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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가는데 돈은 더 내" 이상한 수도권 지하철 요금

조회수 2018. 6. 11.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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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내가 타는 구간도?

‘가까운 구간 요금은 먼 구간 요금보다 싸다’


모든 지하철 승객이 공감하는 상식일 겁니다. 그러나 수도권 지하철에서는 이런 상식적 원칙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 아시나요?


서울 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역에서 3호선 양재역까지 가 봅시다. 많은 시민들이 충무로역에서 3호선으로 한 번 갈아탄 뒤 양재역으로 가는 노선을 택하는데요. 이 루트로 가면 이용요금은 1450원이 나옵니다. 

출처: 수도권 지하철 노선도 / Naver
누구라도 이렇게 가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양재역 다음 역인 매봉역에서 하차하면 1350원이 나옵니다. 성신여대-양재 구간 요금이 1개 역을 더 지나는 성신여대-매봉 구간 요금보다 100원 더 비싼 것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답은 서울교통공사를 비롯한 지하철(전철) 당국의 요금 산정 방식에 있습니다.


공사 측이 설정한 방식은 ‘지리적 최단거리’를 기준으로 합니다.


성신여대역-매봉역 구간 요금 1350원:

4호선 성신여대역에서 출발 -> 보문역에서 6호선으로 환승 -> 신당역에서 2호선으로 환승 -> 왕십리역에서 분당선으로 환승 -> 도곡역에서 3호선으로 환승해 매봉역 도착


이 방식에 따르면 양재역은 매봉역 다음에 나오는 역이므로 1450원이 되는 것입니다.

출처: 웹툰 이말년 시리즈

문제는 성신여대역에서 양재역으로 갈 때 위와 같은 노선을 택하는 이용객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4번 갈아타는 노선을 실제로 이용해 본 결과 한 번 갈아탈 때에 비해 20~22분이 더 소요됐습니다. 


지하철 이용객 김모(25·서울 양재동)씨는 “성신여대에서 양재로 가는데 네 번 갈아타는 사람은 아마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출처: 동아 DB

서울교통공사는 수도권 지하철 기본운임을 ‘10km 이내 1250원’으로 책정해놓고 있습니다. 50km 내에선 5km마다 100원이 추가되고 50km 밖에선 8km마다 100원이 추가됩니다. 


수도권 지하철은 이용하는 거리에 비례해 요금을 더 내는 방식을 적용합니다. 최소 환승이나 최단시간이 아닌 최단거리가 기준이 됩니다. 이에 따라 승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경로 이외에 단순 거리가 더 짧은 경로가 있는 경우, 1개 역을 더 지나도 요금이 더 적게 나오는 일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심지어 환승이 필요 없는 구간에서도 요금 산정 논란이 발생합니다. 2호선 아현역에서 출발해 2호선 서울대입구역 혹은 낙성대역까지 가는 구간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아현역, 서울대입구역, 낙성대역은 모두 2호선에 있으므로 대다수 이용자는 굳이 다른 노선으로 갈아타지 않고 그냥 2호선을 타고 쭉 갑니다. 이렇게 가는 것이 가장 빨리 갈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아현역-서울대입구역 구간요금이 아현역-낙성대역(서울대입구역 다음 역) 구간요금보다 더 나옵니다. 교통공사 식 최단거리로 계산하면 충정로역, 공덕역, 삼각지역, 사당역에서 환승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출처: 수도권 지하철 노선도 / Naver
어? 정말이네?

마지막 환승역인 사당역을 기준으로 낙성대역이 서울대입구역보다 앞에 있으므로 이렇게 요금이 산정되는 것입니다. 환승하지 않고 아현역에서 서울대입구역까지 쭉 가면 30분 걸리지만 4번 환승하면 60분 걸립니다.

출처: MBC 무한도전 방송화면

이처럼 공사의 최단거리 요금 산정 방식은 승객들의 지하철 이용 패턴이나 상식과는 동떨어진 비합리적인 경로들을 포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직장인 이희남(25) 씨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시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최단시간을 최단거리와 동일시한다. 요금 체계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지하철 노선 앱들도 최단시간과 최소 환승 기준으로 경로를 안내합니다. 대중교통 이용자들에게는 시간절약(최단시간)이 곧 최단거리이기 때문입니다. 


공사 측 관계자는 “수도권 전철역이 700여 개, 승·하차 조합이 49만여 개에 달한다”며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특정 구간들만을 위해 다른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김진완 / 동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poldiprince@naver.com


※ 이 기사는 신동아 2018년 6월호에 실린 <이상한 서울·수도권 지하철 요금>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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