활의 비밀과 평온을 보호할 방법이 없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영화나 소설에서 멋지게 등장하곤 하는 ‘탐정’이라는 단어도 못 쓰도록 했습니다. 사생활 조사를 적법하게 할 권한이 있는 것처럼 오인될 수 있다는 이유 탓입니다. 국민의 사생활과 기본권이 지금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임을 새삼 일깨워준 셈입니다.
※ 이 기사는 동아일보 <[횡설수설/민동용]탐정과 사생활> 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