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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갑질 원인은 상사의 자기혐오 마음의 병?

조회수 2018. 5. 22. 2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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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일본 최대 택배회사 야마토 운수의 전 직원 가족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재판의 초점은 직장 내 권력형 폭력 ‘파워하라’입니다. 파워하라는 힘(power)과 괴롭힘(harassment)을 조합한 것으로 상사가 부하를 괴롭히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로 따지면 직장 내 ‘갑질’입니다.


사건은 이렇습니다. 

출처: ⓒGettyImagesBank
기사와 직접 관련없는 자료 사진.

나가노현 내에 있는 영업소에서 40대 남성 직원이 자살했습니다. 46세 직원은 1989년 야마토 운수에 입사했고 2003년에는 영업소 센터장으로 승진했습니다. 하지만 2011년 강등되고 후임 센터장(사건의 피고)에게 폭언과 폭력을 당했습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정보만으로도 놀라운 행실들입니다.


현 센터장의 표적이 된 고인. 센터장은 책상을 걷어차거나, 2시간이나 고함을 지르고 “정말 쓸모없어”, “내일부터 나오지 마”, “죽여 버린다” 등 폭언을 했습니다. 이런 일이 장기간 반복 됐다니, 고인에겐 지옥의 고통이었을 것입니다.


출처: 동아닷컴 DB
회의 도중 임직원들에게 컵을 던지고 음료를 뿌린 혐의로 논란이 된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비슷한 일이 최근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항공사 오너가족 갑질 사건이 최근 유명하지만, 중소기업에서 벌어지는 비상식적 상사의 갑질은 보도되지 않은 사례도 많습니다.


집요하게 괴롭히는 상사, 그리고 그런 끔찍한 일을 몇 년씩 두고 보며 가볍게 여기는 조직, 원인이 무엇일까요. 일본 도쿄대학 동양문화연구소 야스토미 아유무(安冨歩) 교수는 다이아몬드 온라인에 “일본 아버지가 안고 있는 자기혐오 병이 원인”이라고 기고했습니다. 

이런 일을 해 버리는 사람의 마음에는 ‘너무 낮은 자존심’이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고 성희롱하는 사람의 마음은 자기혐오로 가득합니다. 속마음은 그것을 인정할 바엔 죽는 것이 낫다는 정도로 자신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입니다. 이 무서운 감정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그는 ‘훌륭하고 뛰어난 나’라는 허상을 만들어 냅니다. 이를 위해서는 비교 대상으로 ‘못난 사람’이 없으면 안 됩니다.
출처: JTBC 화면 캡처
조현민 씨의 어머니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은 공사장 직원들 앞에서 한 여직원을 몰아세웠다.

그는 이 감정이 이것이 인간 사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폭력의 근원이라고 말했습니다. 누군가를 차별하고 날 조롱하고 철저히 헐뜯는 동안, 자신이 ‘훌륭하고 고급스러운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출세 가도를 걷거나 엘리트로 업적을 쌓고 있는 사람의 마음에도 자주 강렬한 자기혐오가 있다고 야스토미 교수는 말합니다.


“이런 사람은 일견, 자신 있게 보일지 모르지만 마음속에 가득한 자기혐오를 때우기 위해서 어떤 부조리에도 견디며 보통 사람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노력을 합니다.” 

출처: (GettyImages)/이매진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재무차관의 여기자 성희롱 의혹과 관련해 “성희롱이라고 말할 수 없다. 여기자가 속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발언을 해 파문이 일었다.

야스토미 교수 역시 과거 남달리 자기혐오가 강해 괴로운 삶을 살았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자기혐오가 고개를 들 때마다 역사에 남을 연구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는데요. 34세에 권위 있는 닛케이 경제도서문화상을 수상했지만, 슬프게도, 만족감은 단 ‘1초’ 동안만 유지됐다고 합니다. 모교인 도쿄대학에도 그런 학생이 많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마음의 상처가 깊고 지적 능력이 높은 사람이 좋은 대학을 나오고, 엘리트 지식인이 되어 갑니다. 이런 사람들이 이끄는 조직은 자기혐오를 바탕으로 한 사악함을 ‘정상’으로 간주합니다.
출처: ⓒGettyImagesBank
기사와 직접 관련없는 자료 사진.

그러나 부하에게 지속해서 하는 ‘갑질’로 결코 마음의 평화는 얻을 수 없습니다. 단 1초의 만족을 위해 끊임없이 시달리는 인생입니다.


조직이 자기혐오 환자들과 정면 대결하지 않는 한 문제는 되풀이될 것입니다. 조직원들도 “상사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야비한 욕구로 움직여선 안 됩니다. 학대에 익숙해지면 더 큰 학대에도 눈을 감아 버리게 됩니다. 어느덧 내성이 생겨서 심각한 학대가 일어나도 “뭐야, 또야?”라는 식으로 넘기고 맙니다. 피해자는 발버둥 치면서 죽어가고 있는데 말입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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