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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공부해야 하는 5가지 이유

조회수 2019. 4. 11. 08: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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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나 동료와 잘 지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한번 생각해보세요. 처세술, 인간관계 기술을 다룬 책들은 불티나게 팔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그런데 배우자를 위한 노력은 얼마나 하시나요?

사람들은 별다른 생각 없이 부부관계는 ‘당연히 좋아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부 불화를 부부 개인의 결함 또는 성격의 문제로 치부하고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겁니다. 하지만 노력 없이는 결코 좋아질 수 없는 것이 부부관계입니다. 왜 노력이 필요한 관계인지 자세히 알아볼까요? 


1. 결혼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의 결실이라 굳게 믿는 결혼이 본래 본능 충족과 생존을 위한 전략적 제도였다는 점을 알고 있나요? 지금과 같이 사랑을 전제로 한 결혼관이 생긴 것은 고작 약 150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수천 년 전부터 인류는 혼자 힘으로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했기에 노동력을 결합하기 위해 결혼이 필요했어요. 이후로도 쭉 결혼의 주요 기능은 사회적 신분 유지, 정치적 동맹, 경제적 안정, 성과 관련된 권리와 의무, 가문의 유지였습니다. 사랑은 결혼의 조건 또는 기능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영국의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는 1990년대 들어 여성이 직업을 갖고 사회활동을 시작하면서 결혼의 패러다임이 ‘합리적 거래’에서 ‘감정적 차원’으로 완전히 바뀌었다고 주장합니다. 사랑 없이 조건만 보고 하는 결혼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어진 거죠.


사랑이 제1의 조건이 되었다는 것을 문제 삼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결혼을 통해 얻으려는 것이 사랑 말고도 많다는 게 문제죠. 우리는 결혼을 통해 거의 모든 것을 얻으려 합니다. 경제적 안정감은 기본이고, 어른이 되었다는 사회적 지위와 인정을 비롯하여 배우자는 언제나 영원한 사랑, 멋진 연인, 가장 친한 친구, 때로는 든든한 부모 등 대체 불가할 정도로 특별한 사람이 되어주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제일 큰 문제는 이 모든 것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것이죠. 과연 가능한 일일까요?


인류가 생겨난 이래 지금의 우리처럼 결혼에 과도한 기대를 건 세대는 없었습니다. 한 사람과 지금처럼 오랫동안 부부관계를 유지해야 했던 세대도 없었고요. 우리는 지금 새로운 개념의 결혼을 경험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급격하게 변해버린 결혼의 패러다임 속에서 모두가 허우적거리는 건 당연합니다.


2. 내 삶의 질이 결정된다.

결혼해서 행복해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혼자일 때보다 더 외롭고 괴로워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결혼을 공부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결혼이 우리 삶의 질을 너무도 깊이 좌지우지하기 때문입니다.


대체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수많은 연구들이 행복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가 관계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1983년 심리학자인 낸시 슈미트와 벨로 서멋은 《성격 및 사회 심리학저널》에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아래의 네 가지 관계가 필요하다고 썼습니다.

• 가족관계 : 혈연으로 이루어진 관계. 사회생활 속에서 지치고 힘든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동시에 서로 이해하고 위로하며 지원해주는 사이.

• 낭만적 관계 : 연인 또는 배우자 관계. 낭만적 사랑과 연애감정을 느낄 수 있고, 육체적 친근감을 통해 성적 욕구를 나눌 수 있는 사이.

• 친구관계 : 친구나 사교적 관계. 개인적인 친근감과 신뢰에 바탕을 두고 긍정적인 정서를 교류하는 사이.

• 동료관계 : 직업활동을 함께하는 동료, 즉 작업적 동반자와의 관계. 목표지향적인 공동체에서 함께 활동하며 협력하는 동반자적 사이.

부부는 ‘가족관계’와 ‘낭만적 관계’에 모두 해당합니다. 무려 관계의 절반을 차지하죠.


부부관계가 왜 어려운지 알 수 있겠죠? 결혼을 한 사람에게 평생 동안 맺는 관계 중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하고 가장 깊은 유대감을 나누는 사이가 바로 부부입니다. 오죽하면 부부는 무촌이라고 하겠어요. 따라서 결혼을 하는 순간, 우리 삶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바로 부부관계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혼생활이 불행하면 삶에서 행복을 느끼기가 그만큼 어려워지는 겁니다.


3. 부부는 생존을 위한 애착 대상이다

결혼생활에서 불화가 생기면 극도의 고통을 경험합니다.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 ‘애착행동 시스템’을 살펴볼게요. 우리 몸에 내재된 아주 특별한 이 정신생물학적 시스템의 가장 큰 목표는 생존을 위한 안전과 보호입니다. 우리에게 어떤 특정한 상대를 정해 그와 아주 친밀한 관계를 맺도록 하지요. 다시 말해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생존을 위해 특정한 누군가와 정서적 친밀감을 원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습니다. 결혼을 공부해야 하는 세 번째 이유는 바로 부부가 생존을 위한 서로의 애착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애착’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나요? 아마도 아기와 엄마 간의 애착일 겁니다. 아기에게 애착이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성인인 우리에게도 애착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아는 바가 없지요. 1969년 애착이론의 아버지라 불리는 존 볼비는 이렇게 말합니다.

  

“인간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애착 대상이 제공하는 안전기지를 기반으로 여행하는 삶을 살아갈 때 가장 행복하다. 성인의 사랑 역시 애착의 결합이며, 이는 부모와 유아의 결합과 같다.”

‘안전기지’란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 도움을 청하거나 의지할 수 있는 안전한 존재를 말합니다. 볼비는 안전기지에 대한 욕구가 성욕보다 더 중요한 인간의 본능이라 말하기도 했죠. 아이에게 엄마가 필요하듯 부부는 서로에게 서로가 필요합니다.


부부가 서로 죽일 듯 싸우는 것도 미워서라기보다 애착 대상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친밀감을 회복시켜주면 불화는 순식간에 사르르 녹아내려요. 이것이 바로 부부싸움이 칼로 물 베기인 이유죠. 부부가 싸우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국 그 뿌리를 파고들면 안전기지를 확보해 정서적 친밀감을 쌓기 위해서입니다.


유아애착과 달리 성인들은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희생하고 상대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어서는 절대로 건강한 관계를 쌓아갈 수 없습니다. 남편과 아내가 서로의 필요와 욕구를 채워주려고 함께 노력할 때 비로소 안정적인 애착이 쌓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안전한 애착의 대상이 되어주어야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4. 내 아이의 행복이 달려 있다

부부싸움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자녀의 심리적 건강뿐 아니라 신체적 건강에 영향을 끼치며, 이후 자녀의 결혼생활뿐 아니라 전반적 삶의 질에도 굉장히 큰 영향을 줍니다.


단적으로 얘기하자면, 부부싸움 자체가 아동학대입니다. 때리고 굶기고 욕하는 것만을 아동학대라고 생각하지만 부부싸움을 목격하게 하는 것도 엄연한 아동학대입니다. 아이의 심리적 불안감을 조성하는 모든 일이 학대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아동학대 정의도 이 뜻을 담고 있습니다.

아이의 양육에 책임 있는, 아이가 신뢰하는 또는 아이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권력적 관계에 있는 사람이 아동에게 실재적이거나 잠재적인 해를 주는 모든 행위로, ‘UN의 아동권리(자신의 신체적·정서적·영적·윤리적·사회적 발달에 적절하고 합당한 삶을 살 권한이 있다)’에 저해되는 행위를 모두 포함한다.

부부는 싸우고 돌아서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잘 지낼 수도 있지만 아이는 그렇지 못합니다. 부모의 싸움으로 말미암아 아이가 느끼는 공포는 부모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에요. 트라우마 수준이죠. 자신의 든든한 울타리이자 세상의 전부인 부모가 싸우기 시작하면 아이는 온 세상이 흔들리는 것과 같은 공포심을 느끼거든요. 생후 6개월 정도면 이미 주변 분위기나 큰 소리에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끼고 신체적으로 변화를 나타냅니다.


또 다른 문제는 부부싸움이 아이에게 부정적인 자아상을 갖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자신 때문에 엄마 아빠가 싸운다고 믿기 때문이죠. 특히 5세 이하의 아이는 싸움의 원인이 무엇이든지 간에 자기 탓으로 여기고 본능적으로 죄책감을 갖습니다. 죄책감뿐이 아닙니다. 싸우는 부모 옆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보며 무기력과 불안, 슬픔, 분노, 우울 등 다양한 부정적 감정에 빠지게 되죠.


무엇보다 그것이 대물림된다는 사실이 가장 심각합니다. 부부갈등은 자식의 결혼생활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프랑스 국립 건강의료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부부싸움을 어렸을 때부터 경험한 아이는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1.4배, 미래에 자신도 부부끼리 폭력을 행사할 확률이 3배, 자기 아이를 학대할 확률이 5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부부의 문제는 부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녀들의 결혼과 인생 전체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셈입니다.


내 아이가 행복하길 원한다면 육아법보다 부부관계에 대한 공부를 먼저 해야 합니다. 소중한 내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 여러분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좋은 엄마 아빠가 되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부부가 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5. 갈등은 해결이 아닌 관리의 문제다

‘불화는 혼수다’라는 말이 있었어요. 요즘은 혼수를 생략하는 커플도 많으니 ‘불화는 결혼의 그림자다’라는 말이 더 적절하겠네요. 그만큼 결혼생활에서 갈등은 필연적으로 따라붙는다는 것이죠. 부부들이 겪는 갈등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해결 가능한 갈등과 결코 해결할 수 없는 갈등. 결혼을 공부해야 하는 마지막 이유는 대부분의 부부갈등이 해결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인 부부치료 전문가 존 가트맨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69퍼센트의 부부갈등은 해결되지 못한 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과학은 부부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31퍼센트만이 해결 가능하다고 밝혀낸 겁니다. 해결 가능한 갈등은 해결하면 됩니다. 그렇다면 해결할 수 없는 갈등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두 가지 측면에서 갈등을 바라보는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 갈등은 나쁜 것이다 → 갈등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 갈등은 해결해야 한다 → 갈등은 관리해야 한다.

우리는 갈등을 나쁜 것으로 여깁니다. 그러나 갈등은 나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이죠. 남남이 만나 평생을 함께하는데 갈등이 없는 게 오히려 이상합니다. 쌍둥이조차 생각이 다르고 원하는 것이 다른데 아내의 생각과 남편의 생각이 다른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 아닐까요? 이제 답답한 소리만 해대는 배우자 앞에서 이런 생각을 해보세요. ‘그래, 다른 게 정상이지.’

많은 부부들이 지쳐 나가떨어지는 이유는 해결 불가능한 갈등을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갈등을 수용하고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춰보세요. 갈등을 바라보는 프레임을 전환하고 이를 관리하는 방법을 배우지 않으면 불화는 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부부관계까지 신경 쓸 여유가 어딨어요? 그냥 그러려니 포기하고 사는 거죠.

먹고살기도 힘든데 뭘 더 하라니 힘들다고요? 맞아요. 먹고살기도 힘듭니다. 그렇지만 먹고살기 힘든 와중에 부부관계까지 안 좋으면 사는 게 훨씬 더 힘들어집니다. 부부관계가 좋아야 그 힘으로 먹고사는 문제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거예요.


갈등은 부부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지만 그 실체를 잘 파악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쓰나미에 완전히 휩쓸려가느냐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느냐의 차이 같은 거죠.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결혼생활을 맞이한다면 마주할 현실은 참담할 겁니다.


회사와 사회는 굳이 내가 아니어도 잘 돌아갑니다. 하지만 내 가정은 그렇지 않아요.

사회적 역할은 누군가 대신할 수 있고 대체 가능하지만 가족과 부부에게 주어지는 역할과 의무는 아무도 대신해줄 사람이 없습니다. 부부관계가 얼마나 중요하고 또 어려운 것인지 인식의 변화와 함께 부부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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