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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버블이 일어나는 2가지 핵심 신호

조회수 2021. 1. 7. 13: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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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치솟은 집값, 올해는?

2020년 대한민국 부동산은 매우 뜨거웠다. 2021년에도 저금리와 공급 부족으로 인해 집값이 오를 거라는 주장이 우세하다.


부동산 시장의 과열로 우리의 마음은 더 불안하다.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사야 하는 건 아닌지, 이제는 늦은 게 아닌지. 혼란스러운 상황은 때때로 잘못된 선택을 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현상의 진실을 알아보는 눈을 키우는 것이다. 이것이 왜 중요한 지 우리보다 앞서 부동산 버블을 경험한 미국의 사례로 설명해보겠다.


주택 거품, 내 집을 둘러싼 환상

집값이 무섭게 오르던 2000년대 초반, 미국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기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쉬웠다. 강아지 이름으로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수입, 직업과 상관없이 누구나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집이 한 채 팔릴 때마다 어떤 식으로든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은행과 증권사, 신용평가사들이 파티가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도록 갖은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미국은 과거 주택 거품을 단 한 차례도 경험하지 않았지만 다른 나라는 겪었는데, 결과는 한결같이 참혹했다. 


네덜란드에서 노르웨이까지 여러 나라를 대상으로 수백 년에 걸쳐 주택 거품의 사례를 연구한 예일대학교 경제학자 로버트 실러는 부동산 가격이 소비자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치솟을 때 필연적으로 집값 폭락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990년대 초 일본을 덮친 악명 높은 부동산 거품은 2000년대 미국의 주택 거품과 비교하면 섬뜩할 만큼 무서운 선례다. 일본에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1981~1991년, 10년 사이에 76퍼센트나 올랐다가 다음 5년 동안 31퍼센트 떨어졌다.

<도표 1-4〉에서 보듯이 거품 기간과 그 이후에 기록한 미국 주택가격의 궤적과 거의 일치한다.


실러는 거품을 일으킨 또 다른 핵심 증거를 발견했다.  주택 구입자들이, 그 주택에 투자한 자금이 언젠가는 수익을 창출하리라는 완벽하게 비현실적인 가정을 세웠다는 사실이다. 케이스와 실러는 2003년에 시행한 연구조사에서 주택 소유자가 자신의 주택 자산이 연 13퍼센트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실제로 1896년부터 100년 동안 주택의 매매가격은 인플레이션을 고려할 때 겨우 총 6퍼센트밖에 오르지 않았다. 연간 약 0.06퍼센트의 수익률이다. 


엉터리 환상을 품었던 주택 소유자들은 말하자면 주택시장을 과신한 셈이다. 주택 거품은 문화 분야까지 이미 깊이 침투해 있었다. 방송에서도 집 매매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수시로 방영하기 시작했다. 수익을 그다지 고려하지 않고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까지도 남들이 하는 소비행태를 따라가야 하지 않을까 고민했을 게 분명하다.

“지금 내가 주택을 구입하지 않으면 5년 뒤에는 똑같은 돈을 주고서도 더 변두리에 있는 집밖에 살 수 없을거야.”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하며 집을 사기 시작했고, 그 결과 집값은 계속 올라갔다.


그러나 이런 믿음과는 다르게 상황은 하루가 다르게 암울해져만 갔다. 2007년 말에는 문제의 여러 조짐이 이미 뚜렷하게 드러나 있었다.


주택가격이 2007년 한 해 동안 대규모 시장 20개 가운데 17개 시장에서 떨어졌다. 주택 수요의 '선행지표'인 주택허가 건수가 정점을 찍은 때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2007년 말 주택 압류 건수는 두 배 늘어났다. 주택가격은 끝없는 추락의 길을 걸어, 2008년 한 해 동안에 추가로 20퍼센트가 떨어졌다.


예상치 못했던 엄청난 금융위기, 전문가들 예측의 처참한 실패

결국, 2008년 10월 23일. 주식시장은 자유낙하 중이었다. 최근 5주 동안 30퍼센트 가까이 떨어졌다. 


리먼브라더스처럼 한때 잘나가던 기업들이 파산을 맞았다. 신용시장은 기능이 정지된 지 오래였다. 라스베이거스 주택들의 가격은 40퍼센트가 허공으로 사라져버렸다. 실업률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쓰러져가는 금융사들에 수천억 달러에 이르는 공적자금이 들어갔다. 정부 신뢰도는 여론조사 시작 이래 역대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국민은 의회가 통과시킨 구제금융 법안들에 분노했고, 그래서 의회는 책임질 일을 한 사람들이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인상을 어떻게든 국민들에게 심어주려 안간힘을 썼다. 하원감독위원회는 주요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Moody’s), 피치레이팅스(Fitch Ratings)의 수장들을 소환해서 증언을 들었다. 


이 신용평가사들에는 MBS*(주택저당담보부증권)에 들어간 자금 수조 달러가 회수 불능 상태가 될 가능성을 평가하는 책임이 주어졌다. 그런데 아무리 좋게 봐도 모든 상황이 끝장난 듯했다.

* MBS(주택저당담보부증권이)
개인이 주거용 부동산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자금을 차입할 때 발생하는 증서인 모기지를 모아, 여기서 발생하는 자금 흐름을 바탕으로 금융기관이 발행하는 증권이다.

2000년대 후반에 발생한 금융위기를 여러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도덕적 실패로도, 규제와 감독의 실패로도, 또 제도의 실패로도 볼 수 있다. 


그런데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엄청난 규모의 경제적 실패라는 사실이다. 이른바 ‘대침체(Great Recession)’가 공식적으로 시작되고 4년이 지난 2011년 말 기준으로, 평균적 미국인은 그 불황이 닥치지 않았을 경우보다 약 2,500달러 더 가난해졌다.


이 금융위기는 판단의 실패, 곧 예측의 처참한 실패라고 보는 인식이 가장 정확할 것이다.


“전문가들의 예측은 왜 빗나간 것일까?”

관련 전문가들은 이렇게나 큰 금융위기를 왜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지 못한 것일까? 주택 거품, 금융위기와 함께 나타난 예측 실패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데이터를 평가할 때
핵심 맥락을 무시했다는 점이다.”
  • 주택 소유자가 주택가격에 보인 확신은 최근 미국의 주택가격이 상당한 수준으로 하락한 적이 없다는 사실에서 비롯했을 수 있다. 그러나 폭락 사태 이전과 같은 주택가격 급등 현상은 과거 미국에서 한 번도 없었다.
  • 은행들이 무디스와 S&P의 MBS(주택저당담보부증권) 신용등급 평가 능력에 보인 확신은 이 신용평가사들이 다른 유형의 금융자산을 대체적으로 정확하게 평가했다는 사실에 근거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신용평가사는 과거에 CDO(부채담보부증권)와 같은 기묘하고도 복잡한 증권을 평가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 경제학자들이 주택 위기에 금융권이 잘 버티리라고 본 확신은 주택가격 등락이 일반적으로 과거 금융권에 그다지 큰 영향을 주지 않은 데서 비롯했을 수 있다. 그러나 과거 금융권에서는 그처럼 높은 레버리지가 동원된 적이 한 번도 없었으며, 또한 과거에는 주택에 그렇게 많은 투자자금을 사이드베팅side bets(구경꾼 또는 게임에 직접 참가하지 않은 자가 그 게임과 관련해서 내기판을 벌이고 돈을 거는 것–옮긴이)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들 유형의 문제를 가리키는 전문용어가 있다. 이 예측가들이 고려했던 사건들은 ‘표본 외out-of-sample’다. 예측에서 주된 실패를 했을 때 그에 따른 문제는 대개 범죄현장 전체에 지문을 남긴다.

‘표본 외’는 무슨 뜻일까? 간단한 사례를 들어 설명해보자.


실패한 예측의 공식: 표본 외 예측의 문제

당신은 운전 솜씨가 뛰어나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가 운전을 잘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신에게는 본인이 운전을 잘한다는 사실을 입증할 운행 기록이 있다. 30년 동안 2만 회 운전했지만 사소한 접촉사고만 두 번 냈을 뿐이다.

당신은 술도 많이 마시는 편이 아니다. 당신이 절대 하지 않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음주운전이다. 그런데 가까운 친구들이 모여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기로 했고, 장소는 당신의 사무실이다. 친한 친구가 회사를 그만둔다 하고, 당신은 기분이 몹시 우울하다. 보드카에 탄산수를 넣어 딱 한 잔만 한다는 게 열두 잔이나 마셨다. 당신은 엄청 취하고 만다. 고주망태다. 자, 이때 당신은 자동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는가, 택시를 부르는가?

확실히 이 문제는 너무 쉽다. 당신은 택시를 부르고, 이튿날 아침 회의를 취소한다. 그러나 당신은 재미 삼아서 본인이 직접 차를 몰아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당신은 2만 회 운전한 표본 가운데서 딱 두 번 사소한 접촉사고를 냈을 뿐이다. 나머지 1만 9,998번은 아무 일 없이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했다. 확률로 보자면, 당신에게 무척이나 유리한 승률이다. 그러니 번거롭게 택시를 부를 것 없이 직접 차를 몰고 가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런데 문제는 당신은 그 2만 회 운전 가운데 단 한 번도 고주망태가 되어 운전석에 앉은 적이 없다는 데 있다. 당신의 음주운전 표본의 수는 2만 개가 아니라 0개다. 따라서 당신은 과거의 경험을 가지고 당신이 사고를 낼 위험을 예측할 수가 없다. 이것이 바로 ‘표본 외’ 문제의 사례다.


이러한 종류의 문제를 피하기가 그다지 어려워 보이지 않는데도 신용평가사들은 이와 똑같은 실수를 저질렀다.


무디스는 과거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모델을 만들어서 각각의 모기지 지급불능이 서로 연관될 범위를 예측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무디스는 198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미국의 주택 데이터를 참조했다. 그런데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미국에서 주택가격은 언제나 꾸준하게 제자리를 지키거나 상승했다. 이 같은 조건에서라면 어느 주택 소유자의 모기지가 다른 주택 소유자의 모기지와 거의 상관관계가 없다고 가정하는 것은 충분히 설득력을 얻는다. 


그러나 과거의 데이터는 미국의 주택가격이 일제히 하락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 아무것도 얘기해주지 않는다. 주택가격 폭락은 표본 외 사건이었고, 신용평가사들이 운용하던 모델들은 이런 조건 아래에서 지급불능의 위험을 산정하는 데 아무 소용이 없었다.


전문가들의 예측도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늘 염두 해야 한다

무디스가 일본에서 부동산 거품 이후 지급불능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보았더라면 MBS의 불안정성에 대해 좀 더 현실적으로 생각하고, 따라서 MBS에 AAA등급(신용 평가 기관이 부여하는 최고 등급)을 남발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래를 예측하는 주체는 흔히 표본 외 문제를 고려하는 데 거부감을 보인다. 


우리가 표본으로 설정하는 사건을 시간적・공간적으로 훨씬 멀리 잡아보자. 그러면 우리가 익숙하게 접하던 상관관계가 무척 낯설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이때 우리가 운용하는 예측 모델은 상대적으로 덜 강력한 듯 보인다. 또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아니면 신문 또는 잡지에 글을 쓸 때나 블로그에 포스트를 올릴 때)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에는 어딘가 부족해 보인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세상에 대해 아는 게 적다는 사실을 억지로라도 인정해야 할 듯싶다. 그러나 개인적 동기와 직업적 동기들이 모두 들고일어나서 우리가 그처럼 하지 못하게끔 가로막는다.


우리는 예측 모델이 세상을 단순화한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한다. 우리가 실수를 한다면 바로 이 사실 때문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복잡한 체계 속에서 실수는 한 자릿수가 아니라 지수 단위로 측정된다. S&P와 무디스는 CDO 관련 지급불능의 위험을 200배나 낮게 평가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실제 현실에서 일어난 심각한 경기후퇴가 발생할 가능성을 50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진실을 알아보는 법

정보화 시대에 우리가 직면하고 또 우리 도처에 스며 있는 위험 가운데 하나는, 지식의 양이 아무리 넘쳐나더라도 우리가 실제로 아는 것과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 사이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무척 정확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은 예측들도 마찬가지다.


무디스는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계산했다. 하지만 그들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이는 당신이 쏜 총알이 과녁 한가운데에 적중하지 않았는데도 언제나 대체로 비슷한 지점을 맞혔다는 사실을 들어, 다시 말해 정확하지는 않지만 정밀하다는 점만 가지고서 자기가 명사수라고 주장하는 셈이다. (표1-7)

금융위기들은 (그리고 예측 실패 대부분은) 이처럼 잘못된 확신에서 비롯한다. 정밀한 예측이 정확한 예측으로 가장한다. 우리 가운데 어떤 사람은 속고 당하면서도 기어코 추가 베팅을 한다. 미국처럼 강력한 경제단위가 날카로운 쇳소리를 내면서 급정거하는 일은 바로 우리가 과거에 잘못 내린 판단의 문제점들을 충분히 극복했다고 착각할 때 일어난다. 


미국의 사례처럼 세계적인 금융기관들조차 제대로 볼 수 없었던 진실들을 보기 위해 우리가 갖추어야 할 자세다.


당신이 만날 미래는
"예측의 질"에 달려 있다!

코로나19, 금융 위기, 부동산 등

빅이슈 시대에 다시 만나는

예측의 천재 네이트 실버의

슈퍼 베스트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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