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따라하기

천재의 집념이 낳은 위대한 기법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신비로운 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의 위대함은 화가이자 과학자, 건축가, 천문학자, 발명가인 다재다능한 천재가 완벽을 추구한 끝에 이룩한 경이로운 성취에서 기인합니다.

비스듬히 앉은 모델의 자세, 상상 속 자연을 표현한 배경, 섬세한 붓터치로 윤곽선을 번지듯 그리는 스푸마토 기법 등 그가 창안한 기술은 동시대 및 후세의 모든 초상화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모델이 관람자를 바라보도록 한 묘사도 획기적이었죠.

레오나르도는 이 작품에서 공기원근법을 시도했는데요. 공기원근법이란 공기가 가진 성질을 이용해 거리감을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우리가 밖에서 풍경을 바라보면 멀리 있는 사물은 푸른빛을 띠면서 흐릿하게 보입니다. 반면 가까이 있는 사물은 붉은빛을 띠면서 뚜렷하게 보이고요.

이처럼 대상의 색과 형태가 공기의 영향으로 다르게 보이는 현상을 표현하고자 레오나르도는 멀리 있을수록 형태를 뿌옇게 처리하고, 색채를 더욱 공기가 지닌 색에 가깝게 그려서 원근감을 표현했습니다. 그의 목표는 보다 완벽한 리얼리즘에 도달하는 것이었죠.

〈모나리자〉는 나무판에 유화로 그린 작품인데요. 유화는 15세기 네덜란드 남부와 벨기에 북부에 위치한 플랑드르 지방에서 탄생한 회화 기법입니다. 레오나르도는 르네상스 시기에 북유럽에서 이탈리아로 전해진 유화 기법을 발 빠르게 받아들였죠.

유화가 없었다면 공기원근법이나 스푸마토 기법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겁니다. 캔버스에 물감을 여러 번 칠하는 유화는 한 가지 색이 다른 색과 부드럽게 연결되면서 대상이 한층 자연스럽고 입체적으로 보이도록 합니다. 기름 섞인 물감을 사용하면서 캔버스에 깊은 광택이 생겨 그림이 그윽하고 신비롭게 느껴지는 것도 유화의 매력이죠.

유화가 등장하기 이전에는 템페라 기법을 이용한 그림이 많았는데요. 템페라 기법이란 달걀 노른자와 아교를 섞은 불투명 안료인 템페라를 사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마르는 시간이 짧아서 다른 물감을 덧발라 다채로운 색조를 낼 수 있는 반면, 빨리 마르니 수정을 하기가 어려웠죠.

초기 르네상스 회화는 대부분 템페라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과 레오나르도의 〈최후의 만찬〉은 모두 템페라로 그린 작품입니다. 〈모나리자〉는 유화로 그렸는데 물감이 마르는 시간이 오래 걸려 물감을 얇게 덧칠해 색을 섞기가 수월했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그림이 풍성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죠.

〈모나리자〉의 구도를 볼까요?

레오나르도는 치밀한 계산을 바탕으로 구도를 잡았습니다. 안정감 있는 삼각형 구도는 당시 화가들이 성모 마리아를 그릴 때 전형적으로 사용한 것입니다. 하지만 〈모나리자〉에는 다른 부분이 있는데요.

삼각형 구도의 하단에 양손이 겹쳐져 있지요?

왼손을 살포시 걸친 팔걸이의자가 경계선을 그으면서 자연스럽게 감상자와의 사이에 거리가 생겨납니다. 은연중에 가까이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풍기는 거죠. 감상자를 바라보는 시선이나 수수께끼 같은 표정, 흐릿해지는 풍경 묘사는 작품에 신비로움을 더하고요.

배경을 상상 속의 풍경으로 묘사한 기법, 몸을 비스듬히 틀어서 정면을 바라보는 모델의 포즈 등은 이후 등장하는 모든 초상화의 기준이 되었죠.

〈모나리자〉를 실제로 보고는 오래되어 색도 바래고 크기도 작아서 실망했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확실히 스케일로 관람객을 압도하는 작품은 아닙니다. 하지만 시간을 들여 찬찬히 바라보면, 그림 속으로 이끌리는 듯한 형언하기 어려운 기운이 느껴집니다. 

〈모나리자〉는 평생 완벽을 추구한 천재의 연구가 집대성된 위대한 결실이니까요.

수수께끼에 둘러싸인 작품인 만큼 모델에 대한 설도 분분한데요. 그림 속 여인은 피렌체의 부유한 사업가인 프란체스코 델 조콘도의 부인인 리자 델 조콘도라고 합니다. ‘모나’는 당시 부인을 뜻하는 이탈리아 말이니 모나리자는 리자 부인이라는 뜻이죠. 모델로 섰을 당시 그녀는 24세였는데, 적외선 촬영을 해봤더니 막 출산한 여성이 입던 반투명 베일을 몸에 두르고 있었다고 합니다.

혹자는 리자 부인을 그린 그림은 다른 것이며 모나리자는 전혀 다른 인물이라고 주장합니다. 리자 부인을 그렸다는 사실도 레오나르도가 죽은 지 31년 뒤에 이탈리아의 전기 작가 조르조 바사리가 출간한 책을 통해서 밝혀진 것입니다. 그의 기록 외에는 아무런 증거 자료가 없지요.

레오나르도가 어린 시절에 생이별한 어머니의 초상화라는 설, 인간적으로 그린 성모 마리아라는 설, 자기 자신을 그린 자화상이라는 설, 심지어 애인을 그렸다는 설 등 온갖 추측이 난무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추측만 할 뿐 여전히 나이나 성별조차 비밀에 싸여있지요.

레오나르도는 이 그림을 팔지 않고 평생 간직하면서 수정을 거듭했는데요. 그런 까닭에 이 그림이 특정한 인물이 아니라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모나리자〉는 여전히 많은 미스터리를 간직한 채 관람자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레오나르도가 살아생전 작품에 대해 함구했던 까닭도 있겠지만, 그가 탄생시킨 위대한 기법들이 〈모나리자〉를 한층 신비롭게 보이도록 한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종교를 넘어선 과학

르네상스 시대에는 여러 분야에 재능을 발휘하는 지성인을 이상적인 인간으로 여겼습니다. 회화뿐만 아니라 조각, 건축, 음악, 과학, 수학, 해부학, 지질학, 식물학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에 뚜렷한 업적을 남긴 레오나르도는 그야말로 르네상스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이었죠. 

레오나르도는 주의 깊게 자연을 탐구하면서 인간이란 무엇인가, 더 나아가 신이란 무엇인가를 밝히고자 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신이란 기독교의 신이 아니라 삼라만상을 주관하는 우주의 법칙을 뜻합니다.

왕성한 호기심의 소유자였던 레오나르도는 종교적으로 금기시된 행동도 가리지 않았습니다. 인체를 연구하기 위해 직접 사람의 몸을 해부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는 과학적인 지식과 통찰을 기반으로 완벽을 지향했지요.

그가 살던 시대에는 절대적이던 종교의 권위가 십자군 전쟁의 실패와 페스트의 유행 등으로 붕괴하기 시작합니다. 15세기 중반, 구텐베르크가 금속 인쇄술을 개발하면서 교회가 독점해온 성경이 일반 대중들에게 보급되는데요.

결과적으로 인쇄술은 교회 세력을 약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사람들은 기독교적 세계관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고 이러한 사회 배경 속에서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탐구하며 보편적인 원리를 찾고자 하는 과학적인 태도가 싹트게 되죠.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르네상스 시대가 추구하는 인간상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인물이었습니다. 그의 대표작 〈모나리자〉는 서양미술사에서 종래의 종교화에 단호히 결별을 선언한 최초의 근대 회화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