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있던 콘돔, 피임률 14%?

조회수 2020. 3. 27. 14: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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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下이집트 사람들은 꿀과 탄산나트륨 혼합물을 사용해 피임했다. 메소포타미아인들은 아카시아잎과 린트천을 선호했다. 고대 페르시아인들은 코끼리 똥과 양배추를 사용했다. 르네상스 시기의 유럽인들은 백합 뿌리와 누에 창자를 사용했다. 


현대인은 조금 더 쉬운 방법을 쓴다. 콘돔이나 알약을 선택하거나 자발적으로 불임 시술을 받는다.

이렇듯 다양한 피임법이 존재한다. 하지만 누구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 가지는 특정 피임법을 사용할 때 임신할 확률이다. 


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2014년에 《뉴욕타임스》는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피임법이 여러분의 기대를 저버릴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가?

기사의 필자들은 단순한 전제에서 시작했다. 오래 피임할수록 피임에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가정했던 것이다. 


이 개념을 수치로 뒷받침하기 위해 인기 있는 피임법의 1년간 효능에 관해 이미 발표된 데이터를 살폈다. 


그리고 이 데이터와 앞으로 설명할 그들만의 계산법을 이용해 10년 동안 각 피임법을 장기간 이용하는 데 따른 실패율을 번듯한 대화형 차트 한 장으로 보여줬다.

《뉴욕타임스》 기자들은 오래 피임할수록 피임에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단순하게 가정하고, 위와 같이 각 피임법을 10년 동안 전형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의 실패율을 차트로 작성했다.

많은 사람이 《뉴욕타임스》 기사에 충격을 받았다.


기사에 따르면, 피임약 복용자의 1년간 실패율은 9퍼센트였지만, 10년간 실패율은 놀랍게도 61퍼센트였다. 콘돔에 대한 수치는 훨씬 심각했다. 10년간 실패율이 86퍼센트로 나왔다. 기사는 소셜 미디어에서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자신의 피임법이 안전하다고 믿었던 수많은 《뉴욕타임스》 일반 독자들에게 큰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심지어 누구보다도 그 연구를 잘 알았을 산부인과 의사들조차도 웹상에서 링크를 공유하고 자신들의 놀란 심정을 표현했다.

@hricciot: “나 같은 산부인과 의사한테도 충격적임! #LARCisBest.” 여기서 LARC는 피임링같이 장기간 착용해도 되돌릴 수 있는 피임법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 《뉴욕타임스》 기사에는 중대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장기간 실패율 추정치는 사실에 기반하지 않았던 것이다.

《뉴욕타임스》가 각 피임법의 장기간 실패율을 계산한 방식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미 발표된 연구 데이터로부터 1년 동안 ‘전형적 사용 시의’ 실패율을 정했다(가령 피임약의 경우 9퍼센트). 


이 수치는 원래 임상 시험이나 전국을 대표할 수 있는 여론조사에서 나온 데이터를 가지고 계산한 값이며 사실상 얻을 수 있는 최상의 추산치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다음에는 복리 규칙을 이용해 여러 해 동안 연속으로 피임에 성공할 확률을 계산했다.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전형적인 피임약 복용자들은 첫해에 피임에 성공할 확률이 91퍼센트였다. 이 수치를 바탕으로 《뉴욕타임스》는 복리 규칙을 이용해 다음과 같이 계산했다.

- P(1년 동안 피임 성공) = 0.91
- P(2년 동안 피임 성공) = (0.91)2 ≈ 0.82
- P(3년 동안 피임 성공) = (0.91)3 ≈ 0.75

계속 이런 식으로 계산했다. 10년까지 가면, 장기간 연속적으로 피임에 성공할 확률은 약 39퍼센트로 매우 작아진다. 따라서 전형적인 피임약 복용자가 10년 동안에 적어도 한 번 임신할 확률은 61퍼센트가 된다.


그런데 이 계산은 엄청난 결함을 안고 있다. 이런 식의 상황에 복리 규칙을 적용해 1년간의 평균을 가지고 앞으로 그 집단에 무슨 일이 생기는지 추론한다면 틀린 답을 얻을 수밖에 없다. 

첫해에 피임약 복용자의 약 9퍼센트는 임신을 하게 될 것이다. 그 수치에는 일관적인 복용자와 불규칙적인 복용자가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그해에 피임에 성공한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피임약 복용 습관이 어떤지는 조금 알 수 있다. 


또 그 사람이 다음 해에 피임에 실패할 확률은 아마도 9퍼센트 미만일 것이다. 어쩌면 8퍼센트나 또 어쩌면 2퍼센트일 수도 있지만, 정확히는 아무도 모른다. 아무도 이런 주제에 관해 연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1년간 9퍼센트의 피임 실패율에 크게 기여한 대다수의 불규칙적인 복용자들이 이제 연구에서 제외된다는 사실은 알 수 있다.

1년간 9퍼센트의 피임 실패율에 크게 기여한 불규칙적인 복용자들을 연구 대상에서 제외해보자. 그러면 위와 같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그래프는 두 가지 가정 아래 전형적인 피임약 복용자들의 10년간 누적 임신율을 비교하고 있다. 


회색 선은 《뉴욕타임스》가 가정한 내용이다. 연구에 남은 여성들이 첫해 이후에도 계속 비현실적으로 높은 연간 9퍼센트의 확률로 임신한다고 가정한다.


이 가정에 따르면, 임신하는 빈도는 1년간이나 10년간이나 똑같으므로 10년간 누적된 피임 실패율은 복리 규칙을 적용해 61퍼센트로 예측된다. 

한편 검은 선은 연구에 남은 여성들이 첫해 이후부터 임신할 평균 확률이 9퍼센트 미만이라고 가정한다.


규칙에 따르지 않는 피임약 복용자들은 이미 임신을 해버려서 연구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이 효과는 해가 갈수록 더 강해져서 연구의 끝에 이르면 오로지 복용 설명서를 철저하게 잘 지키는 복용자들만 남는다. 


이 곡선은 10년간의 누적 임신율이 25퍼센트가 조금 넘는다고 예측하며, 피임 실패의 대다수 사례는 초기에 불규 칙적인 복용자들한테서만 일어난다고 본다.

연구자들이 데이터를 통해 실제로 아는 것이라고는 전형적인 복용 ‘집단’의 9퍼센트가 1년 후에 임신을 하게 된다는 사실뿐임을 강조해야겠다. 


그다음 해부터는 두 곡선 모두 오직 모형을 세우기 위한 가정을 바탕으로 추산, 즉 구체적으로는 외삽한 결과일 뿐이다.


모든 모형이 틀린 것이긴 하지만, 어떤 모형들은 다른 모형들보다 더 틀리다.

이처럼 한 데이터 집합이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릴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때 여러분은 답을 내놓을 수 있는 데이터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에서 이야기한 피임약을 다시 이야기해보자. 


피임약의 1년간 실패율에 관한 데이터는 10년간 실패율을 알려줄 수 없다. 10년 후에 어떻게 되는지 알려면 10년을 기다려야 한다. 지금 당장 답을 알아내려고 하는 것은 입수한 데이터로부터 의심스러운 가정을 이용해 강제로 자백을 받아내고자 하는 억지다. 그런 자백이 결국에는 진짜 피해를 초래할지 모른다. 틀린 가짜 뉴스를 생산하고 그 결과로 수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새로운 시대에는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려는 마음을 가라앉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모든 미검증 가정은 임시적 의미, 다시 말해 더 많은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기 전까지만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이용하는 근사치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뉴스 데이터, 주식 시장,

스포츠 통계, 의료 진단 등


일상에서 성공의 확률을

높여주는 생각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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