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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살인사건 현장, 묵묵히 청소하는 사람들

조회수 2018. 5. 26. 1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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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범죄, 고독사 현장 등을 10년째 청소해온 사람이 있다. 특수청소업체 ‘바이오해저드’의 김새별 대표(43)다.


고독사의 경우 시신이 부패된 상태로 발견되는 일이 많아 냄새가 많이 난다. 강력범죄 현장은 피해자 혈흔과 수사에 쓰인 지문채취 가루 등이 묻어있다. 이럴 때 ‘특수 청소’가 필요하다.

출처: 김새별 대표(동아일보DB)

김 대표는 20대 초반부터 10년 넘게 서울의 한 병원에서 장례지도사로 일했다. 당시 “마음이 아파서 못 하겠다”면서 고인의 유품을 대신 정리해달라는 부탁을 종종 받았다.


비슷한 부탁을 수차례 받은 김 대표는 2009년 회사를 차려 본격 일을 시작했다. 업계 1호이다 보니 이런저런 시행착오와 설움을 많이 겪었다.

출처: ‘바이오해저드’ 제공

-청소는 어떤 식으로 하나

집만 비워주는 게 아니라 2~3명이서 4~5시간을 꼬박 치우고 약품을 이용해 닦는다. 가구 등 폐기물은 따로 처리한다.


-매뉴얼을 직접 만들었겠다

시신이 부패하면서 황화수소, 암모니아 등 성분이 나오는데 이걸 닦으려고 별의별 약을 다 써 봤다. 특히 혈액은 기름이 많아서 지우기 어렵다. 혈흔 지우는 약품을 찾는데 오래 걸렸다.


-어떤 분들의 유품, 공간을 정리하나.

예전에는 경찰의 의뢰를 받아 강력범죄 현장을 주로 청소했다. 그런데 요즘에는 개인적으로 들어오는 일들이 많다. 예를 들면 고독사한 사람의 공간을 치운다. 요즘에는 50~60대 남성 고독사가 많다. 가족들이 마음 아파서 못 치우겠다고 부탁하는 경우도 있고, 가족들이 나몰라라 하면 집주인이 부탁한다.


-현장에 가면 어떤가.

가슴 아픈 일들이 많다. 한 번은 고독사한 노인의 버킷리스트를 발견했다. 소원이 딱 10개더라. TV에 나온 ‘맛집’ 가보기 등 매우 소박했다. 어느 날은 소주병이 허리까지 찬 집을 치운 적도 있다. 매우 외롭게 지내다 세상을 떠난 것 같아 안타까웠다.


출처: ‘바이오해저드’ 제공
출처: ‘바이오해저드’ 제공

-트라우마를 겪진 않나

한 번은 고시원같이 작은방을 청소한 적이 있었다. 20대 남성이 4살짜리 딸과 힘들게 살다가 같이 목숨을 끊은 현장이었다. 그런데 죽은 아이가 당시 우리 딸과 또래였다. 너무 힘들었다. 이후 몇 달 동안 일을 못 했다.


-일하면서 힘든 점은 무엇인가.

살인사건이 일어나면 온라인에서는 애도 물결이 이어지지만 현장에서는 다른 풍경이다. ‘재수 없다’며 소금을 뿌리거나 ‘빨리 치우라’면서 면박을 주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가 빨리 치워야 냄새도 안 나고 깨끗해지는데 서러울 때가 많다. 눈에 덜 띄기 위해서 오전 10시~오후 5시 사이에 일을 끝내려고 한다.


-인식이 바뀌면 좋겠다.

그러면 좋겠지만 아마 어려울 거다. 특히 냄새 때문에 서러운 일이 많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계속하려고 한다.


김가영 기자 kimga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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