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이 취준생들의 취업 기회를 가로막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연간 200만 명 이상이 토익에 응시하고 있다. 전 세계 응시자 가운데 절반 이상은 한국인이다. 그야말로 ‘이상 과열’ 현상이다.
“여름 방학 중 무엇을 할거냐”는 질문에 대다수의 학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토익 공부!”를 외친다. 신입사원이라면 열에 여덟은 갖고 있는 토익 점수. 하지만 과연 토익 성적이 우수한 사람이 일을 더 잘할까?
사실 영어가 글로벌화 된 현대 직장인들에게 필요한 기본적 의사소통 능력인 것은 맞다. 하지만 ‘토익’에 이르러서는 글쎄…. 조동인 인하공업전문대 어학교양학부 교수는 동아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토익이 영어 능력의 대변자일 수는 없다”고 말한다. 더군다나 창의력, 현장 감각, 열정과 끈기, 상하좌우의 인간적 소통 능력을 더 중시하는 요즘 직장에서는 영어 또는 토익이 입사의 필수 요건은 아니다.
전문적인 영어 구사 능력을 필요로 하는 직군 외에 일반 사원까지 모두 토익 고득점을 요구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너무 소모적이다. 많은 대학생이 대학 시절 치열한 실전적 사회 경험이나 창업을 위한 치밀한 준비에 몰두하기보다 토익 공부에 몰두하는 상황은 분명 문제가 있다. 기업마다 거의 획일적으로 토익 성적을 요구하기 때문에 나타난 학생들의 불가피한 조건반사적 대응이다.
기업으로선 별도의 영어 시험을 치르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고 이왕이면 영어 성적까지 좋은 인재를 선발하고 싶은 욕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높은 토익 성적이 기업의 높은 성과를 가져오는 건 아니기에 이런 채용 관행은 타당하지 못하다. 기업별 인재 개발의 차별화에도 어긋난다.
또 토익은 채용 차별의 문제도 일으킨다. 일반적으로 대입 성적이 높은 학생이 많은 대학의 졸업자일수록 상대적으로 토익 점수가 높다. 대입 성적이 상대적으로 낮은 다른 대학 출신자들은 면접 기회도 얻지 못하고 서류전형 단계에서 소외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토익 고득점이란 조건이 기회 봉쇄의 장벽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채용 시장에서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를 줄일 ‘열린 채용’이 실현되려면 적어도 토익의 획일적 채택은 사라져야 한다. 그 대신 기업들이 꼭 필요한 경우에만 별도로 영어 능력을 측정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 이 글은 동아일보 기사 <[기고/조동인]토익이 취업 기회를 가로막아서야>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