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세, 알바중..지금은 '탕진잼' 으로 살지만 10년 뒤에는?

조회수 2018. 7. 9. 15: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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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세 낼 돈은 있지만 꿈은 없다

경제 전성기를 달리던 1970년대 일본에서는 ‘1억 총중류(1億 総中流)’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1억 명 가까운 일본 국민들 거의 대부분이 자신을 중류계급(중산층)이라 여긴다는 뜻으로, 그만큼 빈부 격차가 적고 전국민이 골고루 잘 사는 사회라는 의미였습니다.


버블경제가 꺼지고 1억 총중류도 옛 말이 된 지금 일본인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요. 최근 일본 경제잡지 ‘주간 다이아몬드’는 27세 남성 토야마 켄지(遠山健二·가명) 씨의 삶을 통해 일본 청년세대가 ‘마일드(가벼운) 빈곤’에 빠져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토야마 씨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관련 가게 아르바이트생입니다. 하는 일은 손님 응대, 계산, 매장 이벤트 관리 등입니다. 보통 알바생 시급은 900엔(약 9000원)이지만 토야마 씨는 경력과 일솜씨를 인정받아 시간당 1200엔(약 1만 2000원)을 받습니다. 가끔 야근도 있지만 거의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규칙적 생활을 합니다.


월급은 23만~24만 엔(약 230~240만 원). 세금과 보험료 등 이것저것 떼고 나면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18만 엔(약 180만 원) 정도입니다. 3년째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와 함께 살기 때문에 집세(12만 엔)는 반씩 냅니다. 집세 6만 엔과 휴대폰 요금 1만 엔, 전기세와 냉난방비 1만 엔, 그 외 자잘한 비용을 제하고 나면 매달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은 3~5만 엔(약 30~50만 원) 남짓 됩니다. 그는 이 여윳돈을 주로 취미생활에 사용한다고 말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카드 게임을 좋아해서 카드를 사 모으고 있습니다. 이것저것 쓰고 남으면 저금을 하는데 솔직히 많이는 못 모았습니다.”


토야마 씨는 “당장 먹고 사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미래 계획은 사실 좀 막연하다”고 털어놨습니다. 여자친구와 언젠가 결혼할 생각도 있기는 하지만 뚜렷한 계획은 없고 모든 게 막연한 상태라고 했습니다. 모아 둔 돈도 없고 정직원으로 취업하지도 못 한 상태에서 미래를 생각하자니 막막하다는 것입니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그는 “대학교 시절 친구들 중에는 대기업에 들어간 녀석도 있고 돈을 많이 번 녀석들도 있습니다. 그 친구들은 그 친구들이고 저는 저니까 크게 동요하지 않습니다”라면서도 “솔직히 말하자면 몇 년 만에 통화한 친구가 예전 그대로 살고 있을 때 저도 모르게 안심하기도 합니다”라고 속내를 밝혔습니다.


미래 계획을 세울 여력도 의지도 없어 보이는 토야마 씨. 그는 자신이 ‘알바생’으로 머물러 있는 건 대학교를 중퇴했기 때문이라고 여기고 있었습니다. 


고된 수험생활 끝에 만끽하는 자유에 취한 나머지 동아리 활동에 지나칠 정도로 심취해 버린 토야마 씨는 수업내용을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학업을 소홀히 했습니다. 결국 학사경고를 받아 유급이냐 자퇴냐 결정해야 할 정도로 아슬아슬한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넉넉하지 않은 집안 형편에 학비까지 더 달라고 할 수 없었던 토야마 씨는 자퇴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주간 다이아몬드는 ‘대학 졸업 후 좋은 회사에 취직해서 정직원이 된다’는 정석 코스에서 한 발짝이라도 벗어나면 ‘돌이킬 수 없다’고 여겨지는 일본 사회 분위기가 청년들에게 가혹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국민 대다수가 스스로를 중산층이라 여길 정도로 풍요로웠던 ‘1억 총중류’시대가 끝난 뒤 장기불황 속에서 성장한 일본 청년들은 ‘사토리(득도) 세대’라 불리기도 합니다. 사토리 세대 젊은이들은 인생의 덧없음을 깨달은 노인처럼 돈이나 성공에 집착하지 않으며, 먹고 살 만큼만 벌어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면 그만이라고 여깁니다.


당장 몸을 누일 집이 있고 고픈 배를 채울 음식이 있고 소소한 취미생활을 즐길 여윳돈도 있지만 5년 뒤, 10년 뒤, 혹은 더 훗날을 생각하면 막막해진다는 토야마 씨. 그는 자기 삶을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캐릭터를 좋아했습니다. 지금 캐릭터 관련 가게에서 일하고 있으니 어떤 의미에서는 꿈을 이룬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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