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따라하기

인도에서 카스트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분야를 고르라면 단연 결혼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서구화의 영향으로 연애 결혼을 동경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인도인들은 자신의 카스트나 가정의 경제상황 등을 고려해 가족 모두 교류가 가능한 중매 결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유니세프(UNICEF) 등의 조사에 따르면, 인도인의 88%는 선을 봐서 결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전 세계 평균 55%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이혼율도 11%에 달한다.

인도인은 결혼식을 인생 최대의 행사로 여겨 많은 돈과 시간을 소비한다.

일생에 한 번밖에 없는 최대의 행사라는 이유와 집안의 명예가 걸린 사항이라는 이유로, 직장인 평균 연봉의 2~5배를 퍼부어 준비한다. 결혼 준비를 위한 시간만 해도 약 반 년에서 1년이 걸리는 것이 보통이며, 결혼식 자체는 대부분 3~5일 정도에 걸쳐 진행된다.

100~1,000명 규모의 초대 손님뿐만 아니라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초대장이 없어도 결혼식장에 들어와 자유롭게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최근 인도 최고의 부호이자 최대 재벌인 릴라이언스 그룹의 회장 무케시 암바니(Mukesh Ambani)의 딸 결혼식에서 화려한 인도 결혼 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인도 최대 부호의 딸 결혼식 축하연에는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 전 미국 국무장관, 세계적 팝스타 비욘세(Beyonce),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전 세계 유명인들이 대거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에릭슨(Ericsson) 노키아 HP 퀄컴(Qualcomm) 등 글로벌 IT업체와 골드만삭스 JP모건(J.P. Morgan) 스탠다드차타드(Standard Chartered) 은행 등 금융기업들, BP와 네슬레(Nestle) 등 쟁쟁한 글로벌 대기업 CEO들도 결혼식에 참석했다. 결혼식에 앞서 열린 결혼 축하연에도 전 세계 정 재계 인사들이 총출동, 세계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참고로 인도의 릴라이언스 그룹은 철강 에너지 통신 섬유 소매업 등 방대한 영역을 거느린 인도의 부호그룹으로 암바니 가문의 재산은 470억 달러(53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무케시 암바니 회장은 딸 결혼식에 무려 1억 달러(1,128억 원)를 쓰고, 하객수송을 위해 전세기 100여 대를 띄웠으며, 이 기간에 인근 주민 5,100명에게 매일 세 끼 식사를 제공했다.

인도에서는 연간 1,000만~2,000만 건의 결혼식이 이루어지며, 시장 규모는 400억~500억 달러에 달하고, 연간 25% 이상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 이 거대한 시장을 대상으로 결혼식에 특화된 서비스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웨딩 관련 업체가 약 30만 개나 존재하며, 결혼의 처음과 끝까지 모두 서비스하는 업체들도 속속 등장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계 기업은 결혼 시장에 뛰어드는 사례가 거의 없지만 일본계 기업 파나소닉(Panasonic)과 캐논(Canon)은 인도의 웨딩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파나소닉은 2012년에 도입한 결혼식 전용 비디오 카메라 판매 이외에 결혼식 AV(음향•영상) 연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예식 비용 10억 원 이상의 결혼식을 메인 타깃으로 자사의 카메라와 프로젝터를 사용한 연출도 하고 있다. 캐논은 결혼식 등 사진 앨범 제작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연평균 20%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와 동시에 인쇄 수요 증가에 따른 상업용 프린터기의 판매도 활발하다.

최근 인도에서 늘어나고 있는 자유 연애는 도시에 사는 고학력의 부유한 상위 계급에 속한 사람들에 한정된다. 하지만 연애가 결혼으로 발전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인도의 자유 연애는 우리로 따지면 중학교 수준의 연애라고 생각하면 된다. 영화관에 가거나 전화를 걸고 메일을 보내는 수준이다.

만일 힌두교를 믿는 여자가 이슬람교를 믿는 남자와 교제해 결혼하고 싶어 한다면 어떻게 될까? 또는 자신보다 낮은 계층의 남자와 결혼하고 싶은 경우, 그녀에겐 어떤 일이 발생할까?

백발백중 부모나 친척의 반대에 부딪힐 것이다. 인도 볼리우드 영화에서는 카스트가 다르거나 종교가 다른 사람이 연애해서 결혼하는 이야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는 현실에서 그런 결혼은 거의 힘들기 때문에 영화화된다고 보면 된다.

인도에서는 결혼 전 여자의 부모가 신랑감을 찾는 일에서부터 결혼 준비가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 부모들은 결혼 신문 광고를 내거나 친인척들을 통해 결혼 상대를 물색하다가, 적당한 상대가 나타나면 브라만 사제를 통해 신부와 신랑의 출생 일시를 가지고 점성술을 활용해 궁합을 본다. 이때 윤회사상에 근거해, 카르마 개념을 적용한다. 궁합을 보고 난 이후 신랑의 아버지는 신부 쪽에 결혼 지참금을 얼마나 줄 수 있는지 확인한다. 결혼 지참금은 현금뿐만 아니라 집, 차 등 물건도 가능하다.

최근 인도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것은 맞선 사이트다. 프로필 등록란에는 나이, 종교, 모국어, 소속 계층, 월급, 직업, 재외 동포 인도인(NRI), 이혼, 자녀, 사별 등의 정보를 기재한다. 이를 통해 자신에게 적합한 상대를 효율적으로 찾을 수 있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오히려 연애보다 선을 봐서 결혼하는 비중이 늘어났다. 검색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연령, 카스트 계층, 출신지, 직업, 월급 수준별로 검색하여 자신의 조건에 맞는 상대를 즉시 찾을 수 있어서 편리하다.

이런 사이트들은 물론 유료로 운영되지만, 사용자들은 월 1만원대의 사용료를 기꺼이 지불하고 이용한다. 이런 인터넷 서비스를 활용하면 지금까지 주류였던 일요일자 신문 결혼란과 달리 사진도 게재할 수 있고, 취미나 성격, 개인적인 생활 등을 프로필에 쓸 수 있다. 인터넷 서비스 등록자가 본인이 아니어도 되다 보니 최근에는 부모나 친척이 멋대로 등록하는 경우도 많아 정작 결혼하는 남녀는 이 사실을 전혀 모르는 경우도 있다.

인도의 역사부터 경제, 정치, 예술,

비즈니스 노하우까지

한 권으로 끝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