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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사람이 더 외롭다, 왜?

조회수 2019. 10. 17.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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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외롭다!”라고 호소하는 40대가 참 많습니다. 


외롭다고 하면 초라해 보일까 봐 속으로만 ‘나 외로워. 어떻게 좀 해줘!’라는 이는 더 많습니다. 사람이 없어서 외로운 것이냐 하면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집에는 처자식이 있고 스마트폰에서 전화번호 목록을 끝까지 스크롤하려면 한참 걸리는데도 “너무 외로워!”라고 합니다.


1993년부터 2012년까지 캘리포니아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노인의학 전문의인 페리시노토 박사가 노인의 외로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혼자 중 외롭다고 느끼는 비율이 62.5퍼센트에 이른다고 합니다. 배우자가 있는데도 혼자라고 느끼는 사람이 태반이 넘는다는 겁니다. 오히려 파트너 없이 혼자 사는 사람 중에서 외롭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26.7퍼센트에 불과했습니다. 


이 수치를 보면 옆에 사람이 있다고 외로움에서 벗어나는 것도 아니고, 혼자 산다고 무조건 외로운 것도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나란히 소파에 앉아 있어도 남편은 텔레비전만 멀뚱히 바라보고 아내는 스마트폰만 뚫어지게 보고 있으면 같이 살아도 외로울 수밖에 없겠죠. 이런 걸 두고 ‘고요한 존재의 외로움quiet-presence loneliness’이라고 합니다.


친구가 아무리 많으면 뭐 합니까. 만나기만 하면 자기 자랑만 늘어놓는 친구라면 왜 저런 소리를 듣고 있어야 하는지 짜증만 날 뿐인데요. ‘나는 왜 이렇게 초라하게 사나’ 하는 자괴감의 유발자에 불과하죠. 비즈니스로 만난 사람들은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솔직해질 수 없는 관계로 외로움이 달래질 리 없습니다.


유명인사 주변에는 사람들이 넘쳐나지만 그들 중 진실한 관계를 맺기는 훨씬 어렵죠. 중년이 되어 힘 좀 쓰는 위치에 오르면 오를수록 더 심한 고독에 빠져들 수밖에 없습니다.


만성적인 외로움은 흡연만큼 해롭습니다.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만성적인 외로움은 심혈관질환 발병률을 높입니다. 조기사망 위험인자입니다.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이보다 빨리 죽을 확률이 14퍼센트나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외로워지면 면역력도 떨어지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다 분출되며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무너집니다. 혈관도 딱딱해지고 신체에서 염증 반응이 일어나서 질병도 잘 걸리고 통증도 더 많이 느낍니다. 뇌 기능이 저하되어 치매 발생 위험도 높아집니다.

‘나는 혼자다’라며 소외감을 느끼면 배측전대상피질dorsal anterior cingulate cortex, DACC 영역이 활성화되면서 암 환자처럼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외로우면 옆구리가 시리다는 말, 괜한 소리가 아닙니다.


외로운 사람이 자꾸 아프다고 하는 건 관심 끌려고 그러는 게 아닙니다. 생물학적으로 진짜 통증을 느끼는 겁니다.


외로울 때 춥다고 하는 것도 그냥 하는 말이 아닙니다. 외로움은 체온 감각을 변화시킵니다. 고독감을 느낄수록 주변의 온도를 더 낮게 지각하도록 뇌가 변합니다. 추우니까 사람들 곁으로 다가가게 만들기 위한 진화생물학적 장치가 우리 뇌에 장착되어 있는 것이죠.


1961년 미국의 내과 의사였던 스튜어트 울프는 펜실베이니아주 로세토 지역의 의사와 술을 마시다 우연히 재미난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 지역에 사는 이탈리아계 미국인들은 다른 지역 주민보다 심장병에 잘 안 걸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울프 박사가 이 지역의 심장병 유병률과 사망률을 조사해보니 55세에서 64세 인구 중 심장병으로 죽은 사람은 없었고, 65세 이상 인구 사망률도 전국 평균의 절반에 불과했습니다.


더 놀라운 건 로세토 주민들은 소시지나 미트볼을 즐겨 먹고 술과 담배도 엄청나게 해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심장병에 잘 안 걸렸습니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효과가 나타나나 조사해봤더니 이 지역 특유의 서로 존중하고 협동하는 공동체 문화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웃 주민들이 서로를 가족처럼 믿고 의지하는 것이 건강 비결이었던 것이죠. 이것이 바로 ‘로세토 효과Roseto effect’입니다.

사람이 실제로 옆에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보다는 주관적으로 느끼는 외로움이 더 중요합니다. 외로움이 건강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해보면 친구의 숫자나 대인관계의 폭보다는 스스로 외로운 사람이라고 인식하는지가 우울증과 연관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20대까지는 친구의 숫자가 중요합니다. 이 시기에는 인간관계를 넓혀야 합니다.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회성을 키워야 합니다. 청년기에 맺어둔 인간관계의 질이 중년 이후의 행복에 영향을 끼칩니다. 그런데 마흔이 되면 감정을 공유하고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중년에 맺은 인간관계의 질이 노년의 건강과 행복을 결정합니다.


외로움을 느낄 때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해보면 좋습니다. 외롭다고 이 사람 저 사람 무턱대고 만나고 의미 없는 모임인데도 소외될까 두려워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지, 술로 스스로를 위로하려 들지는 않는지, 고독이 두려워 보지도 않는 텔레비전을 계속 켜놓고 있지는 않은지, 빈말로 가득한 단톡방을 들락거리느라 다양한 경험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

외로움을 해소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타인을 돕는 것입니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을 향한 따뜻한 눈빛, 따뜻한 말 한마디가 체온을 올립니다. 감정의 온도를 높여 외로움을 없애줍니다. 봉사활동에 참여해보세요. 후배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키워주세요. 이웃을 가족처럼 여기고 사세요. 다 좋습니다.


무엇보다 가까이에 있는 가족과 추억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거창한 활동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배우자와 단둘이 데이트 시간을 가지세요. 외식도 하고 공연도 같이 보세요. 일요일에 교회에 가는 것처럼 때가 되면 제사가 돌아오는 것처럼 일상의 의식을 만드세요. 수요일은 외식의 날, 금요일은 영화 보는 날처럼 말이죠. 퇴근 후에 가족과 함께 집 주변을 산책해보세요. 결혼사진을 꺼내놓고 두런두런 대화해도 좋고요.

그래도 외로움이 떨쳐지지 않는다고요? 당연합니다. 근원적인 외로움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어요.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고통을 주기 때문에 인간은 무리를 지어 생활해왔습니다. 그래서 인류가 진화했고요. 살아 있는 한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절대 사라지지 않습니다.


혼자라고 모두 외로움을 느끼는 건 아닙니다. 혼자를 즐길줄 알면 외로움의 고통은 따라붙지 않습니다. 건강에 아무런 해도 주지 않습니다. 혼자만의 취미, 혼자만의 여행, 혼자 밥 먹고 영화 보는 것도 내 마음이 편하다면 문제될 것 없습니다.


외로움을 아름다운 고독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최고의 명약입니다.


사람은 모두 외롭습니다. 마흔이 지나면 더 외롭습니다. 지금 외롭지 않아도 언젠가 외로워집니다. 나는 외롭지 않다고 외치는 이는 거짓말쟁이입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인간은 철저하게 고독한 존재입니다. 가족과 친구가 곁에 있어도 심리적 간극이 있습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도 사람은 서로에게 영원한 이방인입니다. 어떤 관계도 외로움을 완전히 달래주지는 못합니다.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나만 춥고 외롭다는 생각에 빠져들면 안 됩니다. 외로움과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마흔의 문제에는 선명한 해법이나 단순한 원리가 없습니다. 타인이 거쳐간 길은 그것이 아무리 좋고 옳아 보여도 절대로 내것이 될 수 없으니까요. 마흔의 마음 공부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길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마음 공부가 필요할까요?


바로, 마음 공부의 핵심은 상실의 고통을 끌어안고 전환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곧 마흔이 되는 서른에게, 동시에 마음은 아직도 서른에 머물러 있는 마흔을 위한 이야기를 글에 담아두었습니다.


마흔의 길목, 없어질 것만 보지 마세요.

당신에게 아직 남아 있는 소중한 것이 더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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