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따라하기

베트남은 커피로 유명하고 과거 프랑스 통치의 영향을 받아 멋진 카페도 많다. 베트남에는 스타벅스 같은 글로벌 브랜드도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는 건 로컬 브랜드 커피와 카페들이다.

최근 베트남 카페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다양한 신생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한국에도 입점한 꽁카페Cong Café, 스타벅스 바로 옆에서 밀크티로 Z세대를 유혹하는 푹롱Phuc Long, 베트남 커피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글로벌시장에 베트남 커피의 위상을 세울 꿈을 꾸는 더커피하우스TCH: The Coffee House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가장 최근에 런칭한 브랜드 더커피하우스는 베트남의 현대적인 색채를 잘 드러내면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더커피하우스는 1년 만에 100개 이상의 매장을 오픈했는데 빠르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던 동력은 어디에 있을까?

1987년생인 응우옌하이닌Nguyễn Hải Ninh은 커피에 관심은 없었지만, 단지 사람이 좋아서 카페를 연 그는 더커피하우스를 통해 커피를 생산하는 사람과 커피를 소비하는 사람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그는 ‘왜 더커피하우스를 하는지’ 사업의 이유를 깨닫게 된다.

하이닌은 1호점을 오픈한 후, 난생처음으로 커피 농장을 방문했다. 공동 창업자는 자신의 고향에 있는 커피 농장으로 그를 데려갔고, 이 현장에서 마주한 경험은 하이닌에게 커다란 울림을 주었다.

최근 몇 년간 가뭄으로 커피 생산량이 줄어 농민들의 삶은 매우 비참한 상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국제 커피 가격이 하락해 커피 가격이 지난 10년 중 가장 낮았다.

베트남은 커피 생산량의 90%를 수출하는데 생산량은 줄어들고 판매 가격은 떨어지면서 도산하는 커피 농가들이 줄을 이었다.

지아라이Gia Lai, 닥농Đắk Nôn, 꺼우덧Cầu Đất 같은 황량해진 커피 농장의 농민들은 수확할 비용조차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수입이 적어 사실상 커피 농장 운영을 포기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하이닌은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세계 커피 지도에서 베트남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느껴져, 베트남 커피 농가를 위해 베트남 커피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농장에서 돌아온 하이닌은 ‘세계시장에서 베트남 커피 원두의 위상을 세우자’로 더커피하우스의 사명을 수립했다. 베트남 커피 농장에서 생산한 커피가 전보다 더 많이 수출되고 내수시장에서도 소비되어, 지속적으로 성장이 가능한 커피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린 것이다.

그 후 미션 실행을 위한 3단계 목표를 수립했다. 자금 사정으로 처음부터 사업 규모를 확대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1단계로 더커피하우스 브랜드 빌딩과 수익화에 집중했다. 

2018년 매장이 60개를 넘어 사업을 확대할 능력이 생기자 2단계로 커피 생산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하이닌은 2014년 방문했던 꺼우덧 커피 농장을 가장 먼저 인수했다. 이를 통해 커피 품질을 고급화함으로써 베트남 커피 품질의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했다.

마지막 3단계는 생산부터 수출, 내수 소비까지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더커피하우스는 고품질 원두를 가진 커피 농장들을 찾아 지속적으로 인수하면서 생산부터 판매까지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이를 위해 하이닌은 세 가지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첫 번째 전략은 커피 농가들이 안정적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매출과 이윤 확보를 돕는 일이다.

베트남은 세계 2위 커피 수출국이지만 커피 품질이 좋지 않아 국제시장에서 수출 가격이 낮게 책정되어 왔다. 베트남 커피 농장에는 재배와 수확 과정에서 품질을 판단하는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원두의 가공 전 상태인 그린 빈Green Bean의 품질이 좋지 않은 탓이다.

베트남 커피 가격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고품질 커피를 제공하는 것이라 판단한 하이닌은 꺼우덧의 커피 농장을 인수한 뒤 평균 생산량을 30% 감소시키는 대신 품종을 개량했다. 커피 농가들이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더커피하우스에서 구매하겠다고 약속하며 50%의 고마진을 보장해주었다. 그 결과 베트남 소비자들은 고품질 베트남 커피를 더커피하우스에서 즐길 수 있게 되었고 고품질 베트남산 원두가 미국에 수출되기 시작했다.

두 번째 전략은 베트남 커피가 베트남 내수시장에서 더 많이 소비될 수 있도록 더커피하우스의 창고 규모를 대폭 늘리고 매장을 더 빨리, 더 많이 여는 것이다.

더커피하우스는 이 전략에 따라 1년 만에 신규 매장 100개를 열었다. 하이닌은 말한다.

“통계에 따르면 베트남에는 1만 8,000개의 카페가 있는데 이 중 더커피하우스 매장은 겨우 160개뿐입니다. 더 많은 베트남 소비자들이 베트남의 고급 커피를 경험할 수 있도록 매장 수를 늘리고 O2O 시스템을 활용해 배달 서비스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전략은 세계시장에서 베트남 커피 품질이 좋지 않다는 인식을 전환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더커피하우스는 베트남의 고품질 커피 품종을 찾아 매년 하나의 농장을 인수할 계획이다. 재배 과정에서 수확 기준과 공정을 바로잡아 고품질 커피를 안정적으로 지속 생산해 베트남 커피의 국내외 소비자 인식을 점진적으로 바꿔가고자 한다.

바오록Bảo Lộc, 지아라이, 닥농, 부온마투옷Buôn Ma Thuột, 케싸인Khe Xanh 및 롱썬Long Sơn 등 고품질 커피 품종을 모아 베트남 커피 컬렉션을 진행할 꿈을 꾸고 있으며 이러한 비전을 직원들과도 나누고 있다. 직원들은 커피 농장을 직접 방문해보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양질의 커피를 찾으면 바로 더커피하우스로 가져온다.

더커피하우스의 사업은 카페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넘어 베트남 커피산업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다.

진화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고 커피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매개체다. 하이닌은 더커피하우스를 시작할 때부터 사람에 가치를 두었다

더커피하우스의 핵심가치는 ‘진심, 친절, 인류애’다. 매장 기반의 카페 체인 사업 모델이었을 때는 ‘고객 서비스’가 핵심가치였다.

커피산업 생태계를 구축한 현재의 ‘고객 서비스’는 ‘진심’에서 우러난 ‘친절’한 행동만이 다른 사람의 마음에 닿을 수 있다는 의미로 구체화되었고, 지역사회의 이익을 추구하는 ‘인류애’까지 확대되었다. 커피로 연결된 공동체는 인류애로 엮인 가족주의의 확산 개념인 것이다. 그 안에서 생산자, 판매자, 소비자 모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당연히 더커피하우스의 기업문화도 사람을 중심에 둔다. 

카페 같은 서비스업은 근무 시간이 길고 일도 힘들기 때문에 베트남 사람들도 기피하는 직업이다. 그래서 하이닌은 직원을 뽑을 때 커피에 대한 열정이 있고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을 채용한다. 그래야 재미있게 오래 함께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심가치는 매장 수가 늘어나면서 직원들과 동일한 언어와 가치로 일하도록 연결해준다. 하이닌은 핵심가치를 통해 타인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곧 나의 행복이라는 철학을 직원들과 공유하고 있다.

아직 경험은 부족하지만 스타트업에 관심 있는 젊은이들에게 하이닌은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선한 동기와 도전 정신을 가지고 꿈을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배우며 성장할 수 있습니다. 저도 꿈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고요. 앞으로 한 달에 평균 열 개씩 신규 매장을 열어 향후 4~5년 내 베트남 전역에 700개 매장을 여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제는 '제품 중심'이 아닌 '고객 중심'의 시대입니다. 내 고객이 누구인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아는 것이 사업의 출발점이죠.

이 책이 베트남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의 기획자나 마케터에게 유용한 가이드북인 이유입니다.

<베트남 비즈니스 수업>에 나온 베트남의 일곱 가지 키워드를 이해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베트남에서의 성장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