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로 망가진 몸 바꿔서.." '보디 프로필' 찍는 사람들

조회수 2018. 6. 12.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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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광을 받으면서 창밖을 바라보는 몸짱녀 느낌으로 부탁드려요.”


“다음 테마는 샤워 장면이니까 머리에 수건 두르고 갈게요.”


화보 촬영중인 모델 이야기가 아닙니다. 대학교, 직장에 다니는 평범한 젊은이들의 ‘보디 프로필’ 촬영 모습입니다. 이들은 운동으로 만든 탄탄한 몸매를 개성적으로 드러내며 테마를 정해 사진을 찍습니다.

보디 프로필은 운동으로 다져진 몸 사진을 전문 스튜디오에서 촬영해 보관하거나 자기 홍보에 활용하는 것으로, 20대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젊고 멋진 육체를 동경하는 풍조’와 ‘사진을 SNS에 업로드하는 것을 즐기는 취향’이 맞아떨어진 결과입니다.


이용우(27·서울) 씨는 두 번에 걸쳐 몸의 변화를 기록했습니다. 원래 통통한 체형이었지만 운동을 취미로 삼고 촬영에까지 도전하면서 이제는 자타 공인 건강 체형을 유지합니다.


“어떤 각도로 찍느냐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달라져요. 제 몸은 제가 가장 잘 아니까, 거울을 보면서 포즈를 연습했죠. 주로 어깨와 팔 근육이 도드라지도록 했는데, 스튜디오에서 적절한 조명을 받으니까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오더라고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 멋진 몸 사진을 올리는 것도 하나의 트렌드입니다. 김태엽(29) 씨는 지난해 말 촬영한 보디 프로필 사진을 SNS에 올렸습니다. 이 사진이 한 포털사이트의 메인 페이지에 올라가면서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그는 “사진을 보고 주변에서 연락이 많이 왔다. 나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회상했습니다.


보디 프로필을 촬영한 사람들은 운동이나 식단 관리가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을 때 ‘사진 찍어 올려야 한다’는 목표를 되새기며 마음을 다잡게 된다고 합니다. 또한 보디 프로필 촬영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엮어줍니다. 사회관계망에 익숙한 20대들은 운동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혼자서는 나태해지기 쉬운 운동 스케줄을 소화하고 사람을 사귑니다.

“프로필 촬영을 앞두고 한 달 정도 집중적으로 준비해야 해요. 흰 쌀밥은 멀리하고, 고구마나 현미밥을 끼니마다 100g씩 계량해 먹었어요. 유산소운동 비중도 높여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공복 유산소운동’에 들어가죠. 공복에 땀을 내면 지방이 더 잘 타거든요.” (최보라 씨)
“닭가슴살 2.5kg, 5일치 보충제, 운동복까지 준비해 출장을 갔어요. 출장지에 있는 헬스장에서 일일 이용권을 사서 운동도 빠짐없이 했고요.” (김태황 씨)

사진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선택 사항이 있습니다. 살을 구릿빛으로 태우는 태닝입니다. 구릿빛의 매끈한 몸은 근육을 더 도드라지게 만듭니다. 안양에서 태닝숍을 운영하는 서지연 씨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헬스 트레이너나 전문 피트니스 선수들이 회원의 대부분이었는데, 요새는 일반인의 비중이 훨씬 높아졌다”고 말했습니다.

몸을 만들고 보디 프로필을 촬영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듭니다. 이들이 이렇게까지 노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김태호(28)씨는 “20대에만 가질 수 있는 몸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어서”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가끔 사진을 다시 보면서 이 몸을 최대한 유지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 촬영을 목표로 건강한 생활 습관을 얻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대학이나 직장 생활로 망가진 몸을 회복하기로 결심하고 3개월 만에 11kg을 감량했다는 김모 씨는 “일을 시작한 뒤 살이 급격하게 찌는 것을 보고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일과 식단 관리, 운동을 병행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결국 해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과한 촬영 욕심과 무리한 다이어트는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 보디 프로필을 찍은 김모 씨는 “11kg 감량하고 촬영할 때의 몸보다는 오히려 몇 kg이 찐 지금의 몸이 더 마음에 든다. 촬영에 적합한 몸은 일상 생활에서는 너무 말라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보디 프로필을 찍은 다른 사람들도 “촬영에 맞춘 몸을 유지하기란 정말 어렵다. 급격한 다이어트보다는 꾸준한 운동과 적당한 식단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겁니다.


이용우 씨는 “식단과 운동의 변화에 따라 몸이 어떻게 변하는지 민감하게 지켜보면서 내 몸을 기계 다루듯 통제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다른 보디 프로필 경험자들도 “30대, 40대, 50대가 되어도 운동을 계속하고 싶다”고 합니다. 보디 프로필 촬영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여든까지 가는 좋은 습관’의 시작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정래원 연세대 불어불문학과 졸업 jrwmon@daum.net


※ 이 기사는 신동아 2018년 6월 호에 실린 <’보디 프로필’ 유행>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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