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명문대 한국계 학생, '바지 짧다' 지적에 옷 벗어 항의

조회수 2018. 5. 11. 18:0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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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5일 미국 명문대학교인 코넬대 학생이 논문 발표 도중 상하의를 벗어 던지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발표자는 한국계 여성 레티샤 채(Letitia Chai)씨로, 그가 속옷 차림으로 발표하는 장면은 전 세계에 라이브로 생중계됐습니다. 공부한 성과를 발표하는 중요한 자리에서 채 씨는 왜 돌발 행동을 했을까요.


논문발표 전인 5월 2일 채 씨는 조교수 레베카 매고(Rebekah Maggor)씨의 연설·연기 수업 시간에 ‘바지가 너무 짧다’며 복장을 지적받았습니다. 당시 채 씨는 하늘색 셔츠에 짧은 청반바지를 입고 있었습니다.


출처: Facebook

채 씨는 “교수님이 대뜸 ‘그 옷을 정말 입을 거냐. 짧은 바지는 남성들의 주의를 끌어 발표 내용보다 복장에 관심을 두게끔 만들 수 있다’고 말하셨다. 나는 순간적으로 놀라서 뭐라고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라고 말했습니다. 매고 교수의 지적에 이어 한 남학생이 “발표자는 도덕적 의무를 지켜야 한다”며 거들었고, 당황한 채 씨는 발표를 마무리하지 못 한 채 교실을 떠났습니다.


채 씨는 “매고 교수님이 내게 ‘너의 어머니가 그 옷을 보면 뭐라고 생각하시겠느냐’고 물으셨다. 난 ‘내 어머니는 페미니스트이며 내 복장에 아무 문제도 없다고 생각하신다’고 대답했다. 교수님의 그 질문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교실에 있었던 한 학생은 “레티샤가 교실을 떠나고 나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고 밝혔습니다. 교실에 남은 학생들은 ‘누구든 원하는 옷을 입고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권리가 있으며 레티샤 채의 복장에는 문제가 없다’와 ‘발표할 때는 더 격식 있는 옷을 입어야 한다’라는 두 의견으로 갈려 토론을 벌였다고 합니다.

출처: Facebook

논문 발표날 채 씨는 지적받았던 옷을 그대로 입고 나타났습니다. 당일 발표는 페이스북 라이브로 생중계되고 있었습니다.


카메라를 향해 한국에서 보고 계실 부모님께 안부 인사를 한 뒤 채 씨는 “남을 만족시키기 위해 자기 외모를 맞춰야 한다는 터무니없는 소리를 언제까지 참아야 하느냐”고 말했습니다. 그 뒤 “며칠간 수많은 메시지를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경험을 공유해 주었다. 나는 여성이고 레티샤 채이기 이전에 한 인간이다”라며 옷을 벗었습니다.


그는 “우리 모두 인류의 한 사람으로서 서로의 진실한 모습을 바라보자. 다 같이 옷을 벗자(Strip everybody)”라고 말했습니다. 코넬대 교지 ‘코넬 데일리 선’에 따르면 당시 강의실에 있던 학생 44명 중 28명이 채 씨를 따라 옷을 벗었다고 합니다.

출처: Facebook

채 씨는 “이것은 그저 작은 시작일 뿐이고 우리는 앞으로 서로 이야기해야 할 것이 많다. 하지만 우리 모두 잘 해나갈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라며 속옷 차림 그대로 당당하게 논문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채 씨의 항의시위가 큰 주목을 받자 수업시간에 같은 교실에 있던 학생 13명 중 11명은 공동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우리 학교 학생들 중 상당수가 백인이 아니며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다. 미국이라는 나라에 살면서 레티샤가 겪었을 좌절과 압박에 공감하며 그의 행동을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하지만 그 날 있었던 일은 일종의 표현적 오류 때문에 벌어진 사고였다. 매고 교수님은 레티샤가 강의실을 나간 다음 자신의 단어 선택이 잘못됐다며 사과하셨다. 그 분은 다양성을 존중하며 늘 학생들에게 진실하셨고 우리 코넬대에 있어 선물 같은 분”이라고 교수를 변호했습니다.


매고 교수 또한 교지에 “학생들에게 무엇을 입고 무엇을 입지 말라고 강제하지는 않는다. 그저 자기 자신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옷을 입으라고 할 뿐”이라며 이전에도 캡모자를 쓰고 수업 듣는 학생에게 모자를 벗어 달라고 말한 적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자 채 씨는 “’모자를 벗어 달라’고 요구하는 것과 여학생에게 '네 바지가 짧아서 남학생의 주의를 끌 수 있다’고 말하는 건 동일선상에 놓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는 “논문 발표일에 내가 한 행동은 교수님을 트집잡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이슈에 경종을 울리고자 한 것이었다. 나는 특정 교수의 이름을 거론하거나 수업 당시 상황을 묘사하지 않았다”고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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