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반지 낀 아내의 손을 엑스레이로 찍어본 이유는?

조회수 2021. 5. 15. 22: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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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부터 ‘칼을 대지 않고’
신체 내부를 볼 수 있게 되었을까?

1895년 독일의 물리학자 빌헬름 뢴트겐은 전자가 빠른 속도로 물체에 충돌하면서 의문의 복사선이 방출되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고는 이 복사선에 전기장이나 자기장에서 휘어지지 않는 의문의 복사선이라는 의미로 엑스선X-ray이라 이름 붙였다. 알파벳 X는 미지수나 X세대, X파일과 같이 알려지지 않은 것을 명명할 때 종종 이용된다.

뢴트겐은 강한 투과성을 가지는 엑스선의 특성을 이용하여 결혼반지가 끼워진 아내의 손을 찍었는데 이것이 최초의 엑스선 사진이라 할 수 있다. 뼈는 엑스선이 거의 투과하지 않기 때문에 하얗게 나오고, 허파와 같은 공기층은 엑스선이 잘 투과해서 검게 나타난다. 엑스선 촬영을 통해 1899년 1월 20일 베를린의 한 의사는 자신의 손가락에 박힌 유리 파편을 찾아냈고, 2월 7일에는 또 다른 의사가 환자의 머리에 박힌 탄환을 확인했다. 이 밖에도 엑스선의 실용성은 매우 높았는데,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뢴트겐은 제1회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엑스선 사진은 광선이 투과하는 방향으로 흡수된 광량을 적분해 보여준다. 따라서 투과 방향으로는 위치 구별이 되지 않는다. 종양을 발견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깊이에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기계가 필요했다.


의학의 발전을 견인한 CT 촬영의 원리
2차원 이미지를 적분하라

토모그래피tomography는 ‘단층’이라는 의미의 tomos와 ‘새기다’라는 의미의 graphy가 합성된 단어로 단층촬영이라는 뜻이다. 계산량이 많아 컴퓨터를 써서 분석하므로 컴퓨터 단층촬영computer tomography, 줄여서 CT라 한다. 일반인에게 CT는 주로 의료 분야의 용어로 익숙하지만 고고학, 양자정보학, 재료공학, 지구물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앞에서 설명한 엑스선 촬영처럼 광선을 투과시켜 3차원 대상 물체로부터 2차원 이미지를 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방향을 바꿔가면서 얼마든지 원하는 만큼 여러 장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의료용 CT의 경우 환자가 침상 위에서 위아래로 이동하는 동안 엑스선 촬영 기기가 링을 따라 회전하면서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촬영한다. 하지만 이렇게 촬영된 여러 장의 2차원 이미지로부터 거꾸로 3차원 정보를 계산하는 것은 수학적으로 그리 간단하지 않다.

CT의 적분 원리를 알아보기 위해서 그림과 같이 단순화된 신체 단면을 생각해보자. 신체를 4×4의 격자로 나누었을 때 뼈(2)와 장기(1)가 그림과 같이 분포되어 있다고 가정하고 광선을 신체의 네 방향으로 투과하면 네 장의 필름을 얻을 수 있다. 필름상에 나타난 영상을 사이노그램이라 한다. 사이노그램은 광선 방향으로 합산된 광량의 적분 결과를 보여준다. 여기서 네 장의 사이노그램에 나타난 적분 결과를 수학적으로 계산해서 신체 내부의 16개 격자값 f(x, y)을 알아낼 수 있다. 쉽게 얘기해서 합산된 16개의 방정식을 풀어 16개의 미지수를 계산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면 된다.

간단히만 이야기하자면 수학적인 변환과 역변환의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신체 내부의 각 격자값 f(x, y)가 주어졌을 때 투과된 광선이 적분되면서 Rf 결과로 나타나는 과정을 라돈 변환Radon transform이라 하고, 라돈 변환을 거꾸로 적용하여 도로 격자값 f(x, y)를 끄집어내는 것을 라돈 역변환Inverse Radon transform이라 한다. CT란 촬영된 여러 장의 2차원 사이노그램을 라돈 역변환하여 신체 내부의 3차원 공간 정보로 재구성하는 알고리즘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적분과 관련되어 엄청나게 많은 수학적 계산이 수반된다.


1917년 오스트리아 수학자 요한 카를 아우구스트 라돈Johann Karl August Radon은 엑스선 촬영의 단점을 보완할 단층촬영 원리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장치나 기술이 없어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그로부터 60년 정도가 흐른 뒤 물리 학자 앨런 코맥Allan Cormack이 이론적 기초를 구축하고, 전기공학자 고드프리 하운스필드Godfrey Hounsfield가 드디어 CT를 개발하면서 인체 내부를 영상으로 확인하고 인체의 모든 부위를 정밀 진단할 수 있게 되었다. 코맥과 하운스필드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79년 노벨 생리 의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과거를 적분하면 현재가 보이고
현재를 미분하면 미래가 보인다

“미적분의 본질을 꿰뚫는 책”

_최영기, 《이런 수학은 처음이야》 저자,

서울대학교 수학교육과 교수


“한화택 교수는 천재적이다”

_임홍재, 국민대학교 총장, 자동차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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