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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 반하나 안 반하나!" 광고서 말장난이 통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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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노림수를 가지고
크리에이티브라는 무대 위에서
미치광이처럼 놀아야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다

일명 ‘아재 개그’를 좋아한다. 하루에도 수십 번 언어유희 생각에 사로잡힌다. 이런 식이다.

그릇된 삶을 살 것인가.
큰 그릇이 되는 삶을 살 것인가.
―그릇 가게 앞에서

Burn腦번뇌: 타오르는 뇌. 마음이 시달려서 괴로워함.

父情부정부페: 아버지의 정이 넘치는 뷔페식당

언어유희. 상관없는 두 대상에서 공통점이나 연결 고리를 찾아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일종의 말장난이다. 나는 언어유희가 크리에이티브하고 영리한 발상이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아재 개그’라고 자주 폄하되는 말장난을 장난 아니게 잘하고 싶었다.

- 이말년 작가가 연재중인 웹툰 '이말년 서유기' 중에서

특히 OT(Orientation) 때는 감각의 촉을 날카롭게 세운다. 광고주 OT는 광고주가 원하는 광고의 목적, 타깃, 방향 등에 관한 브리핑을 듣는 자리다. 


광고대행사의 일은 크게 기획과 제작으로 나뉘는데, 나는 그중에서도 카피라이터와 아트 디렉터들이 속한 제작팀을 이끌고 있다. 


OT는 보통 기획팀이 광고주에게 의견을 받아 와 제작팀에 공유하는 형식으로 이뤄지지만 때로 는 광고주가 제작팀도 함께 참석하기를 요청하기도 한다. 아무튼 OT를 받는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이 피식 웃고 마는 그 순간을 즐기기 위해 언어유희의 칼을 간다. 


유치하게 느껴질지라도, 그렇게 시작된 말초적인 웃음이 아이디어의 단초가 되고 크리에이티브를 더 맛깔나게 만드는 감초가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담당했던 수많은 브랜드나 제품명을 언어유희로 연결하는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은 덕분에 이제는 생각 메커니즘이 빠르게 작동해 언어유희가 거의 반자동 소총처럼 다다다다 튀어나온다.


버거킹 광고를 담당하면서는 언어유희를 아예 장기적인 캠페인의 아이덴티티로 굳혔다.


버거킹에는 상시 메뉴(우리가 잘 아는 와퍼)와 한정 메뉴가 있다. 한정 메뉴란 일정한 주기로 나왔다가 들어가는 신제품으로 이런 메뉴는 대부분 ‘새우’, ‘모짜렐라’, ‘붉은 대게’처럼 새로운 재료를 내세운 제품들이다. 신제품의 제품명과 재료를 쉽게 알리기 위해 우리 팀은 언어유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 버거킹 통새우와퍼 TV CF 중

* 세워! 세우라고, 세우라니까!

그냥 새우면 안 된다. 통새우만 된다.
새우의 자존심을 세우다. 맛의 자존심을 세우다.
통새우와퍼

- 버거킹 붉은대게와퍼 TV CF 중

* 게 있느냐! 게 있느냐!
게 아무도 없느냐? 게… 게냐?
게살의 진미를 맛보다.
대게 맛있다.
붉은대게와퍼
* 이 맛에 통 못 자.
통모짜와퍼

* 꽉 들어찼어.
콰트로치즈와퍼

* 치폴레, 맛볼래.
치폴레와퍼

* 하나 할래, 할라피뇨.
할라피뇨와퍼

* 퐁듀 찍어 먹어봐.
맛의 정점을 찍다.

* 내가 너 찍었어.
치즈퐁듀와퍼

그냥 유치한 말장난으로 치부하기엔 제품명과 재료를 직관적으로 알리는 데 안성맞춤이었다. 아재 개그는 썰렁하다거나 ‘노잼’이라며 무시당하기 십상이지만, 실상 소비자는 그 재치에 재미있어 하고 제품명을 잘 기억하며 심지어 그 제품을 사 먹는다. 광고 속 아재 개그가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먹히는 것이다. 아재 개그를 활용한 광고가 수없이 쏟아지는 이유도 그만큼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티브를 위한 크리에이티브가 아니라 매출과 직결되는 살아 있는 아이디어이자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영리한 화법이다.


내가 만든 다른 광고물에도 언어유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TV CF 중

* 저 인간이 내 사수!
저 인상, 저 표정
아, 나 이제 죽었다.
어? 어? 의외로 귀엽네!
이러니 반하나 안 반하나!
바나나맛우유
* 배 낫지요!
베나치오

* 웨이러미니!
틈틈이 튼튼히
상하치즈 미니

* 내 이야기 안 듣고
공대리 지금 모 봐? 모 봐?
모바~일로 바로 자동차 보험 알아봤죠!
삼성화재 다이렉트

나는 광고계에서 이렇게나 흔한 말장난이 단순한 ‘장난’이 아님을 알리고 싶어졌다. 고민 끝에 대학원에서 논문을 쓰기로 결심했다. 디자인과 석사 논문치고는 다소 파격적인 ‘언어유희에 바탕을 둔 광고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연구’라는 주제를 잡았다. 다각적 관점에서 언어유희가 광고에 미치는 효과를 알아보고자 시작된 연구였다.


온에어되는 광고만 모아놓은 국내 최대 광고 포털 사이트 TVCF(www.tvcf.co.kr)를 기준으로 리서치를 시작했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6년간 제작된 TVCF 인기 광고 중 언어유희를 크리에이티브로 내세운 광고는 2015년을 제외한 모든 연도의 인기 광고 50위권 안에서 약 50퍼센트를 웃도는 비율을 점유하고 있었다. 장난으로 보기엔 꽤 높은 수치였다. 언어유희 광고가 단기 트렌드에 국한되지 않으며, 광고 효과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바탕으로 꾸준히 제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였다.


그렇다면 언어유희가 광고 크리에이티브로써 사랑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기존 지상파 채널뿐 아니라 종합편성채널, 케이블TV 등이 생기고 여기에 모바일까지 가세하면서 매체 간 경쟁은 더욱 심해졌다. 다양한 영상 매체가 개발됨에 따라 광고 영상 노출 빈도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렇게 넘쳐나는 콘텐츠의 물결 속에서 뇌리에 남는 광고가 되기란 하늘에서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이런 매체 환경 탓에 돌출력 있고 귀에 걸리는 말 한마디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광고 업계는 임팩트 있고 기발하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다.

- '언어유희 광고' 뉴스 검색결과

그중에서도 언어유희는 효과적인 크리에이티브다. 메시지를 쉽고 강렬하게 소비자에게 각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어유희는 광고의 구성 요소 중 가장 중요한 ‘언어’를 토대로 한다. 동음이의어나 축약어 등을 활용해 메시지를 수월하게 담을 수 있다. 소비자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은 재미난 언어유희라면 바이럴 효과까지 높아진다. 그래서 광고 예산이 충분치 못한 소규모 광고주, 인지도가 떨어지는 브랜드의 광고주, 신제품을 출시하는 광고주 등이 언어유희를 이용한 광고를 선보인다. 짧은 시간 안에 브랜드 또는 키 카피Key Copy를 각인시킨다는, 광고의 본질에 충실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또 2016년 이후 SNS 사용률이 증가하면서 아재 개그와 같은 메시지 전달 기술이 발전한 것도 주목할 만한 요인이다. 여기에 예능 프로그램과 실생활에서 언어유희를 즐기는 트렌드가 더해지면서 광고 산업의 흐름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소비자의 메시지 상기도, 브랜드 호감도, 광고의 독창성과 이해도, 실제 제품 구매 의향까지, 언어유희 광고에 대해 심층적이고 입체적인 검증이 이루어진다면 더 많은 광고주가 언어유희를 광고 크리에이티브로 선호할 것이다. 

말 그대로 말장난이 장난이 아닌 시대다.

"이 책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노하우만을 담지는 않았다. 묵묵히 하다 보니 단련으로 이어진 나의 일상과 생각을 한자 한 자 써나갔고 꾸준히 쓰다 보니 한 권의 책이 되었을 따름이다. 오직 크리에이티브만을 향한 발악을 진솔하게 담았으니 나름 건질 만한 이야기들이 있을 것이다. 습관은 평범하지만 과정은 평범하지 않았던 나날들의 진심이 투명하게 전해진다면 더없이 좋겠다. 아무쪼록 재미나게 읽어주길 바란다."

- 오롯이 혼자 되는 새벽녘에 이채훈(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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